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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164

눈 내리는 날 종일 눈이 내렸습니다. 그렇게 많이 내려 쌓이진 않았지만, 흡사 창밖을 내다볼 때마다 내리는 것처럼, 추억이 떠올랐다가 스러지는 것처럼, 예전처럼, 부슬부슬 내리기도 하고 이리저리 흩날리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꾸 옛 생각에 젖어들게 됩니다. 그대도 그렇습니까? 옛 생각을 하게 됩니까? 그 옛 생각이란,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의 눈발을 내다볼 때마다 어느 한 시기의 일들에 고정되는 생각들입니다. 대부분 어려웠던 시절에 생각이 머무는 걸 보면, 좋았던 일들보다 어려웠던 일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상한 것은, 지금 눈 내리는 모습을 내다보며 생각하는 그 일들이, 다 그리워지는 것입니다. 그때는 이렇게 그리워하게 될 줄을 전혀 몰랐던 일들입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나, 지.. 2014. 2. 8.
제자들 생각 이 제자는 38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제자"라고는 하지만, 그해 9월 15일에 내가 그 학교를 떠났으므로1 여름방학 기간까지 합쳐서 겨우 6개월 반 동안 담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슴속 그날들은 지금도 생생하고, 그런 날들의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나를 바라보던 그 '아이'의 표정도 떠오릅니다. 학교에서는 내게 너무 많은 일을 맡겨서 그때 나는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연구학교 보고서도 써야 하고, 시범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교장실·교무실·현관과 복도 환경도 꾸며야 하고, 화단도 보기 좋게 가꾸어야 하고, 연구학교니까 행사도 자주 개최해야 하고, 개인별로는 교무주임 부탁으로 함께 무슨 학습자료도 제작해야 하고, 전국 현장교육연구대회에 낼 보고서도 써야 하고,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최소한으로는 가르치려고.. 2014. 2. 2.
내 곁을 서성거리는 고독 (2014.1.16.목) 자잘한 것들이지만 다행한 일, 잘된 일이 거듭된 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녁에는 적막하고 고독하다는 느낌에 젖어 있습니다. 이런 날이 처음인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당연히 더 자주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이처럼 고독한 날이 다가오는 걸 미리 알고 기다리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또한, 이런 날들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 이런 날들을 즐기게 된 것을 참으로 고맙게 여깁니다. ♬ 아내가 모처럼 건강검진을 받은 날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의 '주제'는 '아내의 건강검진'이었다고 하면 될 것입니다. 다른 일정은 잡지 않았고, 오후에는 그냥 쉬기만 하면 되는 걸로 정했습니다. 아내가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아본 것은 7, 8년은 되었습니다. 그동안 마음 편히 .. 2014. 1. 19.
나는 어떤 사람인가?(내가 죽은 후의 일) Ⅰ 가령, 내가 지금 죽으면 어떻게 될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요즘 그가 보이지 않네?' 할 사람이 두엇 있다가 말 것이다. 말하자면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았던 사실이 흐지부지하게 처리된 일처럼 되고 말 것이다.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몇몇 사람들은 더러 그럴 것이다. "그 사람 죽었다던데?" "언제?" "지난달이지 아마?" "그래?" "퇴임할 즈음에 심장병이 드러나서 술담배도 못하고 별로 활달하지 못했지." "…………" 그러면 끝일 것이다. 함께 근무했는데도 이미 함께 근무하지 않았던 사이만큼,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멀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므로 오죽하겠는가. Ⅱ '큰일이다!' 싶은 일? 그런 일은 없다. 내가 없어서 '큰일'인 일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심지어 '작은일'도 없다. 우선 내가 지금 특별.. 2014. 1. 5.
2013년 '해거름녘'에 가람님강금융군강변님강춘자님계조님꼬미맘님꿈쟁이님그린님근이재님금소나무님기자불립님김영기님김현진님나무님노루님노마드님노안촌님다희풀잎따뜻한사람님따비라도님데이지님드림플래너님lazy daisy님루아님leezzang님맑은샘물님맑은소리님망고님magnolia님모나님민들레님민정님밑거름님방울토마토님benjamin님beth lim 임봉숙님북소믈리에S님불꽃緝熙님블랙커피님bluesky님산자락님센스쟁이님숲속의바람님시인김남숙님십삼각님ivan님아침햇살님안동립님안정훈군어린왕자님열무김치님오리아빠님오뚝기님oak님원주민님유칼리님이반님이삼식군자훈님전재호님정다운님정소영님조보경님조서현님juno님천사의미소님chung淸님초록지붕님최고야님최순월님katie님koni님クモモ님키득키득님푸른교생님푸른하늘님해뜨는마루님Helen님환한미소삼봉님힐링하우스님  2013년.. 2013. 12. 29.
악수 악수 어느 고위직 공무원의 악수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고, 상대방은 왼손을 오른팔 아래의 가슴에 붙인 채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은, 그 상대방이 아니라 그 옆 사람이었습니다. 다.. 2013. 12. 26.
정리해야 할 욕심의 흔적들 ♬ ― 이 책은 우선적으로 읽어야 한다. ― 이 책부터 읽어야 한다. ― 이건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 이런 이유로 놓이기 시작한 책들이 민망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결코 이 현상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한심해하고 초조해하고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더러 그 원인을 생각해봅니다. ― 전공을 살리지 않기 때문일까? 전공을 확실히 하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책만 읽고, 보다 단조롭고, 확실하고, 깊이 있고, 그러니까 읽는 책도 정연한 걸까? ― 아무래도 욕심이 많은 탓이겠지? 책 읽는 시간도 적은 생활을 하고, 절대적으로 허용된 시간도 그렇고, 이래저래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 무계획적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읽을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인데.. 2013. 12. 19.
섬진강, 어디쯤의 LA MAISON DOUCE 섬진강, 어디쯤의 LA MAISON DOUCE 이건 뭐 부끄러워서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지만, <섬진강 사랑의 집> '자훈'님의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저 고운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여기 이렇게 옮겨두게 되었습니다. 2013. 12. 11.
멍멍이들을 위한 고백 멍멍이들을 위한 고백 Ⅰ 우리 집 마당에서 살던 그 멍멍이는, 저렇게 귀엽고 이쁜 개가 아니었습니다. 이름조차 없는 똥개여서 동네 다른 개들처럼 그냥 "워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전쟁이 나면 죽을까봐 늦게 입학해서 읍내 중학교에 갔을 때는 이미 1960년이었지만, 그조차 아무.. 2013. 12. 10.
가수 이승철에게서 배우는 것 Ⅰ 가수 이승철 인터뷰 기사가 토요일 신문 두 페이지 가득 실렸습니다. "슈퍼스타K 시즌 1~5 내내 심사위원 자리 지킨 이승철" "보컬의 神 이승철"(조선일보, 2013.11.13, 土日섹션 'Why?' B1~B2. '이길성 기자의 人사이드') 슈퍼스타K에 800만 명 이상이 몰렸고, 이번에만도 198만 명이 참여했다니, 가수 지망생들을 포함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기사를 읽었을지…… '슈퍼스타K'가 뭔지 잘 모른다고 해야 할 나 같은 사람도 읽었으니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일찍도 배우는군!" 하고 비웃을 사람이 있겠지만, '이 가수에게서 이런 점을 배울 수 있었다면……' 생각하며 읽었고, 그걸 기록이라도 해두고 싶었습니다. 그 '학습'이 수많은 가수 지망생, 그의 팬, 가요 애호가들과 .. 2013. 11. 25.
김원길 시인의 '손짓' 김원길 시인의 '손짓' ♬ 어제는 편안한 KTX, 그것도 특실 1인석에 앉아, 거기다가 약 40분인 거리를 다녀왔는데도 집에 도착해서는 그야말로 겨우내내 거기에 있는 줄 모르고 지내다 발견된 홍시처럼 녹초가 되어버려, 일곱 시간이나 잤습니다. 평소보다 한 시간 반이나 더 자서 에디슨이 .. 2013. 10. 30.
우주는 영원히 팽창한다? - 알고보니 유명한 김정욱 교수 Ⅰ 한 달에 한 번쯤 우리 동네 어느 노인과 저녁식사를 함께합니다. 그는 더러 자신이 미국에서는 유명했다는 듯한 얘기를 합니다. '존스 홉킨스'에서 물리학을 강의했고, YS가 자신을 초청해서 고등과학원을 세우게 했다니까 '뭐 그쯤 되겠지' 했습니다. 지금은 나처럼 아침저녁으로 공짜 전철이나 타고 다니며 꼭 와야 한다는 것도 아닌 사무실에나 나가는 처지니까…… 물리학이라면 『E=mc2』1이라는 책을 통째로 읽어봐도 아인슈타인이 누군지, 뭐를 한 사람인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형편이니까, 그를 만나서 대화 할 때는 북한 핵 개발 이야기도 좀 했고, 한번은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라는 책을 읽어본 얘기를 했더니 파인만이 썼다는 물리 교과서 이야기를 해주어서 어느 글에 다음과 같이 써먹은 적도 있.. 2013.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