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을 때는 좀 일러서 단 두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녀였고, 말이 없었고,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여서 한 번만 더 쳐다보고는 그만 봤습니다. 예사로운 장면이었다면 마음놓고 몇 번 더 살펴봤겠지요.
어머니는 많이 늙었고, 딸은 삼사십 대?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고 냉랭한 표정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서 나가면서도 그들 사이에는 단 한 마디 대화도 없었습니다.
딸이 계산을 하고 돌아서는 순간 바닥에 무거운 물건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두 명의 여 종업원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습니다. 그런데도 딸과 어머니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장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출입구와 홀 사이에 파티션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한참만에 일어나는 듯했습니다.
"괜찮아요?"
종업원이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데리고 왔으면 말이라도 하든지..."
"어머니에게 어떻게..."
그들이 나가고 나자 종업원들이 수군거렸지만 잘 들리진 않았습니다.
아내가 내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사흘만 앓고 죽어야 해!"
"절대로 신세 질 생각하면 안 돼!"
한두 번 들은 것이 아니어서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는 주문입니다. 나는 골똘히 생각하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매번 '꼭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곤 합니다.
노파의 표정을 좀 봐둘 걸 싶었습니다.
그녀는 그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오후를 보내고 잠들고 오늘은 무얼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숨 쉬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딸에게는 무엇을 잘못 했을까요, 아니면 어떤 치부가 드러난 것일까요?
그게 중요하진 않겠지요. 후회는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까요.
그녀가 치매여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상태인가, 아니면 이건 그녀에 대한 내 바람이지만 자신이 딸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걸, 그리고 세상은 결국 이런 곳이라는 걸 생생하게 파악하는 상태인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삶이니까 힘이 있어 살 때는 살고, 힘이 빠져 사라지게 되었을 때는 다 알아채면서도,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걸 파악하면서도, 그렇게 의연하게 말없이 사라지면 된다는 확신을 가졌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내가 어딘가에 공공연하게 버려질 수도 있겠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정신이 나간 상태라면') 별로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을 것이므로 태연할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아직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일 때다. 늙음을 자각할 수 있고 주관적으로 괴로워할 입장에 놓인 상태가 두려운 것이다."
소노 아야코는 그렇게 썼고,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그렇다, 끝까지 늙음을 자각하고 비참한 상태에 놓였다는 걸 느끼면서 사라질 수 있으면 싶은 것이다. 외면하지 말고 주시하는 상태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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