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앉아 있는 여기 이 방은 내가 꿈꾸어온 바로 그런 곳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긴 하지만 이 정도로도 나에겐 과분하다.
서쪽으로 창이 나 있어 생각만 나면 이 아파트 도로를 오르내리는 사람들, 자동차와 배달 오토바이들을 내려다볼 수 있고 건너편 아파트도 살펴볼 수 있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는 그 불빛들을 하염없이 내다보기도 한다. 부자들과 유명 인사들이 산다는 티 하우스 뒤로는 지금은 눈 덮인 산, 가을에는 단풍이 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저녁때는 서울 방향으로는 고운 석양도 볼 수 있다. 밤이 깊으면 24시간 운영 무인 카페(24 hours open cafe)의 음악이 실낱같이 들려서 그것도 좋다.
여기에서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한다. 여유를 찾고 싶어 한다.
사람마다 마음을 두는 공간이 있겠지? 꿈꾸는 공간도 있었겠지?
마음을 담아 그 공간에 두는 물건도 있겠지? 갖고 싶은 물건, 의미가 담긴 그림이나 가 보고 싶은 풍경이 담긴 사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의자, 전자기기, 필통, 책장, 북 스탠드...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마음 놓고 생각할 수 있는 곳, 가슴속에 있는 말을 다 꺼낼 수 있는 곳...
나도 그런 공간을 갖고 싶어 하며 살아왔지.
그 세월은 내가 꿈꾸어 온 공간을 마련해 주는 대신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지.
그래서 이 사진들을 자주 바라보기로 했지.
"저 사진들은 뭐야?"
뭐라고 대답하지?
"응... 무덤 속에서 나온 이집트 파라오야, 아래는 올리버 색스라는 사람, 저 사람 죽었어. 유명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던 사람이야."
"왜 붙여 놓았어? 액자에 넣지도 않고?"
뭐라고 대답하지?
"응... 바라보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아서..."
더 물으면 나는 울고 싶을 수도 있었겠지.
얼마나 바라보겠다고 액자에까지 넣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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