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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마르셀 프루스트18

그렇게 사랑해 놓고 왜 헤어질까?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커플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텔레비전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나는 아내에게 매번, 무조건 미안해진다. '나는 왜 저렇게 못해 주었을까?......' 그들이 부럽고 '저 커플은 그동안 어려웠으니까 영원히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그들이 부러운 그만큼 아내에게 더욱더 미안해하곤 한다. 우리의 처지가 민망해서 그 프로그램을 함께 보고 있기가 난처할 때도 있다. 그런 커플을 '선남선녀(善男善女)'라고 하겠지? 아닌가? 글자 뜻 그대로 단순하게 착하기만 한 게 아니라 '나무꾼과 선녀'에 나오는, 하늘에서 내려온 그 신선 같은 '선남선녀(仙男仙女)'인가 싶어 하다가 사전을 찾아보고 '善男善女'라는 걸 확인했다. 글자로는 그렇지도 그 의미는 두 가지 단어의 어.. 2024. 1. 25.
존 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2) 존 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유정화, 이봉지 옮김, 민음사 2018 존 러스킨의 견해(예) 존 러스킨의 강연은 95개 절(節)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은 그중 한 절이다 25. (...) 축어적 검토야말로 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세와 표현을 세세히 살피고 항상 저자의 입장에서 보며, 우리 개성을 지우고 저자의 입장이 되어 밀턴을 오독하면서 "나는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밀턴이 이렇게 생각했군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은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라는 것에 점차 무게를 두지 않게 될 겁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그다지 심각하게 중요하지은 않다는 사실, 그리고 어느 주제에 대한 여러분.. 2024. 1. 15.
존 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존 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유정화, 이봉지 옮김, 민음사 2018 1 독서란 어떤 것인지, 존 러스킨과 마르셀 프루스트의 견해가 극명하다. 「참깨: 왕들의 보물」「백합: 여왕들의 화원」은 남성(왕)과 여성(여왕)을 대상으로 한 존 러스킨의 강연집이고 「독서에 관하여」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존 러스킨의 강연 내용을 보고 반박한 내용으로 두 가지 다 흥미로웠다. 러스킨은 독서가 인생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독서 관행, 책의 가치와 특징, 독서법, 교육의 목적과 의무, 여성 교육, 가정과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확고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책 자체의 내용, 단어의 정확한 의미 파악과 사용 등을 국민 교육의 입장에서 강조했다. 2.. 2024. 1. 14.
발견 : 삶과 아름다움 사이의 절망적 간극 극복 방법 여기 돈이 많아서 집 안을 아름답게, 화려하게 꾸며놓고 살아가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젊은이가 있다. 누추한 자신의 집을 둘러보며 우울해하는 그 젊은이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에세이에 등장한다. 젊은이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서 식탁보 위의 나이프, 먹다 만 과일 조각, 뜨개질을 하고 있는 어머니, 찬장 위 술병 옆의 고양이를 둘러보며 서글퍼하고 혐오감을 느낀다. 프루스트는 이 젊은이가 우울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고 싶어서 그를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게 하되 웅장한 궁전을 그린 베로네세, 항구 풍경을 그린 클로드, 군주의 생활을 그린 반다이크의 그림보다는 장 바티스트 샤르댕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화가 샤르댕은 과일 그릇, 주전자, 커피 주전자, 빵 덩어리, 나이프, 와인이 담긴 유리잔, 납작한.. 2024. 1. 4.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박중서 옮김, 청미래 2011 흥미롭다. 우리의 삶을 바꿔준다? 방법이 제시되었다. 1. 오늘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2. 나를 위해서 읽는 방법 3. 시간 여유를 가지는 방법 4. 성공적으로 고통받는 방법 5.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6.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 7. 눈을 뜨는 방법 8. 사랑 안에서 행복을 얻는 방법 9. 책을 내려놓는 방법 알랭 드 보통의 여느 책처럼 좀 현학적인 문체에 끌려가며 읽어야 해서 다 읽고 나니까 '뭐였지? 어떤 방법이었지?' 하고 몇 가지는 다시 찾아 확인했다. 알랭 드 보통이 프루스트의 글을 인용하여 제시한 대로 내 삶을 바꾼다? 그럼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이고, 이런 관점을 확인해 가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 2023. 12. 2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주치자마자 반해버린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된 것 같은 악절 김화영 교수의 소개로 『현대문학』에 연재되고 있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옮겨 썼습니다. 연주를 지켜보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모습이 보일 듯한 부분입니다. 번역을 하고 있는 김화영 교수가 '벵퇴유의 소나타'라는 소제목을 붙인 부분인데 몇 년 몇 월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DAUM의 블로그 시스템은 각주를 달 수 있어서 출처를 메모해 두었는데 블로그 시스템이 변하면서 변환을 시키는 방법을 알 수가 없어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줄을 비운 곳은, 제 마음대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읽기에 좀 낫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끝냈을 때 스완은 좌중의 누구에게보다도 그 피아니스트에게 더 친절하게 대했는데 그 까닭은 이러했다. 일 년 전 그는 어떤 야회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어떤 .. 2022. 3. 26.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잠자는 알베르틴 2. 잠자는 알베르틴 - 프루스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5권 『갇힌 여인La Prisonniere』 기나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갈피에는 “여기요!” 하고 속삭이고 싶은 장면, 주제, 이미지들이 감추어져 있다. 그 중 『갇힌 여인』에서 나레이터인 마르셀은 발베크 바닷가에서 만난 여러 명의 아름다운 여자들 중 한 사람인 알베르틴을 마침내 파리에 있는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다. 그녀는 마르셀의 “갇힌 여인”이 된다. 그러나 한 지붕 밑에서 함께 지내면서도 마르셀은 그 여자를 소유하지 못한다. 곁에 있어도 그리운 그녀가 외출만 하면 온갖 상상에 사로잡히고 질투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그는 어느 날 밤, 깜빡 잠이 든 그녀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잠은 대상을 가장 가까운.. 2022. 3. 14.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할머니의 목소리 전화를 통해 듣는 할머니 목소리가 묘사되어 있는 걸 봤습니다. 2010년 12월 17일 늦은 밤, 그런 할머니는 세상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기록되는 할머니, 이렇게 소중한 목소리로 기억되는 경우는 얼마나 드문 것인지 한 자 한 자 필사를 하던 초겨울 밤이 있었습니다. 그 밤, 나는 욕심을 내고 있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이 포스팅에는 댓글란을 두지 않았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할머니가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을 적마다 나는 할머니가 내게 하는 말을 언제나 두 눈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그 얼굴의 펼쳐놓은 악보에 비추어 따라 읽었을 뿐 할머니의 목소리 그 자체에 귀를 기울이는.. 2021. 5. 3.
트레이시 슈발리에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진주 귀고리 소녀》 양선아 옮김, 강 2004 1 2004년에 읽고 엄청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신을 차려서 '썩' 좋은 독후감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게 16년,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렀습니다. 이번에도 '정신을 차려서' 썩 좋은 독후감을 쓰려고 하면 나는 이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거나 이곳저곳 자세히 살펴봐야 할 테니까 결국 독후감 숙제를 또 미루기 쉽고, 그러면 세월은 또 유수와 같이 16년쯤 흐른다면 2036년 경에 다시 마음을 먹게 될 것 같아서 오늘 그냥 생각나는 대로 메모라도 해놓고 말기로 했습니다. 썩 좋은 독후감 쓰기는 내겐 불가능한 일이고 괜히 세월만 가니까 아예 포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2 표지의 소녀는 베르메르라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가 그렸는데, 그 화가.. 2020. 5. 4.
노인취급 Ⅱ-『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낮에는 점심을 먹고 이곳에서 교보문고 사거리까지 다녀옵니다. 괜히 걷는 거죠. 병원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행색을 좀 살펴보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물론 그들이 저를 보고 '강남에 갑자기 뭐 저런 인간이 다 왔나' 그러는 경우가 흔하겠지만- ‘이건 참 아무것도 아니다’ 싶어서 아예 교보문고에 들어갔다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것 좀 보십시오. 요즘은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깜빡깜빡하기가 일쑤여서 잘 읽지도 않지만 인터넷으로 사면 대부분 10% 할인인데, 그걸 정가대로 주고 한 권씩 사서 들고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갈 때는 '책 사러 간다'가 되고, 올 때는 '책 사가지고 온다'가 되는 명분을 마련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에릭 카펠릭스라는 사람이 만든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 2010. 6. 11.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Ⅴ -스완의 사랑, 스완의 음악- 하이, 코코! 다시 옮겨씁니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화자(話者)의 인격을 이루는 다양한 면모가 치밀하게 소개됩니다. 이번에는 여성, 그리고 여성과 연계하여 음악에 대한 관점이 드러난 부분 중에서 한 부분을 옮깁니다.1 스완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하게 되었는데, 스완은-스완의 사랑은, 화자(話者), 나아가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자신의 자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문학』 연재 제13회의 주(註)에 다음과 같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2 우리는 이 화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상감되듯 새겨져 있었다는 것, 그것은 어린 시절의 잠 못 이루는 기억의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 아울러 스완이 경험한 사랑은 화자 자신의 의식 속에 '자유 연상을 통해서' 거울 .. 2010. 4. 15.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 「델프트의 풍경」, 1660~1661년경. 캔버스에 유채, 98.5×117.5, 해이그, 마우리츠하위스. 이 그림을 더 잘 볼 수 있는 블로그 ☞ http://blog.daum.net/nh_kim12/17201642 하이, 코코. 어떻게 지내요? 학교 생활이나 기숙사 생활이나 여전히 즐거워요? 코코가 있는 곳은 언제나 즐거운 곳일 것 같아요.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우리들의 삶 아니겠어요? 빨리빨리 세월이 가서 코코가 그림을 가르치는 모습을 봤으면……. 초조해서는 안 되겠지요? 재촉한다고 빨리 배우는 건 아니니까요. 『현대문학』연재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찾았어요.* 그러나 오데트가 돌아가고 나면, 스완은 다음에 또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자면 또 얼마나 지루할까요, 하.. 2010.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