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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우주는 영원히 팽창한다? - 알고보니 유명한 김정욱 교수

by 답설재 2013. 10. 23.

우주(DAUM 이미지-2021.4.22. 부분)

 

 

 

한 달에 한 번쯤 우리 동네 어느 노인과 저녁식사를 함께합니다. 그는 더러 자신이 미국에서는 유명했다는 듯한 얘기를 합니다. '존스 홉킨스'에서 물리학을 강의했고, YS가 자신을 초청해서 고등과학원을 세우게 했다니까 '뭐 그쯤 되겠지' 했습니다. 지금은 나처럼 아침저녁으로 공짜 전철이나 타고 다니며 꼭 와야 한다는 것도 아닌 사무실에나 나가는 처지니까……

 

물리학이라면 『E=mc2』1이라는 책을 통째로 읽어봐도 아인슈타인이 누군지, 뭐를 한 사람인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형편이니까, 그를 만나서 대화 할 때는 북한 핵 개발 이야기도 좀 했고, 한번은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라는 책을 읽어본 얘기를 했더니 파인만이 썼다는 물리 교과서 이야기를 해주어서 어느 글에 다음과 같이 써먹은 적도 있습니다.

 

리처드 P. 파인만(1918~1988)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1965년에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이다. 타고난 익살꾼이었던 그의 진솔한 인생 에피소드를 엮은『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에는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기’라는 제목으로 그가 과학 교과서 심사에 참여했을 때의 에피소드가 무용담처럼 나오지만,2 정작 나중에 그가 집필한 과학 교과서와 그 내용을 강의한 CD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때 사람들은 이제 과학 수업은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떠들어댔으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존스 홉킨스 대학 교수로 근무하다가 귀국하여 고등과학원(KIAS)를 세우고 초대 및 2대 원장을 지낸 김정욱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가장 좋은 강사의 CD보다는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교사의 지도가 더 좋다는 아주 평범한 결론을 말해준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던 이틀 후 저녁에 만났을 때는 '씨익' 웃으며, 우주 생성에서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측해서 드디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피터 힉스를 자신이 마치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얘기해서 '이분이 시방?' 하며 들었는데,

이런! 그게 아무래도 분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문에, 그것도 한 면 가득 그의 이야기가 실린 것입니다.

 

 

조선일보, 2013.10.21.

 

말하자면, 그분을 만나면 그때마다 듣게 되는 이야기가 걸핏하면 놀라운 사실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과학에는 영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데다가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 물리학이라면 어떤 인연이 더 없다 해도 하나도 섭섭하지 않을 주제(主題)이기 때문에 그분이 뭐라고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 귓전으로 들었는데, 아마 그 내용 중에는 알고보면 놀라운 사실이 더 있었을 것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대단히' '정말 대단히' 큰 것인데, 그 '우주'라는 알다가도 모를 존재는 앞으로도 영원히 팽창하게 되며, 더구나 10억 년 전부터는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사실입니다.

그걸 자세히 설명해봤자 득 될 것도 하등 없으므로 그분이 인터뷰한 것 중에서 좀 옮겨보겠습니다.3

 

― 인간의 영혼 혹은 정신은?

"우주를 이루는 이 입자들에는 영혼을 이루는 물질이 없다. 그래서 물리학에서는 영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 우리가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된다고 보나?"원래 우리를 구성했던 우주의 입자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한다."
― 이제 힉스의 발견으로 우주 생성의 비밀은 거의 다 풀린 것인가?"사실 '표준 모형 이론'으로는 우주의 5%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우주 공간에서 별과 은하가 차지하는 비율 정도다. 우주 전체의 70%는 '암흑 에너지', 25%는 '암흑 물질'이다. 말하자면 빈 공간이나 다름없는 이 95%를 규명해야 우주의 전모가 밝혀진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초대칭 이론', 그 위에 '초끈(super string) 이론' 이 있다. 하지만 이 두 이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또 무엇인가?"암흑 물질(dark matter)은 물질은 물질이나 '표준 모형'에 있는 그런 입자들이 아니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은하계 구성에는 관여한다. 암흑 에너지는 물질의 성질을 전혀 갖지 않는다. 우주의 팽창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주의 팽창은 언제까지 계속되는가?"우주 팽창은 영원할 것이다. 약 10억년 전부터는 그 속도도 더 빨라졌다."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누가 무슨 얘기를 해봤자 별로 놀라지 않고 있다가 또다른 누가 그것에 대해 놀라워하면 그제야 "정말? 그게 정말인가!" 한다는 것입니다.

 

저 우주의 신비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에 블로그 『가을역의 벤치』에 가서 '가을밤 별자리를 배경화면으로'라는 글에서 저 위의 저 사진을 자세히 보게 된 것입니다.

도대체 뭐가 뭔지 잘 모르긴 하지만,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

 

그렇다고 그분을 만났을 때 뭘 좀 물어보기도 그렇고, 지난 초가을에는 글쎄 남한강변의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내가 그분에게 우주의 광대무변함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까지 했으니……

 

(열변을 토한 증거 : 2013.9.29 「나는 어떻게 있다가 떠나는 것인가」)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38328

 

 

 

 

그건 그렇고 ―나중에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우주가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면, 아니 앞으로 영원히 팽창한다면, 우리가 지금 여기 이렇게 무심히, 마음놓고, 하루종일, 날마다, 이렇게, 여기에만 앉아 있어서 될 일인지, 말하자면 일단 일어나서 어디로 좀 멀리 가봐야 할 일은 아닌지, 그래서 우주 끝까지는 안 되겠지만, 아주 작정하고 좀 멀리까지 가봐야 할 일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언제, 어디로, 무얼 하러 가느냐고 물으면 난처하긴 합니다. 이 가을에만 해도 딱히 어디를 좀 다녀오지 않아서 멀리 갈 때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전혀 생각해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멀리 아주 멀리 가야 한다면 막상 그 순간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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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E=mc2』(생각의나무, 2003).
2.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ⅠⅡ』(사이언스북스, 2000).
3. 조선일보, 2013.10.21. [최보식이 만난 사람] 세계 물리학계 석학 김정욱이 밝히는… 피터 힉스, 스티븐 호킹, 고(故) 이휘소 박사의 '우주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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