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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죽음62

와다 히데키 《어차피 죽을 거니까》 와다 히데키 《어차피 죽을 거니까》오시연 옮김, 지상사(청홍) 2024      1. 어차피 죽을 거니까...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깨달은 것들 • Memento mori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Carpe diem 오늘이라는 날의 꽃을 꺾어라.• 노인은 감기 같은 사소한 병으로도 죽을 가능성이 크다.• 아등바등해도 소용없다. 반드시 죽는다. 100% 진실이다.• 몸에 좋은 것보다 좋아하는 삶의 질을 위해 주 5회 라멘을 먹는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심리 상태(부인→분노→타협→우울→수용)• 죽는 순간에는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잠들듯 죽어간다.• 노인의 암치료는 괴롭기만 하다. 나는 모르핀을 맞겠다.• 건강하게 살다가 갑자기 죽는 것보다 암으로 죽겠다. 정리도 하고 인사도 할 수 있다.. 2025. 1. 20.
죽음과 싸우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여행의 책』에서 불운과의 싸움, 죽음과의 싸움을 이야기한다. 그는 그 싸움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을 이야기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불운과의 싸움, 죽음과의 싸움의 가치, 그 싸움에서 순응하고 패배하는 태도를 이야기한 것 같았다.  불운과 싸우기(......)불운은 그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그대를 발전시킨다.불운 앞에서 그대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받아들이고, 몸을 옹그리면서불운이 그대 위로 미끄러져 내리는 것을 느껴라.이번만큼은 싸움을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진정한 전사다.진정한 전사는 질 줄도 알아야 한다.그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실패도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죽음과 싸우기여섯 번째 적은 죽음이다.신화에 나오는 것처럼, 바로 그 적이찢어진 외투를 걸친 해골의 모습으로.. 2024. 11. 30.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준비한다고 말끔하게 이루어지는 건 별로 없다. 삶이란 그런 것 같다. '상담실'은 암통합진료센터에 있었다.마음은 바쁘지만 상담사의 말머리를 따라 한담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이분이 지금 날 데리고 뭘 하자는 걸까?' 싶은 걸 몇 가지 묻더니 미소를 지으며 "만점이네요!" 했다. 테스트에 통과해야 제정신이고 의향서는 제정신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시험 같은 건 더 이상 볼 일이 없겠구나, 이십몇 년 전에 그 생각을 했었는데 엉겁결에 한 가지 시험을 치렀다.호스피스 이야기도 했다. 기회가 오기나 하면 좋겠다. '중단 항목'은, 그 시간이 되면 이 중 어느 항목이 나에게 그 '중단'의 행운(!)을 가져다줄까 생각하게 했다. 2024. 11. 10.
자신의 죽음이 남은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게 하라고? 소노 아야코는 나이 들고 죽는 것에 대해 요모조모 구체적인 생각을 써서 《계로록(戒老錄)》(1972)이라는 책을 내었는데 123가지의 부탁 중 맨 마지막의 것은 "자신의 죽음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죽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만날 수가 없고, 어떠한 이야기도 실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당장 내게 닥쳤다고 하면 온갖 일들이 다 그렇겠지만 이 부탁은 생각만 해도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돈, 지위, 이름 등을 남기라는 것이 아니다.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다가 죽었다는 실감을 자식들에게 심어주라는 것이다.종종 '어차피 너희들은 내가 죽는 것을 바라고 있을 테니까'라는 식의 비위를 긁는 말을 하는 노인들이 있으나 이러한 말은 인간의 심리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 2024. 8. 27.
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욕망이 놓아주지 않아서 왕관을 벗어 버리고 이곳에 숨어 수도자 생활을 하려던 열망을 지녔던 비극의 황제 니키포로스 포카스가 건설했다는 유명한 대수도원 라브라스를 어서 보고 싶어서 우리들은 날이 밝자마자 길을 떠났다. 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욕망이 놓아주지 않아서 황제는 속세를 떠날 날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다시 미루면서 기다렸다. 그러다가 결국 가장 신임했던 친구가 칼을 들고 찾아와서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럴 수가 있나...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 》(나의 벗 시인─아토스 산)에 나온 이야기다. 니키포로스 포카스 황제가 아직 젊었던가? 그랬다면, 좀 더 살아보고 나중에 결정해도 좋았을 일을... 그렇게 미련을 둘 일도 아니었건만... 혹 모르는 일이긴 하지. 다 늙어빠져서도 성.. 2024. 7. 24.
가브리엘 루아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 가브리엘 루아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이소영 옮김, 이덴슬리벨 2012       할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살고 있다. 사 남매를 둔 할머니의 자손은 여러 명이다. 이제 그 아이들 이름도 잊었고, 그 손주들은 지나는 길에 들러 단 5분도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떠나버린다.여섯 살 외손녀 크리스틴이 어머니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할머니 댁에 머물게 되어 따분해하자, 할머니는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찾아 레이스 달린 원피스를 입고 멋진 모자에 여행 가방을 갖추어 곧 여행을 떠날 공주 차림의 인형을 만드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크리스틴은 못하는 게 없을 할머니를 좋아하게 된다. "우린 늘 우리가 바라던 일에서 벌을 받기 마련이지. 난 삶이 편안하고 질서가 제대로 잡히기만을, 그래서 애들이 치마폭에 매달려 시도 .. 2024. 6. 26.
시몬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강초롱 옮김, 을유문화사 2021 죽음은 누구에게나 가장 무거운 숙제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지 않은 척해봐야 별 수 없겠지. 시몬 드 보부아르와 그녀의 어머니는 서로를 부정해 온 사이였다. 딸이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을 했으니(그것만도 아니긴 했지만) 그럴 수밖에. 어머니는 그랬겠지. "우리 집안에서 계약결혼이라니! 말이 돼?" 그러나 시몬 드 보부아르가 죽어가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 아주 편안한 죽음? 그런 죽음이 있을까 싶진 않고 죽음의 순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때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리치료사가 침대로 다가와 이불을 걷어 올리고는 엄마의 왼쪽 다리를 붙잡.. 2024. 2. 14.
문성란(산문) 「어느 무명 시인에게 배운 것」 시처럼 읽혔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 같은데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의도하지 않았을 듯한 기승전결(起承轉結)이 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떠난 이가 있고 보낸 이가 있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영영 떠난 이도 보낸 이와 지켜본 이들도 다 행복한 사람들이었다(부러웠다). 지켜본 이 중에는 이 글을 쓴 시인이 있다(늦었겠지, 시인이 아니어도 시인처럼 살아보려고는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어느 무명 시인에게 배운 것 / 문성란 버스를 기다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래된 습관이다. 티끌 하나 없이 맑은 하늘이 보일 때도 있고, 구름송이를 띄운 하늘이 보일 때도 있고, 더러는 울음을 머금은 것처럼 어둡게 내려앉을 하늘일 때도 있으나 오늘은 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시린 하늘이다. 가지에 꽃눈을 움켜쥐.. 2023. 10. 31.
그녀를 위한 눈물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을 때는 좀 일러서 단 두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녀였고, 말이 없었고,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여서 한 번만 더 쳐다보고는 그만 봤습니다. 예사로운 장면이었다면 마음놓고 몇 번 더 살펴봤겠지요. 어머니는 많이 늙었고, 딸은 삼사십 대?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고 냉랭한 표정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서 나가면서도 그들 사이에는 단 한 마디 대화도 없었습니다. 딸이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 순간 바닥에 무거운 물건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두 명의 여 종업원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습니다. 그런데도 딸과 어머니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장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출입구와 홀 사이에 파티션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한참만에 일어나는 듯했습니다. "괜찮아요.. 2023. 9. 27.
"사람의 일생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람의 일생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유종호, 「산등성이의 남향 참호」 『현대문학』 연재 《회상기回想記-나의 1950년》 제10회(2015년 10월호, 206쪽). "한국 인구에 다섯을 기여한 뒤 심장마비로 4·19 나던 해 쉰이 채 안 된 나이로 세상을 뜬 작은이모의 전성시대"를 이야기하며. 나의 어머니도 마흔여덟에 세상을 떠났다. 그 죽음은 죽어서도 흔들렸다. 나도 따라 흔들렸다. 2022. 2. 20.
『상실 수업』⑵ 편지쓰기(발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상실 수업』 김소향 옮김, 인빅투스, 2014 때로는 과거를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 그것을 정화하려고 한다. 우리의 실수가 밖으로 퍼져나가기를 원치 않으며 특히 누군가를 잃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런 작업을 거치다 보면 그 사람의 전부 그리고 장단점, 밝고 어두운 면 모두 포함한 그대로의 모습을 애도할 기회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150) 슬픔은 밖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고통과 슬픔은 오직 표현할 때만이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사랑한 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실천하기 편하며, 단어를 밖으로 꺼내어 언제든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의사소통을 상실해버린 고인이 된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써야 하며 심지어 왜 편지를 써야 하는가? 기억나는 만큼 멀리 과거.. 2022. 2. 10.
앨리스 먼로 〈물 위의 다리〉죽음 앞에서 만난 사람 앨리스 먼로 소설 〈물 위의 다리〉 소설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뿔 2007) 마흔넷 유부녀 지니가 캄캄한 밤에 웨이터 리키와 함께 있다. 처음 만난 사이이다. "보여 드릴 게 있어요. 아마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런 걸 보여 드릴 게요." 그가 말했다. 이전이었다면, 이전의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지금쯤 겁이 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사실 예전의 정상적인 그녀라면 애당초 이렇게 따라나서지도 않았겠지만. "호저예요?" 그녀가 물었다. "아뇨, 호저는 아니에요. 호저만큼 흔한, 그런 게 아니에요. 적어도 제가 아는 한은요." 1킬로쯤 더 가서였던가, 그가 전조등을 껐다. "별 보여요? 저기, 별이요." 그가 물었다. 그가 차를 세웠다. 처음에는 사방이 그저 고요로 가득한 것 같았지만 사실은 아주.. 2021.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