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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마르셀 프루스트1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주치자마자 반해버린 여자를 다시 만나게 된 것 같은 악절 김화영 교수의 소개로 『현대문학』에 연재되고 있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옮겨 썼습니다. 연주를 지켜보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모습이 보일 듯한 부분입니다. 번역을 하고 있는 김화영 교수가 '벵퇴유의 소나타'라는 소제목을 붙인 부분인데 몇 년 몇 월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DAUM의 블로그 시스템은 각주를 달 수 있어서 출처를 메모해 두었는데 블로그 시스템이 변하면서 변환을 시키는 방법을 알 수가 없어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줄을 비운 곳은, 제 마음대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읽기에 좀 낫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끝냈을 때 스완은 좌중의 누구에게보다도 그 피아니스트에게 더 친절하게 대했는데 그 까닭은 이러했다. 일 년 전 그는 어떤 야회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어떤 .. 2022. 3. 26.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잠자는 알베르틴 2. 잠자는 알베르틴 - 프루스트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5권 『갇힌 여인La Prisonniere』 기나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갈피에는 “여기요!” 하고 속삭이고 싶은 장면, 주제, 이미지들이 감추어져 있다. 그 중 『갇힌 여인』에서 나레이터인 마르셀은 발베크 바닷가에서 만난 여러 명의 아름다운 여자들 중 한 사람인 알베르틴을 마침내 파리에 있는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다. 그녀는 마르셀의 “갇힌 여인”이 된다. 그러나 한 지붕 밑에서 함께 지내면서도 마르셀은 그 여자를 소유하지 못한다. 곁에 있어도 그리운 그녀가 외출만 하면 온갖 상상에 사로잡히고 질투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그는 어느 날 밤, 깜빡 잠이 든 그녀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잠은 대상을 가장 가까운.. 2022. 3. 14.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할머니의 목소리 전화를 통해 듣는 할머니 목소리가 묘사되어 있는 걸 봤습니다. 2010년 12월 17일 늦은 밤, 그런 할머니는 세상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기록되는 할머니, 이렇게 소중한 목소리로 기억되는 경우는 얼마나 드문 것인지 한 자 한 자 필사를 하던 초겨울 밤이 있었습니다. 그 밤, 나는 욕심을 내고 있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이 포스팅에는 댓글란을 두지 않았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할머니가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을 적마다 나는 할머니가 내게 하는 말을 언제나 두 눈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그 얼굴의 펼쳐놓은 악보에 비추어 따라 읽었을 뿐 할머니의 목소리 그 자체에 귀를 기울이는.. 2021. 5. 3.
트레이시 슈발리에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진주 귀고리 소녀》 양선아 옮김, 강 2004 1 2004년에 읽고 엄청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신을 차려서 '썩' 좋은 독후감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게 16년,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렀습니다. 이번에도 '정신을 차려서' 썩 좋은 독후감을 쓰려고 하면 나는 이 소설을 다시 한 번 읽거나 이곳저곳 자세히 살펴봐야 할 테니까 결국 독후감 숙제를 또 미루기 쉽고, 그러면 세월은 또 유수와 같이 16년쯤 흐른다면 2036년 경에 다시 마음을 먹게 될 것 같아서 오늘 그냥 생각나는 대로 메모라도 해놓고 말기로 했습니다. 썩 좋은 독후감 쓰기는 내겐 불가능한 일이고 괜히 세월만 가니까 아예 포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2 표지의 소녀는 베르메르라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가 그렸는데, 그 화가.. 2020. 5. 4.
노인취급 Ⅱ-『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낮에는 점심을 먹고 이곳에서 교보문고 사거리까지 다녀옵니다. 괜히 걷는 거죠. 병원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 행색을 좀 살펴보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물론 그들이 저를 보고 '강남에 갑자기 뭐 저런 인간이 다 왔나' 그러는 경우가 흔하겠지만- ‘이건 참 아무것도 아니다’ 싶어서 아예 교보문고에 들어갔다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것 좀 보십시오. 요즘은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깜빡깜빡하기가 일쑤여서 잘 읽지도 않지만 인터넷으로 사면 대부분 10% 할인인데, 그걸 정가대로 주고 한 권씩 사서 들고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갈 때는 '책 사러 간다'가 되고, 올 때는 '책 사가지고 온다'가 되는 명분을 마련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에릭 카펠릭스라는 사람이 만든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 2010. 6. 11.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Ⅴ -스완의 사랑, 스완의 음악- 하이, 코코! 다시 옮겨씁니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화자(話者)의 인격을 이루는 다양한 면모가 치밀하게 소개됩니다. 이번에는 여성, 그리고 여성과 연계하여 음악에 대한 관점이 드러난 부분 중에서 한 부분을 옮깁니다.1 스완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하게 되었는데, 스완은-스완의 사랑은, 화자(話者), 나아가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자신의 자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문학』 연재 제13회의 주(註)에 다음과 같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2 우리는 이 화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상감되듯 새겨져 있었다는 것, 그것은 어린 시절의 잠 못 이루는 기억의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 아울러 스완이 경험한 사랑은 화자 자신의 의식 속에 '자유 연상을 통해서' 거울 .. 2010. 4. 15.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 「델프트의 풍경」, 1660~1661년경. 캔버스에 유채, 98.5×117.5, 해이그, 마우리츠하위스. 이 그림을 더 잘 볼 수 있는 블로그 ☞ http://blog.daum.net/nh_kim12/17201642 하이, 코코. 어떻게 지내요? 학교 생활이나 기숙사 생활이나 여전히 즐거워요? 코코가 있는 곳은 언제나 즐거운 곳일 것 같아요.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우리들의 삶 아니겠어요? 빨리빨리 세월이 가서 코코가 그림을 가르치는 모습을 봤으면……. 초조해서는 안 되겠지요? 재촉한다고 빨리 배우는 건 아니니까요. 『현대문학』연재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찾았어요.* 그러나 오데트가 돌아가고 나면, 스완은 다음에 또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자면 또 얼마나 지루할까요, 하.. 2010. 3. 14.
고영민 「앵 두」 앵 두 고영민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쒱, 하고 가로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는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간간, 브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깨끗한 솜씨와 감각이다. 시 쓰기 시험이 있다면 모범답안 가운데서 빠질 리 없을 것이다. “둥글고 빨간 화이바”의 그녀 얘기가 ‘앵두’란 두 음절의 제목에 받쳐져 산뜻한 균형과 더불어 아연 생기롭다. ‘앵두’ 쪽에서도 마찬가지. “빨간 화이바”의 그녀와 나란히 놓임으로써 예기치.. 2010. 1. 1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Ⅳ - 만남, 그리움 『현대문학』에 연재되고 있는 이 소설의 한 부분입니다. 질베르트의 출현과 산사꽃 …(전략)… 생울타리 틈으로 정원 안의 오솔길이 하나 보였는데 그 길가에 피어난 재스민, 팬지, 마편초 사이로 꽃무들이 열어 보이고 있는 신선한 주머니는 옛 코르도바산 가죽으로 지은 향긋하고 빛바랜 장밋빛인데, 한편 자갈 위에는 초록색의 물 호스가 풀어져서 길게 뻗어 있고 그 뚫어진 구멍들에서 꽃잎들 머리 위에 다채로운 작은 물방울들이 뿜어나와 프리즘 같은 수직의 부채를 만들어 세우며 꽃향기를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나는 그만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마치 어떤 환영이 나타나서 단지 우리의 시선만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은 지각을 요구하고 우리의 존재를 송두리째 다 손아귀에 넣어버렸.. 2009. 12. 23.
햇살에 관한 기억 부천 소사동 아파트는 동남향이어서 아침나절의 거실에 오랫동안 햇살이 비치지는 않았습니다. 주말 오전의 그 시간에 신문을 읽고 앉아 있으면 온갖 정서가 밀려와 그렇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햇살이 집안에 비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행복한 시간에……’ 매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햇살이 스러져가면 주말이 다 간 것 같은 서운함이 밀려왔습니다. 이곳 평내동 아파트는 남서향이어서 오전의 그 시간이 역시 짧은 편입니다. 그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만약 시인이라면, 그 짧은 시간에 시 한 편을 얼른 다 지어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늦은 밤 맞은편 아파트에서 건너오는 불빛이나 보안등 불빛을 달빛이라고 착각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그러면 달빛 속.. 2009. 12. 4.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Ⅲ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김화영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문학성’ 혹은 문학의 ‘자기 지시기능’ - 월간『현대문학』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다음 문장에 밑줄을 그어놓았습니다. 글의 분위기가 생각날 수 있도록 앞뒤의 몇 문장을 덧붙여 옮겼습니다(『현대문학』2009년 8월호, 213, 220). “벌써 세 시라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게 흐르는 시간이라니까!” 무엇이 와서 부딪친 것인지, 유리창을 때리는 작은 소리가 한 번, 그 다음에는 이층 창문에서 모래를 뿌리는 듯 다량으로 가볍게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이어 그 쏟아지는 소리가 넓게 퍼지면서 고르게 조절되며 어떤 리듬을 갖추는 듯하더니 음악처럼 낭낭한 소리를 내며 무수하게 불어나 온 세상에 골고루 퍼.. 2009. 8. 11.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Ⅱ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에 연재 중인 이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4월호(연재 제4회)에는 지난 번에 소개한 부분에 나오는 그 '어머니'에 대한 회상이 라는, 역자가 임의로 붙인 작은 제목의 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다음은 그 중의 일부입니다. 어머니는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충실하게 읽는 낭독자는 못 되었지만, 무엇인가 진정한 감정의 어조가 느껴진다 싶은 작품의 경우에는, 그 해석이 경건하고 소박하며 그 목소리가 아름답고 부드럽다는 점에서 역시 훌륭한 낭독자였다. 실생활에 있어서도,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예술작품이 아니고 사람인 경우, 그가 전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라면, 당신의 목소리나 태도나 말투에서 그.. 2009.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