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40 책갈피 속의 옛 편지 어느 시인이 그동안 낸 시집을 한꺼번에 보냈습니다. 한 권 한 권 헌사가 적혀 있었습니다. 훗날 내가 아닌 어떤 사람이 이 헌사들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습니다. 중고 본을 구입한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생일'"의 면지에는 이런 헌사가 적혀 있었습니다. ○○에게 뉴질랜드에서 뜻깊은 인생 공부를 하고 온 걸 축하하며... 2007. 5. 31. ○○○ 드림 색 바랜 책을 펴보면 이 집 저 집 그 책을 가지고 이사를 다닌 지난날들이 떠오릅니다. 면지에 적힌 메모가 있으면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주인을 잃은 편지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안녕하신지 문안드립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저께는 조금 기다려졌습니다. 기다린다는 것, 우습긴 하지만 그러나 기다린 것만은 사실이니까요. 백설이 날리는 날! 내가 아는.. 2021. 5. 17. 선생님께 - 어느 독자의 편지 2010년 2월 11일에 이 블로그에 실은 편지입니다. 이번에 블로그 시스템이 바뀌면서 글자는 잘 보이지도 않고 그나마 글씨체가 아주 이상해서 그대로 두기가 민망했습니다. 좀 잘난 척하려고 각주를 하나 달아 놓았었는데, 각주가 달린 글은 수정이 불가능하니까 어쩔 수 없이 오늘 날짜로 새로 싣게 되었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은 6년 만인 1016년에 딱 하나가 달렸습니다. 그것을 옮기고 댓글란은 두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선생님. 몸 관리 잘 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리곤 했는데 기어코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군요. .. 2020. 9. 11. 쌤, 잘 계시나요? (1977학년도 졸업생) 야, 임마! 나도 널 사랑해! 2015. 5. 5. 겨울 엽서 '트로이'에서 온 엽서입니다. 수기(手記)로 된 그 내용은 '비공개'……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단 '대외비' 문서입니다.ㅎㅎ~ Michael Storrings가 그린 저 그림은, 아이들이 많아서 오래 들여다봐도 좋고, 저 숲을 지나 시가지, 눈 내리는 하늘까지 온 세상의 겨울이 참 좋구나 싶고, 원본에는 금가루 은가루가 붙어서, 망원경으로 바라본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는데, 여기에 그 원본을 그대로 붙여두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서 유감스럽고 곤혹스럽습니다. 새삼스럽지만, 다시 수기로 된 엽서나 편지를 부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좋은 겨울입니다. 노루님께서 써주신 글을 읽고, 인터넷에서 칸딘스키의 작품들을 실컷 봤지만 그분의 블로그 《삶의 재미》에 갖다 놓으신 세 작품 중 한.. 2015. 1. 15. 캐나다의 헬렌 Ⅰ 캐나다의 로키산맥 기슭에 사는 블로그(『Welcome to Wild Rose Country』 친구 헬렌(Helen of Troy)이 유럽 여행 중에 보냈습니다. 지난 7월, 44년째 살고 있다는 그 동네의 합창단 일원으로 뮌헨 등 독일 여러 도시 순회공연을 마친 후의 여행이었습니다. 그는 하는 일이 많아서 솔직하게 말하면 '저러다가 어느 순간 그만두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좀 걱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원에서 농사도 짓고, 절후에 맞는 한국요리도 얼마든지 잘 해서…… (아, 이건, 이렇게 쓰니까 이상해지는군요. ㅎㅎ). 이런 얘긴 그만두고 한 가지만 덧붙이면 ――그가 이 글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영국인 남편과 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제 딸이 이분처럼 꿋꿋하게.. 2013. 8. 27. 어느 교사와의 대화 선생님............. 가슴이 터질 듯한 답답함 때문에 잡은 책 몇 권을 완독하고 나서, 프로젝트를 계획하려고 했었어요. 그리고 독서 멘토가 필요한데, 제 마음대로 음…. 선생님을 나의 독서 멘토로 정해야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법석 떨다가, 학교에 급한 일 떨어져서 마무리하다보니, 또 흐지부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저라는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휴~~ 선생님, 막내 녀석이 올해 여덟 살입니다. 우리 학교 1학년에 데리고 다니죠. 남편 말로는 혈액형이 AB형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여덟 살 남자아이입니다. 어제 할머니 밭에서 캔 감자를 길 가는 사람 붙들고 만 원에 팔았으니까요. 하지만 감자 캐러 가기 직전,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걸려 와서.. 2013. 7. 4. 후순위라도 괜찮겠습니까?-퇴임을 앞둔 선생님께 Ⅲ 12월입니다. 연일 기온이 떨어지니까 이젠 겨울입니다. 퇴임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준비, 그 준비가 미흡하니까 퇴임하면 곧 순식간에 늙어버리는 사람이 있고, 심지어 몇 년 더 살지도 못하고 죽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 아침에 더러 경춘선 ITX 열차를 탑니다. 물론 일반 전철을 더 자주 탑니다. ITX(Intercity Train eXpress)는 '청춘(靑春) 열차'라고도 부르는 고급 열차여서 일반 전철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KTX에 버금간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청춘! 그렇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열차는 젊은이들이 많이 탑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곧잘 값이 싼 일반 전철을 타고, 그리 바쁘지도 않을 것 같은 ──이게 바로 착각이겠지요── 젊은이들은 '청춘' 열차를 탑니다. 선생님께서는.. 2012. 12. 3. 가을엽서 Ⅸ - 가는 길 저 쪽 창문으로 은행나무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 바라보았더니 그 노란빛이 초조합니다. 올해의 첫눈이 온다고, 벌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고, 마음보다는 이른 소식들이 들려와서 그런 느낌일 것입니다. 다른 출구가 없다는 것이 더 쓸쓸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정말 이 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돌아보면 화려하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정말이지 그걸 알 수가 없었습니다. 멍청하게 세월만 보낸 것입니다. 미안합니다. 이제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못마땅할 것입니다. 다른 출구가 없다는 것이 마음 편하기도 합니다. 순순히 내려가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마음만이라도 따뜻하게 가지고 있겠습니다. 딴 마음이 들면 얼른 정신을 차리겠습니다. 그럼. 2012. 11. 16. 그리운 사람에게서 온 편지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성복초등학교에 근무했던 ○○○입니다. 몇 년 동안 흘릴 땀을 올해 여름 한 해에 모두 흘려보내고 기막히게 들어맞는 입추 절기를 기점으로 다소 떨어진 기온에 그저 감사하며 방학을 보내던 중 책장을 정리하다가 성복교육과정이라는 라벨이 붙은 꽤나 두꺼운 파일철을 열었습니다. 7년이나 된 거니까 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파일철을 열어 속지를 꺼내던 중… 그 속지는 단순히 연수물이 아니라 30대 중반의 제 청춘이었고 함께 했던 선생님들과의 추억이었고 교장 선생님 그 자체였습니다. 석양이 지는 어스름 저녁의 이 시간에 저는 빛바랜 종이들을 어쩌지를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교장선생님께 인사 올리게 되었습니다. 연수물에 철해져 있던 파란편지 부분에서는 도저히 이 느낌을 어찌할 바를.. 2012. 8. 13. 가을엽서 Ⅻ 오늘 아침, 경춘선 철로변 푸나무들은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것 같아서 쓸쓸했습니다. 맹위를 떨치던 것들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 푸나무들 위로, 연일 숨막힐 것 같았던 햇볕도 덩달아 자신이 무슨 종일 설사하여 생기 잃은 소녀나 되는 양 아련해 보였습니다. 가볍게 하늘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2012년 여름. 가진 것 다하여 정열적으로 바쳤거나 미워하고 소홀히하고 냉대했거나 더는 만나고 싶지 않아서 돌아섰거나 2012. 8. 2. 사랑하는 할아버지께 사랑하는 선중에게 (2012.6.15) 사랑하는 할아버지께 (2012.6.15) 2012. 6. 26. 어느 고운 엄마가 보낸 편지 어제 시론 "학교폭력 대책의 선두에 선 장관님께"를 실었더니 다음과 같은 댓글이 실렸습니다. 사실은, 36년 전 어느 초등학교에서 반 년 간 가르친 제자가 쓴 글입니다. 그가 36년 만에 연락을 해와서 저는 지금 여러 날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기쁨으로 흥분된 상태입니다. 그는 두 자녀의 '엄마'입니다. 첫째는 대학생, 둘째는 중학생이며, 자신은 동네 초등학교에 나가 교육활동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쓴 글이, 어제 제가 써서 어느 신문에 실은 글보다 더 현장성 있고 읽기도 쉽고 재미있어서 쑥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시론으로 쓴 제 편지보다는 이 편지를 전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이 글을 싣게 되어 미안합니다. 선생님. .. 2012. 5. 10.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