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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편지

캐나다의 헬렌

by 답설재 2013. 8. 27.

 

 

 

 

 

 

 

캐나다의 로키산맥 기슭에 사는 블로그(『Welcome to Wild Rose Country』 친구 헬렌(Helen of Troy)이 유럽 여행 중에 보냈습니다. 지난 7월, 44년째 살고 있다는 그 동네의 합창단 일원으로 뮌헨 등 독일 여러 도시 순회공연을 마친 후의 여행이었습니다.

 

그는 하는 일이 많아서 솔직하게 말하면 '저러다가 어느 순간 그만두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좀 걱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원에서 농사도 짓고, 절후에 맞는 한국요리도 얼마든지 잘 해서…… (아, 이건, 이렇게 쓰니까 이상해지는군요. ㅎㅎ). 이런 얘긴 그만두고 한 가지만 덧붙이면 ――그가 이 글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영국인 남편과 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제 딸이 이분처럼 꿋꿋하게, 활기차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저는 교사 시절에 지리학 공부를 시작하다가 말았습니다. 공부는 ――'가짜'를 제외하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잡념이 없고 끈기가 있으며 행운이 함께해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리학을 공부해보려고 했던 것은, 나중에 돈을 좀 가지게 되면 ――그땐 '먹고 죽을' 돈도 없었는데――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서였는데, 지금은 여전히 돈도 없지만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게 되어 제 딸이 살고 있는 영국의 그 마을에도 가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여 얻은 약간의 지식을 교육부에서 교과서 만들 때 잘 써먹긴 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 교육부 편수관이 제 솜씨를 보고 "교사가 어떻게 이런 걸 할 수 있겠느냐?"고 했고, 그러다가 아예 저도 편수관으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쥐꼬리 같은 지식을 더 써먹는다는 건 미안한 일이 될 것입니다. "여행하는 데 써먹는 거야 뭐……" 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이 얼마나 중요하고 좋은 것입니까? 저에게 그런 행운이 겹칠 까닭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 대신 마음 속으로는 자주 여행을 다닙니다. 그걸 '가상여행(假想旅行)'이라고 합니다. 진짜 여행 이야기는 헬렌이 많이 제공하고 있으므로 그럴 때는 그 루트를 따라다니기만 해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헬렌의 블로그를 자주 찾아갑니다. 그의 여행기를 읽어보면 학생들이 다른 나라를 배울 때 제발 교과서나 들여다보고 있게 하지 말고 차라리 이런 블로그를 보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에게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는 저에게 '이 세상 어디든 아름다운 열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미 그걸 배워 실천할 수는 없는 나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서글프게 여길 필요도 없고―― 다만 그런 줄 알게 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