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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217

“요즘처럼 힘들면…”이라던 K 교장선생님께 놀랐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그 말씀을 듣게 되다니요. 교장은 시군구 교육지원청 교육장, 시도교육청 교육감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가짜 행정가를 만난 적도 있긴 하지만, 교육의 핵심은 교육과정(목표와 내용, 방법)과 그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행정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 교육과정이라면 교장선생님은 누구보다 밝은 전문가이고요. 행정도 그렇지요. 산전수전을 겪었다고 해야 마땅하겠지요. 교육부, 교육청, 심지어 해외 교육기관에서도 빛나는 성과를 거두었으니 그런 경우가 바로 산전수전(山戰水戰)이겠지요. 그런데 이제 와서 무엇이 교장선생님을 힘들게 하고 있을까요? 한결같이, 수행하고 있는 일들을 전해주시고 활기차게 긍정적으로 교육계 이슈를 파악하게 해주셨는데, 이번에는 수인사를 마치자.. 2024. 7. 26.
아인슈타인에게 물어보는 공정한 평가 (2024. 6. 28)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썼다. “모든 이가 다 천재다. 그렇지만 나무를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Everybody is a genius. But if you judge a fish by its ability to climb a tree, it will live its whole life believing that it is stupid.)” 끔찍한 상황의 물고기가 가련하다. 조금 더 생각해서 수능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그런 처지가 아닌가 싶으면 어떻게 끔찍하고 가련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인슈타인의 이 충고는 누구나 수긍할 만한 카툰(풍자만화)을 통해서도 소개되고 있다. 교육자가 분명한 늙은이가 권위를 상징하는 커다란 책상 위에 서.. 2024. 6. 28.
그 교실에서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숙에게 (2024.5.31) 숙아! 벌써 오십 년이 다 되었지? 아침마다 우리가 그 교실에서 만나던 날들… 넌 습관적으로 내 표정을 살폈지. 그 모습이 왜 잊히지 않는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넌 6학년 때에도 내내 그대로였어. 아이들은 웃거나 놀리지도 않고 그냥 ‘꼴찌’라고만 했지. 당연한 일이어서 비웃거나 놀리거나 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겠지. 넌 주눅이 들어 있었어. 학교는 주눅이 드는 곳? 네가 처음부터 내 표정을 살펴보며 지낸 건 학교에 주눅이 들어서였던 것이 분명해. 담임이란 언제 어떤 언짢은 소리를 할지 모르는 존재였겠지. 너의 그 표정은 내내 변하지 않았어. 졸업하고는 마음이 편해졌을까? 주눅 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일찌감치 사회로 나갔고 꼬박꼬박 학력(學歷)을 묻는 이 사회 어디서나 ‘초등학교 졸업’이.. 2024. 5. 31.
J 선생님, ‘마음’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2024.4.26) J 선생님! ‘청춘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추락한 교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 모여앉아 교사 본연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목 놓아 외친 지난해 여름 이래로, 선생님들 표정이 풀이 죽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밝지 못할 뿐인가요? 그것도 긍정적이진 않은 거죠? 그렇지 않아도 애들이 쌍욕을 하든, 난동을 부리든 그냥 둔다는 어느 선생님의 ‘극단적 표현’을 생각하면 다른 분들이라고 해서 그 마음이 한결같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둔한 것이겠지요. 교사의 길이 다만 아득한 느낌일까요? 점점 더 험난해지는 세상의 거친 파도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맞선다는 표현이 적절치 못하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대처한다는 표현은 소극적이라면 그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더구나 .. 2024. 4. 26.
어느 초등학교 교사의 일기 (2023.3.29) 2024년 3월 4일 월요일 긴장 속 하루였다. 날씨가 좀 쌀쌀했는데 몸도 마음도 분주해서 그런 줄도 몰랐다. 마스크를 쓴 아이가 세 명이었다. 얼굴을 보고 싶어서 점심식사 때 잠깐씩 살펴보았다. 정겨운 아이들,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 지난해엔 ‘추락한 교권’ 이야기가 참 많았다. 올해는 어떤 일이 있을까, 곤혹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별일 없을 것을 확신하고 싶다. 아이들 다툼은 충분히 이해시키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학부모와의 소통에서도 그것을 유념하면 그들도 나를 믿을 것이다. 로버트 풀검(「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은 사람의 머릿속에 든 것은 다 다르다면서 “당신은 왜 내가 보는 방식으로 보지 않나요?” 묻기보다는 “그렇게.. 2024. 3. 29.
개인별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게 하자! (2024.2.23) 우리나라 출산율(0.78명, 2022년)은 이미 세계 최저지만 곧 0.6명대로 내려간다고 한다. 서울은 벌써 0.53으로 떨어졌다. 충격이고 위협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학령인구 추계에 의하면 지난해에 40만 1752명이었던 초등학교 입학생이 올해는 34만 7950명으로 줄고, 2029년에는 다시 24만 4965명으로 급감해서 현재 513만 1218명인 초중고 학생이 427만 5022명으로 줄 것이라고 한다. “자포자기”라는 제목을 붙인 신문도 보였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육아휴직, 보육·양육 지원에 노력하고 있는데도 이렇다. 정당들은 계속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다. 지자체들도 최선의 지원을 강구해나가고 있다. 기업들도 방관하지 않는다. 출산 때마다 1억 원씩 지원하는 곳도 있다. 그럼에.. 2024. 2. 23.
학교는 성공할 수 있을까?(2024.1.26) 신 교사 : 어떻게 지내세요, 선배님? 고 교사 : 응, 방학이니까 아무래도 마음이 좀 편하네. 신 선생은 어때? 신 교사 : 전 그렇지 못해요. 하루하루 개학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날짜 바뀌는 게 두려워요. 올해는 또 무슨 일이 있을까, 버텨낼 수 있을까 조바심을 느껴요. 고 교사 : 멋진 교사가 되자고 다짐하던 그 자존감은 어떻게 하고 그래? 신 교사 :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자존감은 저절로 사라져요. 그만두고 고시 준비할 용기 같은 건 없고 부모님 실망은 어떻게 하나 싶고 그렇다고 내가 이 좌절감, 절망감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요. 고 교사 : 그 정도야?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신 교사 : 그렇진 않고요. 그렇지만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듣고 민원을 받고 지나친 개입을 당하는 교사 이야기가 .. 2024. 1. 26.
‘어떻게’를 잃고 ‘무엇’에 빠져버린 교육 여기 대학 진학을 절체절명의 목표로 하는 한 고등학생이 있다. 놀기 좋아하지만 영리한 학생을 떠올려도 좋고 기억력은 그저 그래도 성실의 표본인 경우도 좋고 붙잡고 앉아 일일이 설명해주고 닦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여도 좋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다. 성적이 좋지 않은데도 대학에 꼭 진학하고 싶어 하고 실패하면 실의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는 것만 전제하면 된다. 이 학생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① 지금부터 학교 공부에 열중한다, ② 조밀한 학습계획을 세워 자기 주도적으로 실천한다, ③ 경험 많은 가정교사를 채용한다, ④ 학원에 더 ‘투자’하고 수면 시간을 줄인다, ⑤ 학교공부, 학원 다니기, EBS 청취 등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한다, 등등 예시가 신통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우리 교.. 2023. 12. 29.
교사가 전문직인가? (202.11.24) 교사 출신이라 그런지, 의사가 환자의 검사 결과를 들여다보고 상태가 좋다고 하면 벌떡 일어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의사에게 감사할 일인가, 관리를 잘한 건 본인 아닌가, (혹은) 다른 의료진이 검사했는데 인사는 의사가 받는구나, 공연한 심술이 나고 의사는 좋겠다, 부러워하면서 교사 시절에 그런 인사를 받아봤는지 되돌아보곤 한다. 의사만도 아니다. 겨울철로 접어들었는데 수도 배관에 무슨 탈이 났는지 내내 잘 나오던 따뜻한 물이 갑자기 생각을 바꾼 듯 아무리 애를 써 봐도 헛일이면 내가 평소 이 간단한 것에도 관심이 없었구나 싶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당혹감에 사로잡힌다. 그동안 일상생활이 그처럼 순조롭게 흘러온 데 대한 무관심이 벌을 받은 것처럼 약간의 죄책감도 느끼.. 2023. 11. 24.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2023.10.27) 로버트 풀검의 이 책은 꽤 오래되었는데도 여전히 유명하다. 유치원을 다녔건 다니지 않았건 석·박사 학위를 가졌건 그렇지 않건 제목을 보는 순간 괜히 멀리 돌며 헤맨 것 같은 때늦은 깨달음, 그 깨달음의 경이로움 같은 것이 새삼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라는 단 한 마디는 거의 누구에게나 충분할 것 같다. 이렇게 시작된다. "그때 나는 뜻있게 사는데 필요한 것은 거의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며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내 신조는 이렇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2023. 10. 27.
와!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 (2023.9.22) 우리나라가 망했다고? 완전히? 왜? 기사 제목 아래 한 여성이 보인다.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놀란 표정으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앤 윌리엄스/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 화면 아래쪽에 이름, 직위와 함께 자극적인 그 탄식이 소개되어 있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우리나라가 완전히 망했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과장 아닌가?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예고편에 나왔다는 그 사진은, 우리나라의 너무나 저조한 출산율에 관한 설명을 듣고 놀란 반응을 보인 것으로 그 내용을 전한 모든 기사에 똑같이 다 실렸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얼마나 낮기에? 2022년 합계출산율 0.78은 세계 최저 수치일 뿐만 아니라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도 꼴찌다. OECD 평균 출산율(1.59명.. 2023. 9. 22.
다시 교장선생님께 (2023.9.1) 아무리 고귀한 지위에 있다 해도 교육자라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행정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반추해 보고 싶어 옛일을 떠올립니다. 교육자가 교육행정가보다 한 수 위라는 시시한 얘기는 아닙니다. 교장들을 한군데 다 불러놓고 부하 관료들과 함께 기세 좋게 등장한 교육감은 가관이었습니다. 박○○ 선수, 김○○ 선수 같은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가 명품학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인재는 장차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도 했습니다. 한 시간에 걸쳐 단지 그 이야기를 해놓고는 의기양양 다시 그 관료들을 거느리고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강당은 썰렁하고 씁쓸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돌연 '명품학교'라는 단어가 혐오스러워져서 결코 그따위 학교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느 학생들을 행복하게.. 2023.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