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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240

그때 그걸 가르쳐주지 못해 미안하네 (2026.6.26) 아무래도 트라우마 같다. “교사 주제에 어디서 말대답이야” “칼 맞고 싶냐?” “골프채로 머리 때릴까?” “아이한테 지장이 있으니 임신과 결혼 미뤄주세요” “처녀죠? 애 낳아보면 알 거예요” “수능 몇 등급이었어요?” “학교에서 늦게 오면 학원 지각해요, 청소시키지 마세요” 어느 신문 연재 기사에서 본 말들이다. 다른 건 두고 “교사 주제에…”는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오래전 두 번째 군사정부 시절, 그 지역 계엄사령관이 아들 전입을 시키려고 학교에 왔다. 부관이 군화를 벗어야 하는지 물었다. 아이들을 떠올리며 그렇다고 했다. 괜히 좀 두려웠는데 다행히 사령관이 얼른 군화를 벗었다. ‘후환이 있도록’이야 하겠나, 실없는 생각도 했다. 교사에게는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제 자식 사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2026. 6. 26.
현장체험학습의 비밀 (2026.5.29) 우리 동네를 흐르는 개천은 사시사철 사랑을 받는다. 자연이 고맙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곳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성들여 가꿀 수밖에 없다. 올봄엔 달랐다. 아이들이 도통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좀 썰렁했다. 아이들은 봄만 되면 선생님을 따라 한 번씩은 다녀갔었다. 쓰레기를 줍고, 풀숲과 냇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환경은 우리 생명” 같은 표어에 그림을 곁들인 피켓을 만들어 와서 누가 지나가면 좀 보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열정적인 모습도 재미있었다. 그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거기 오는 것도 위험부담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접시 물에도 빠지더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어떤 중학생들은 예년처럼 놀이공원을 갔었고, 고등학생들은 서울 어디를 다녀온 보고서를 쓰고 하는 걸 보면 .. 2026. 5. 29.
그때 행정실장님은 행복했습니까? (2026.4.24) 우리가 헤어진지도 20년이 가깝네요. 옛날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아련한 기억 속 어느 봄날,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고 거기서 두 번째 교장을 만났어요. 걸핏하면 술 냄새가 풀풀 났는데, 그러다가 공공연히 아침부터 종일 주점에서 지낸 날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불러냈을까요? 명함이 아까운 시시껄렁한 몇몇 ‘유지들’과 함께였습니다. 두어 시간 수업이 진행되었을 즈음 잠깐 다녀가라는 전갈이 왔고, 까짓 거 들은 척 만 척하고 있었더니 심부름꾼이 자꾸 달려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가봐야 했지요. 자전거를 타고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역시 ‘한 잔 마시자’고 했습니다. 수업 중 술 마신 공범을 만들자는 뻔뻔한 수작이었지요. 단숨에 한 잔 마셔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의도.. 2026. 4. 24.
나쁜 짓 하지 마! (2026.3.27) 3월에는 학생들이 눈에 잘 띈다. 산책하러 나가다가 엘리베이터에서 20층에 사는 봄이를 만났다. 얼굴에 화장품 떡칠한 걸 본 순간 놀랐지만 “저 이제 대학 다녀요!” 해서 태연한 척 축하해주며 생각했다. ‘다른 애들처럼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화장을 해보지 않아서 저모양이구나. 늦긴 하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중학생 주제에 화장을 한다고 손가락질하고, 남녀 중학생이 벌써부터 아파트 벤치에서 노닥거린다고 못마땅해 하지만 기준연령이 정해진 건 아니다. ‘이팔청춘’이 괜히 있는 말도 아니다. 하교 시간이어서 곳곳에 학생들이 보였고, 여기저기 데이트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나란히 걸어가던 여학생 중 한 명이 돌아서더니 잠시 남학생을 껴안고 있다가 지나가는 나를 의식하고는 다소곳한 자세를 보였다. 이런 모습 보며 개탄.. 2026. 3. 27.
제2기 국가교육위원회, 성공할 수 있을까요? (2026.2.27) 지난 1월,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제2기)가 출범했다는 뉴스 보셨나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별로 없을 그 역할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인 건 의아한 일이죠. 뭘 했는지조차 잘 모르겠는데 대표가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에 오르내린 제1기 같으면 웬만한 일은 쉬쉬해버리고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했겠지만… 제2기는 기필코 빛나는 업적을 보여주면 좋겠어요. 역대 정부들은 다른 건 몰라도 교육에 대해서는 도대체 뭣들 했는지, 대입제도만 해도 바꾸긴 늘 바꿨는데 결국은 점점 수렁에 빠져버리는 느낌이어서 혼란만 가중하지 말고 차라리 좀 내버려 두기를 바라기도 했지요. 무한정의 시간을 투입해서 암기한 지식으로 5지 선다형 문제를 기계처럼 풀어내는 수능시험 ‘훈련’ 때문에 초중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건 얘기하.. 2026. 2. 27.
새봄, 개학을 기다리는 선생님께 (2026.1.30) 유난히 추운 겨울입니다. 방학이 되면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교사들을 학교에 불러내려고 애를 쓰던 옛 교장·교감들이 생각납니다. 행정기관의 지침 같은 게 있었을까요? 마음이 불편하면 생각인들 유연했을 리 없어 집에 있어도 어디를 가도 늘 불안하고 괜히 뭘 잘못하고 있는 느낌이었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죠. 그렇게 해서 어떻게 소양을 쌓고 새로운 각오로 계획도 세워보고 했겠습니까. AI의 발전에 대한 인식과 파장에 점점 가속도가 붙는 느낌입니다. 발전 속도와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고요. 교사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요즘은 교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은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교사를 설명을 일삼는 로봇쯤으로 알았던 거죠), 행정가들이 AI와 수업 테크닉의 접합에 너무 집중하는 것 같다는 지.. 2026. 1. 30.
“해결방법이 있을까요?” “교육이야!” (2025.12.26) ⇧ 사진 출처 : 위키트리 2018.9.25. 찰리 채플린은 극작가·예술가·교육자로서 프랑스 정부의 훈장도 받았다. 그 채플린이 소설가 H.G.웰스를 만났다. 웰스는 『문학사를 움직인 100인(사전)』에 이렇게 소개되는 인물이다. "현대 공상과학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영국의 소설가로, 『타임머신』, 『우주 전쟁』 등 100여 편의 과학소설을 발표하면서 SF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웰스가 러시아를 다녀온 이야기 끝에 이렇게 말했다. "진보는 느린 법이지. 이상(理想)은 이야기로는 쉽지만 실행에 옮기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아." "이상을 실현하는 다른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채플린이 묻자 웰스가 즉시 대답했다. "교육이야!“ 채플린의 『나의 자서전』에서 이 일화에 이어 ‘이상을 실현하는 교육’이.. 2025. 12. 26.
AI가 학교 기능을 재설정하자고 한다 어느 가게에 들어가 주인을 찾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방문객이 “이 직업은 영구적일 것”이라고 하자 주인이 만족스러워했고, 방문객은 유감스럽게도 “제일 먼저 사라질 직업은 교사”라면서 교사가 하는 일은 인공지능(AI)이 얼마든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근거로 저따위 소리를 하지? AI를 만능으로 여기나? 전직 교사로서는 듣기 거북했지만 끼어들어 입씨름할 필요까지는 없고 그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온 길거리에서 대화형 AI를 찾았다. “교사라는 직업은 곧 사라지나?” 그렇지! 아니다! 조건이 붙었지만 그 염려가 아주 낮은 직업이다. 왜? 창의성, 문제 정의 능력, 비판적 사고와 검증 능력, 소통·협업·감성 지능, AI 활용 능력(AI 리터러시), 복잡한 전략·의사결정 능력 등은 그.. 2025. 11. 28.
이벤트 전문 회사 주관 운동회를 참관하고 (2025.10.31) 교장 선생님! 이벤트(행사) 전문 회사가 주관한 귀교(주최) 운동회를 보았습니다. 부채춤 공연까지 지켜본 전직 교장으로서는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교사들은 관행을 고수하려는 것 같아도 바꾸려고 들면 얼마든지 바꾸어버린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새 20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이웃 학교 운동회를 구경하고 돌아가 “이 좋은 가을에 우리도 2, 3일 후 운동회 한번 하자”고 했더니 이런 촌놈을 봤느냐는 듯 “올해는 운동회 계획이 없다!” “학교 교육과정대로 하지 않으면 교육청에서 뭐라고 한다!” “체육복도 맞추어야 한다!” “운동회는 장기간의 연습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등등으로 공격해 왔습니다. 계획은 바꾸면 된다, 체육복이 없으면 각자 의자를 갖고 나가 앉으면 된다, 연습은 하지 않으면 된다, 일단 아.. 2025. 10. 31.
수학 일타강사가 이야기한 공부의 진실 (2025.9.26) 교훈·사훈의 전형처럼 인식되어 온 덕목 ‘노력’이 청년들의 풍자적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을 두고 “노~력!” 하고 장난처럼 외칠 때 그렇게만 살아온 날들이 왠지 쑥스럽기도 했다. 한 수학 일타강사가 유명 토크쇼에서 그랬다. 초등학생은 분수에서 ‘수포자’가 되고, 중학생은 √, 고교생은 함수·미적분에서 그렇게 되며 공부 잘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면 당연히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능’에서 1등급을 받지 못하는 것을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지 못해서라고 하면 그건 핑계라고 했다. 왜? 우리나라 수능시험 수학문제들은 개념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지 정도를 묻는 것으로, 암기가 아니라 이해하고 연습하면 다 되는 공부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중요한 부분도 짚어주었다. 수학의 답을 .. 2025. 9. 26.
회의도 없이 운영되는 기이한 학교 (2025.8.29) 행정기관에서 근무하다가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갔더니 살짝 두려웠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 저렇게 해야 한다… 했으니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직원 회의 모습을 지켜보고는 금세 ‘안심’하게 되었다. 다행히(?) 오래전에 비해 전혀 달라지지 않아서 두려워할 것 하나도 없다 싶었다. 잘하고 있는 걸 더 잘해야 하는 입장이 두렵지 잘못하는 걸 보고 뭐가 두렵겠는가. 아득하긴 했다. 사회는 온갖 변화·발전을 거듭하는데 학교행정은 여전히 각종 지시·전달에 이어 교장 훈시로 마무리하던 20세기의 그 서글픈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면 변화의 당위성 이야기에 앞서 우선 숨 막히는 느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회의(會議)를 하게 될까? 회의가 뭔지 모르진 않을 것이어서 “소중한 시간을 할.. 2025. 8. 29.
학교가 교장선생님 텃밭 같았을까요? 옛날이야기입니다. 실화입니다. 내일 아침부터 전교생이 매일 수업 전에 운동장 트랙을 힘껏 돌아 개인별 횟수를 기록하라고 했습니다. 체력은 국력이고,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이 해이해지기 쉬울 뿐더러 나중에 끈질기게 공부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존경받는 교장이 어쩌다가 기이한 생각을 했을까 의심했는데 상부 지시라고 했고 과연 이웃학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장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마땅찮은 지시가 아닙니까?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려서 기진맥진해서는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으니까요. 행정을 그렇게 하는 교육장, 교장이 있다면 교육을 방해하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그런 행정가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런 일은 어떻습니까? 교장이 실습지라는 이름의 땅을 학년별로 분할해서 교사들로 .. 2025.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