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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1065

그렇게 사랑해 놓고 왜 헤어질까?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커플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텔레비전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나는 아내에게 매번, 무조건 미안해진다. '나는 왜 저렇게 못해 주었을까?......' 그들이 부럽고 '저 커플은 그동안 어려웠으니까 영원히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기도 하고, 그들이 부러운 그만큼 아내에게 더욱더 미안해하곤 한다. 우리의 처지가 민망해서 그 프로그램을 함께 보고 있기가 난처할 때도 있다. 그런 커플을 '선남선녀(善男善女)'라고 하겠지? 아닌가? 글자 뜻 그대로 단순하게 착하기만 한 게 아니라 '나무꾼과 선녀'에 나오는, 하늘에서 내려온 그 신선 같은 '선남선녀(仙男仙女)'인가 싶어 하다가 사전을 찾아보고 '善男善女'라는 걸 확인했다. 글자로는 그렇지도 그 의미는 두 가지 단어의 어.. 2024. 1. 25.
이 블로그를 어떻게 하나... 2021년도에 만든 나의 블로그 이름은 '분리수거 연습'이다. 별명은 '비생물'. 자기소개란에는 '별명을 비대면 체온 측정기라고 지을까 고민했다'라고 적혀 있다. 모두 처음 블로그를 개설할 때 설정한 그대로다. 글을 올리는 카테고리는 세 개로 나눴는데, 각각 '종량제 봉투'와 '폐수' '재활용'이라고 이름 지었다. '종량제 봉투'에는 일기를, '폐수'에는 시를, '재활용'에는 나에게 영향을 준 음악이나 영화, 책을 올렸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구분이 모호해져서 카테고리를 모두 닫아버렸다(카테고리 자체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 그리고 '일기'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지금은 '일기' 카테고리만 전체 공개인 상태다. 그곳에 새 개시글을 올리면 이전 개시글은 비공개 처리한다. 어차피 내 블로그를 꾸준히 보러.. 2024. 1. 24.
한강호텔, 옛 생각 병원에 갈 때는 올림픽도로를 타고, 병원에서 올 때는 강변북로를 탄다. 비교적 길이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돌아올 때의 강변북로는 고속도로와 거의 같다. 강변북로를 오갈 때는 꼭 한강호텔과 워커힐을 찾아본다. 워커힐은 유명했던 호텔이고 한강호텔은 예전에 고 강우철 교수, 김용만 편수관 등 여러 사람과 사회과 교과서 편찬을 위한 회의 장소로 가장 많이 드나들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병원에서 돌아올 때는 한강호텔을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놓쳤나? 워커힐은 보였는데...' 기이한 느낌이 있어서 인터넷에 들어가 봤더니 아, 이런! 그 호텔이 사라지고 그곳에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었다는 뉴스가 보였다. 평당 1억은 되는 아파트일까? 그러고 보면 그때도 그 호텔은 좀 한산한 편이어서 작업하기에는 최.. 2024. 1. 21.
갑진년(甲辰年)은 언제부터죠? 아침부터 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자정까지로 예보되어 있습니다. '올겨울'은 눈이 참 흔하지만 동향 출신에게 전화를 했더니 거긴 비만 내렸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그리 멀지 떨어져 있지도 않은데 그렇습니다. 올겨울은 어느 겨울입니까? 올해는 '지금 지나고 있는 이 해'이고 올겨울은 '올해의 겨울'이라네요? 그야 그렇지요. 다른 사전을 봤더니 올해는 금년, 차년, 본년, 금년도, 올겨울은 금동(今冬)이고요. 애매하지 않습니까? 올해의 겨울? 2023년 겨울일까요, 2024년 겨울일까요? 아니면 2023년 겨울이기도 하고 2024년 겨울이기도 한 걸까요? 올해는 갑진년(甲辰年)이죠? 그건 알겠는데, 갑진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가요? 2024년 달력을 보면 1월 달력에도 분명히 갑진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갑.. 2024. 1. 17.
"저 좀 착하게 해주십시오" 2014년 5월 6일에 써놓은 글입니다. 운보 김기창의「청산도」이야기에 덧붙여져 있었는데 지금 보고, 서로 어울리질 않는 두 가지 이야기를 붙여 놓은 바보짓을 발견했습니다. 김기창 화백이 본다 해도 그렇고 「청산도」나 석가탄신일을 찾다가 보게 되는 이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 분명해서 따로 두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버릇 버리지 못했지만 나는 읽어줄 사람도 별로 없는 이 블로그에 작정하고 글을 쓰고 있고, 하나 쓴다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주절주절 늘어놓아서 일쑤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석가탄신일입니다. '이게 인간인가?' 싶어서 너무나 오랜만에 집에서 가까운 절을 찾아 부처님께 절을 올렸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절을 했는가 하면 '저 조금이라도 착한 마음 좀 갖도록 어떻게 해주십시오'.. 2024. 1. 17.
부산 국제시장에 앰프 사러가기 김위복(金位福) 교장선생님은 진짜 무서운 분이었다. 우리는 정말이지 끽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완전' 절절매며 지냈다. 지서 순경들도 우리처럼 쩔쩔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물어볼 것도 없었다. 교장선생님은 교사 경력이 단 6개월이었고 교감도 거치지 않고 바로 교장이 되었다고 했다. 초임교사 시절에 6.25 전쟁이 일어났고, 인민군이 '삐라'(전단)를 만들려고 등사기 좀 빌려달라고 아무리 간청을 해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일이 알려져 당장 교장 발령이 났고 이후로 계속 교장이었다는 것이다. 운동회가 끝날 무렵,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선배 교사들이 우르르 학교 앞 도로로 뛰어나가 줄행랑을 칠 때,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을 따라 달리느라고 숨을 헉헉거리며 왜 이러는지 물었고, 운동회가 엉망.. 2024. 1. 13.
나무의 기억 '나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의 주인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 '내가 떠나면 세상은 어떻게 되나?'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내가 떠나도 저 나무는 당연하다는 듯 저기 저렇게 서 있겠지.' 그럴 때 나는 나무를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 날 나무는 생각할 것이다. '한때 그가 이 길을 다녔지. 그의 잠깐을 영원처럼 여겼지.' 나무는 다시 다른 사람이 오가는 걸 보면서 곧 나를 잊을 것이다. 잊진 않을까? 사람은 무엇이든 금세 잊거나 오래 기억하거나 하지만 나무는 기억할 것은 영원히 기억하고, 기억하지 않을 건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지도 모른다. 나무는, 가령 저 밤나무 같으면 어떻게 적어도 150년 혹은 수백 년을 살까? 당연히 할 일이 있겠지? 할 일도 없는데 태어나고 살.. 2024. 1. 9.
'이른 아침은 아름답다'(옛 대화) 이른 아침은 아름답다. 아침 노을 속으로 차를 달리지 않아도 친구들과 테니스 치러 공원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도 가는 길에 들른 스타○스에서 2불 11센트인 톨(toll) 커피를 2불에 해주지 않아도 그리고 그 옆 '아인스타인 베이글'의 벽 장식이 눈을 즐겁게 해주지 않아도 그리고선 베이글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며 차창 밖 어느 집 마당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지나쳐 가지 않아도 이른 아침은 아름답다. 코트 저쪽 끝에 한 줄로 서 있는 겨울 나무들의 상반신이 금빛으로 빛난다. 푸른색 코트에서 게임 중인 J 교수의 오렌지빛 자캣이 멋진 엑센트가 돼준다. 이 글과 사진들을 보고 댓글을 썼었다. 2014년 12월 21일이었다. 지금도 그의 그 글은 남아 있다. 보여주신 모습들이 다 아름답다는 거죠? 왜 그런지, 구체.. 2024. 1. 5.
마침내 2024년 1월 1일 마침내 새해다. 큰 소망은 없다. 지난해는 이미 구겨진 심신이 더 구겨진 한 해였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별로 다름없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마지막을 향해 더 가까이 가는 건 정해진 일, 다행한 일이고 온갖 번민은 좀 줄어들면 더 좋겠다. 그건 욕심이니까 그 대신 나의 결점, 단점 같은 게 줄어들기를 바라진 않는다. 그렇게 또 한 해가 흘러가기를 바라는, 나름 새 아침이다. 2024. 1. 1.
2023년 12월 30일, 토요일, 눈 눈이 또 옵니다. 올해는, 예년 같으면 한두 번 올까 말까 한 12월에 엄청 옵니다. 오늘내일만 지나면 2024년인데 안 되겠다는 듯 마지막까지 눈으로 채웁니다. 펄펄 내리다가 지금은 그냥 조용히 퍼붓습니다. 한번 해보자는 건가, 잠시 그런 느낌도 있었습니다. 봄은 저 멀리서 오고 있겠지요. 나뭇가지가 봄에 피울 봉오리를 마련하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그걸 확실하게 볼 수 있는 나무는 목련입니다. 저 목련은 가지가 저렇게 옆으로, 아래로 뻗어서 사람들 머리 위로 휘영청 하얀 꽃을 늘어뜨립니다. 이제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으면 저 목련이 꽃봉오리를 준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목련 같은 것들에게는 정치도 없고, 무슨 철학, 교육, 문학, 윤리, 종교 같은 것도 없이 순하게 아름답게 피어나고 그.. 2023. 12. 30.
'헤아릴 수 없는 천국' '우주'universe라는 용어는 지금까지 관측되었거나 앞으로 관측될 모든 은하를 총칭하는 것으로,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모든 천체와 우주적 경이의 총체다. 1920년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있는 모든 별이 우리 은하에 속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다 헤아릴 수도 없을 수십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 보면 아주 깜찍한 생각이다. 우리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수십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면서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믿었던 그 생각을 '아주 깜찍한 생각'이었다고 표현한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 '깜찍한 녀석' '깜찍한 놈'이라고 할 때의 그 '깜찍한'. 2014년 9월,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가 속한 은하군의 너비가 5억 광.. 2023. 12. 28.
어처구니없음 그리고 후회 지난 23일,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에서 '텅 빈'(소엽)이란 에세이를 보았다. 곱게 비질을 해 둔 절 마당으로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그 고운 마당을 다시 걸어 나오며 마음을 비우는 데는 빗자루도 필요 없다는 걸 생각했다는, 짧고도 아름다운 글이었다. 문득 일본의 어느 사찰에서 곱게 빗질을 한 흔적이 있는 마당을 보았던 일이 생각나더라는 댓글을 썼는데 그 끝에 조선의 문인 이양연의 시 '야설(野雪)'을 언급했더니 카페지기 설목(雪木)이 보고, 이미 알고 있는 시인 걸 확인하려고 그랬겠지만, 그 시를 보고 싶다고 했다. '쥐불놀이'라는 사람은, 카페 주인 설목이 견제할 때까지 저렇게 세 번에 걸쳐 나에게 '도전'을 해왔는데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고, 두 번째 세 번째는 더욱 그래서 답을 할 .. 2023.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