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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일까?

by 답설재 2024. 2. 19.

안녕하세요 답설재 선생님,

출판사 편집부  인사드립니다.

 

도서 출판을 위해 원고를 편집하던 중

선생님의 칼럼을 활용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활용에 대해 문의드리며, 답변 말씀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활용하려는 원고]

한국교육신문의 칼럼 <내 생각은> '교과서 주간'을 보내며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9401)

 

[활용처]

대학교 교재의 쉬어가는 글

 

[활용목적]

본 교재는 초등수학교육의 과정사를 총망라하는 책입니다.

교과서의 변천사에 대한 내용을 '초등수학'에 조명하고 있는데 선생님의 칼럼이 도서의 내용 전달에 큰 도움이 되어 활용을 문의드리게 되었습니다.

활용에 제한이 있을 시 답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기타 문의]

칼럼을 활용해도 될 시, '실명 ○(초등학교 교장)'으로 명칭할지, '답설재' 님으로 명칭할지 여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 편집부  드림

 

 

 

 

 

 

까짓 원고에 대해 원고료를 달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그쪽 의도도 그런 걸 미리 다 간파했을 것 같고) 해서 사용해도 좋다고만 썼다.

일단 그 대답을 써놓은 다음 [기타 문의]를 봤는데 그 지엽적인 문의에 대해 시원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장?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 학교 교장이 보게 되면 '어? 그럼 나는 뭐지?' 할 게 뻔하다.

그럼 답설재?

대학교재라니까 대학생들이 보고 '답설재? 답 씨?' 할 것 아닌가? 하기야 이 블로그에 오는 독자들 중에도 간혹 "설재 님" "설재 님"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 경우 내 성은 답 씨가 될 것이다.

 

나는 본래 '교사'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딱 6개월간 '교감'이었고 마지막 교직생활 중에는 '교장'이었지만 그것도 한때였다.

3년간 어느 단체에 파견된 '연구위원'이었지만 그것도 옛날 얘기다.

교육부 교육연구사이기도 했고 장학관일 때도 있었고 그러다가 교육과정정책과장 보직도 받았지만 다 지나간 일이다. 어쩌다가 안부 전화를 하며 "과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아직도 있고, 오늘날의 그 부서 국장처럼 교육과정정책·교과서정책·역사대책 등을 다 관장했었다고 "국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그건 다 허명(虛名)일 뿐이다.

지나간 일들이다.

 

그러니까 그런 내 직명들은 다 한때의 이름이었을 뿐이다.

교수처럼 죽을 때까지 교수이면 오죽 편리할까? 시인, 소설가도 그렇고 음악가, 화가는 또 얼마나 좋은 이름들인가?

지금 나는 도대체 뭘까?

무엇이면 좋을까?

한 달에 한 번 '기명 칼럼'을 쓰는 신문사에서는 "위원"이라고 하지만 그건 거기일 뿐 이 경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도 이런 경우에는 무슨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나는 결국 이름도 없는 사람이 되어 사라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