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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908

올해 스물여덟 친구 같은 아이 이 아이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제자? 글쎄요... 그렇게 부르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요. 제가 교장일 때 만난 아이예요. 교장실에 들어와서 이야기하고... 누가 결재받으러 들어오면 부탁하지 않아도 저만치 떨어져 뭔가를 살펴보고... "그럼 제자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이렇게 물을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교장이라고 해서 그 학교 아이들을 다 제자라고 하나요?" 그럼 부끄러워지지 않겠어요? 요즘은 담임을 했어도 선생 취급 못 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그럼 친구? 나이 차가 엄청 많이 나는 친구? 어쨌든 나는 좋습니다. 그 아이를 제자라고 하면 과분하긴 해도 나는 좋고, 왠지 친구 같은 느낌도 있으니까요. 결재 좀 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다가온 것도 아니고, 굳이 뭘 좀 가르쳐달라고.. 2022. 12. 1.
쓸쓸하고 썰렁한 '공감' 내 블로그는 조용합니다. 댓글을 쓰는 사람도 공감을 해주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젊은이들 블로그를 구경해보면, 고기 사먹고 차 마시고 옷 사고 구경하고 놀고...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는 걸 사진 중심으로 전문 편집인처럼 구성한 포스팅에는 댓글도 흔히 2, 30명 혹은 5, 60명, ♡ 표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공감'은 더욱 많아서 흔히 2, 300명이었습니다. 블로그라는 것이 이젠 대부분 여성이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젊은이가 아니어도 아름다운 사진을 싣고 글은 사진 설명만 조금 쓰는 블로그를 가보면 블로그 주인이 답글을 써주지도 않는데도 댓글이 3, 400명, '공감'은 5, 6000명이 예사입니다. 나의 경우 '공감'도 없고 댓글도 없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댓글은 그렇다 치고 '공감'의 경우 「.. 2022. 11. 29.
꿈에 대해 아는 척하기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하필이면 공부는 하기 싫고 해서 자주 서점을 기웃거렸습니다. 저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라는 책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두세 페이지쯤 읽고 중단했는데 워낙 재미가 없고 어렵기만 해서("당시에 나온 책들은 번역이 잘못되었던 것일까요?" "설마." "그럼 왜였지?...") 도저히 더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놓고는 그냥 다 읽은 척해버렸습니다. 내가 그걸 자랑했기 때문이었겠지요. 꽤 여러 아이들이 내게 꿈 얘기를 하고 '해석'을 부탁하곤 했습니다. 독파한 책이 '꿈의 해석'이었으니까요. 저도 다 꾸어봐서 아는 거지만 애들 꿈이란 게 별것 있겠습니까? 꿈 얘기를 다 듣고는 걸핏하면 이렇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이런! 여자를 더 깊이 있게 사귀어 봐. 다 여.. 2022. 11. 23.
"나 외로워!"(사실은 나도 그래!) # TV 채널만큼 선택지가 많은 것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책? 글쎄... 아내가 자리에 없으면 돌연 마음이 좀 해이해지면서 그 채널을 3~5초, 길어봤자 10여초 만에 하나씩 다 돌려보고 싶어진다. 그동안 수없이 그래봤자 별 수 없었는데도 매번 '오늘은?' 싶어한다. 일단 0부터 50까지 올라가 보고 그다음에는 100부터 51까지 내려와 본다. 10분이면 충분하다. 0 아래로 내려가도 채널이 있고 100 위로 올라가도 많을 것 같지만 굳이 거기까지는 가보고 싶지도 않다. # 반은 홈쇼핑이고 반은 가요, '먹방', 알고 보면 건강식품 이야기, 아주 혼을 빼앗기지만 보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오락(예능? 글쎄? 예능이라면 학교에선 음미체였는데?), 스포츠, 뉴스와 뉴스해설...... 심각한 건 찾기 힘들.. 2022. 11. 22.
새해 준비 11월 하순에 접어듭니다. 단풍은 남아 있습니다. 눈 남은 건 잔설(殘雪)이라고 하던데 단풍 남은 건 뭘까요? 가로수에 꼬마 점멸 전구들(은하수 전구?)을 매달고 있습니다. 별처럼 반짝이겠지요. 나는 올해도 이렇다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헉헉거리며 세월을 따라왔습니다. 점검하고 반성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내년이라고 뭐가 달라질 리도 없습니다. 자주 초조해지기만 합니다. 별일 없으면 다행인 줄 알며 지내려고 합니다. 2022. 11. 21.
정훈희 '안개' 안개의 도시였습니다. 가망 없다는 느낌인데도 다른 길은 없어서 학교나 다녔고, 더러는 아무도 몰래 안갯속으로 빠져들어가 낮에 함께 공부하던 이성을 만났습니다. 안개 때문에 누가 오고 누가 갔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고 만나서 무얼 했는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소녀 정훈희의 '안개'가 저녁마다 거리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그 노래는 누가 어디서 누구와 만나 어떤 얘기를 하는지 샅샅이 다 들었을 것입니다. 나는 가망 없다는 느낌만으로도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필이면 그 '안개'가 휩쓸고 지나가는 바로 그 거리를 끝없이 헤매고 있었습니다. 내게 다가온 사람들은 내가 가망 없어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런 기대나 희망을 느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런 느낌으로 하나씩 하나씩 멀어져 가버렸고 .. 2022. 11. 20.
영화 《내 아내의 외출》 타라는 남편인 마크와 딸 플로리, 아들 테드가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마크는 매일 아침 깨어나 그녀와 성관계를 갖지만, 타라는 가만히 견딜 뿐이다. 아침 식사를 차려주어도 아이들은 먹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의 식사와 등하교를 도와주는 건 타라지만 아이들은 재미있는 아빠만 좋아한다. 타라의 우울감을 느낀 마크는 그녀를 달래 보기도 하지만 욱하는 성격에 폭언과 말실수를 하고, 타라는 엄마를 찾아가 상담해보지만 엄마는 그저 지나가는 한 때라고 일축한다. 타라는 멀리 나가 길거리를 구경하고, “여인과 일각수”에 관한 책을 사며 바깥 활동을 해보려던 것도 잠시, 아이들 앞에서 욕하는 마크를 보고는 홧김에 집을 나와 버린다. (DAUM 영화 '주요 정보'에서) 타라는 아무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외로워 보인다고.. 2022. 11. 18.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게 되었다. 2022. 11. 16.
BTS "봄날" 나는 요즘 우울합니다. 우울한 날에도 늙어가긴 합니다.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도 시간은 갑니다. 혼자서 BTS 부산 공연 실황 중계방송을 보던 밤이 떠오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보라색 함성'이 지금도 다 그대로 "보입니다". 그때도 나는 우울 모드였는데 아, 이런... 그때는 지금보다는 덜 우울했고 나았던 것 같습니다. 그 가을밤이 그립습니다. 지금 생각하니까 그 때가 '가을밤'이었습니다. 그런대로 좋은 가을밤이었었습니다. '봄날'이었지요, 아마? 그들이 끝에, 개별로 이별 인사를 하기 전에, 그러니까 공연 마지막에 불러준 노래... 봄날... 그들은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면 오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나는 그 "여러분"의 한 명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2022. 11. 14.
내가 기다리는 곳 10~20분쯤, 길 때는 한 시간 이상일 때도 있습니다. 나는 10분도 좋고 한 시간도 괜찮습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앉아 있거나 서성이거나 하는 것이 싫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기다리게 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누구를 기다려 줄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실없는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내가 기다렸었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 정겹기도 하지만 불편하기도 합니다. 무덤덤하게 떠오르고 말면 좋겠습니다. 눈물 글썽이거나 풀이 죽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그 어느 것도 달갑지 않습니다. '가랑잎 정도'로 소멸되면 그만입니다. 그러니까 바람 부는 곳도 따뜻한 곳도 필요 없습니다. 잘 듣고 기억하는지 몰라도 그걸 바란다고 이야기해 놓았습.. 2022. 11. 11.
나는 '꼰대'가 되어 살아가네 묻지도 않았는데 늘 먼저 '답'을 주려고 하고, 심지어 그 '답'조차 유효기간이 지났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그 사람을 피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묻지도 않은 답을 들을 시간도 없을뿐더러 그 답 속에 섞여 있을 자신에 관한 평가나 판단도 듣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설교를 늘어놓는 일명 '꼰대' 기질은 나이 드신 분에게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오래 일했고, 많이 경험했으니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이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구범준 세바시 대표 PD 「나이 들수록 '?'가 필요해」(《○○○○○》2022.11.)에서. 사람들이 "꼰대" "꼰대" 해서 어렴풋이 나이 들어 망령이 나기 시작한 사람을 보고 그러는가 보다.. 2022. 11. 7.
달빛 그림 달빛 좀 비친 것 가지고... 음악이 있었으면 울 뻔했네. 오랫동안 어디 멀리 다녀온 사람처럼... 2022.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