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편지 모음 247 마지막 편지 ⑴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9 마지막 편지 ⑴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부함에 대해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 정현종,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질문의 책』읽기」(현대문학, 2007년 7월호)에서 - 이제 마지막 편지입니다. 2학기 시업식을 마치고 현관이나 복도에서, 교실에서 '고물고물' 아이들이 오고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화창한 날의 바지런한 개미 떼 혹은 외포리 그 해안의 자유로운 갈매기들처럼 보이기도 하고, 전선 위에 모여 앉아 재재거리는 새떼처럼 정다운 모습들이기도 합니다. 무얼 그렇게 즐거워할까요, 저는 가야 하는데……. 이 더위가 물러가면 곧 저 '해오름길'의 가로수나 교정의 활엽수들이 하루가 다르게 다시 다른 고운 빛깔로 그 싱그러움을 바꾸어가겠지요. 그러고 보니 새로 심은 .. 2007. 8. 29. 마지막 편지 ⑵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100 마지막 편지 ⑵ 저는 이런 것을 싫어합니다. 핵심 없는 노력과 실속 없는 호인, 현실을 빙자한 핑계, 자신의 생활수준이 문화수준보다 턱없이 높다는 것을 모르는 바보, 교육과 학생을 이용하는 '꼼수'와 사기(그런 자들과도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니…), 정의와 능력을 배제하는 조직, 말과 실제가 영 다르고 쓸데없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런 일로 바쁘게 살아가는 리더, 그런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살아가야 하는 나 자신. 제가 떠나게 된 것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제가 그리는 학교상像에 비해 저에게 남은 정열과 능력과 철학이 한 학교에 오래 있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떠나는 것이 우리 성복교육이 진실로 발전하는 전.. 2007. 8. 29. 이런 교과서가 나와야 합니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8 이런 교과서가 나와야 합니다 저의 교직 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교육과정 기준과 교과서입니다. 교사 시절에는 교육부의 어떤 편수관이 교과서 내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고, 제가 직접 그 일을 하게 되자 그만 전공까지 바꿀 정도였습니다. 그러므로 교육과정, 교과서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게 되었지만, 남들은 그런 이야기를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으므로 가능하면 자제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한달에 한번 시론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경기도 어느 지방지에 모처럼 교과서에 관한 글을 보냈기에 그 글을 보여드립니다. 2007년 8월 21일 교육혁신 방향정립을 위한 논의 지난 2월 28일, 우리 정부가 제7차 교육과정을 수정 .. 2007. 8. 29. 노는 것을 공부처럼, 공부를 노는 것처럼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6 노는 것을 공부처럼, 공부를 노는 것처럼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약산 동대 진달래꽃은 한 송이만 피어도 모두 따라 피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나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떨떨거리고 내가 돌아간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치어다보느냐 만학은 천봉 내려굽어보니 백사지로구나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만경창파 둥둥 뜬 저 배야 저기 잠깐 닻 주거라 말 물어 보자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 2007. 8. 29. 선생이라는 작자가 아이를…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7 선생이라는 작자가 아이를… 학력이라야 초졸, 중졸, 잘해야 고졸인 초등학교 동기생 모임에 나가면 친구들이 대뜸 이렇게 나온다. "야 인마! 교육부, 왜 그래, 응?" 사실은 물음도 아닌 그 불평·비난에 "만나자마자 또 왜 이래?" 하면 그때마다 불평·비난거리가 달라진다. "선생이라는 작자가 아이를 두들겨 패서 또 신문에 났잖아!" 그럴 때 나는 있는 지식 없는 지식 총동원하여 변호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던 그 작전을 다 팽개치고 아무 말도 않는다. 대답해봤자 신통한 반응을 얻기가 어렵다. 어떤 장소에서, 몇 센티미터짜리 회초리로, 어느 부위를, 몇 대 때려주라는 규칙을 정하게 했다거나 이번에는 대법원까지 나서서 교사의 체벌이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일종의 .. 2007. 8. 29. 엄마 책임 아빠 책임 - 온 세상에 흩어져 있을 우리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5 엄마 책임 아빠 책임 - 온 세상에 흩어져 있을 우리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 더러 휴가를 내어 자녀와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실 학부모님들이 생각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어린이박물관에는 모니터 화면 버튼으로 조작하는 전시물이 있는데, 한 아이가 20분이 넘게 작동하고 있자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아이의 엄마가 "웬만하면 그만 좀 하라"고 채근하였고, 그러자 그때까지 작동하고 있던 아이의 엄마가 "체험학습인데 충분히 해야 맞는 거 아니냐?"고 맞서 결국은 서로 "자식 교육 똑바로 시켜라!"고 얼굴을 붉히며 다투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박물관 직원이 싸움을 말리자 "당신은 지금 누구 편을 드느냐?"며 억지를 부리기도 하더랍니다(조선일보, 2007. 8. 8, 20,.. 2007. 8. 29. 우리의 영재교육에 대하여 - 행복한 삶에서 영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4 우리의 영재교육에 대하여 - 행복한 삶에서 영재가 나오지 않을까요? - 우리 학교는 해마다 네 번씩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가시고 분주하기는 해도 선생님들이 출제한 문항을 살펴보면서 그 시험지를 받아든 아이의 입장으로 답을 해봅니다. '난이도가 유지되고 있는가?' '품위 있는 질문인가?' '답하기 좋은가?' 같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분석해야 하므로 딱딱한 일이기는 하지만 출제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문제가 영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슬쩍 정답지를 보고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갑니다. 때로 마음에 들지 않는 문항이 있으면 "이 문제는 이러저러한 단점이 있으므로 새로 출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예를 들면.. 2007. 8. 29. 우리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을까요? - 2007학년도 여름방학을 시작하며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3 우리에게 충분한 자격이 있을까요? - 2007학년도 여름방학을 시작하며 - 오늘은 개학날입니다. 시골에서 보낸 석 달간의 방학은 정말 꿈처럼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어머니는 바렛띠 학교에 나를 데려가 4 학년에 등록시켜 주셨습니다. 난 시골 생각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았습니다. 길마다 아이들이 북적댔습니다. 책가방과 보조 가방, 공책 등을 사려는 부모님들로 두 개의 문방구는 북새통을 이루었고, 학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수위 아저씨와 경찰관 아저씨는 교문을 가로막지 못하게 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교문 근처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쳤습니다. 3 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빨간 곱슬머리의 선생님은 언제나 명랑하셨습니다.. 2007. 8. 29. 책 사러 가기, 책 고르기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2 책 사러 가기, 책 고르기 지난 주 금요일, 출장을 가려고 교문을 나서다가 한두 권씩 책을 들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어느 반 아이들이 가까운 서점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책 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야 거의 없겠지만, 반 친구들 전체가 선생님과 함께 서점에 가본 일은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저에게는 책을 사는 일이 은밀하고 사치스런 즐거움입니다. 겨우 1만원 안팎 혹은 몇 만원의 돈을 쓰면서도 늘 '내가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호사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한 느낌을 주는 것은, 교보문고 같은 큰 서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책을 고르는, 혹은 아이는 아이대로 책갈피에 정신이 팔려 있고 엄마는 엄마대로 책에 파묻혀 있는 모.. 2007. 8. 29. 이 나라 교육자로서 가장 한탄스러운 일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1 이 나라 교육자로서 가장 한탄스러운 일 2008학년도 대입 내신반영비율에 대한 교육부와 대학들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교육부에서 올해 당장 50%까지 높이라고 했을 때는, 이것은 복잡한 논리를 내포한 매우 수준 높은 교육정책문제이려니 했는데,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그럼 올해는 우선 30%까지는 반영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발표를 보게 되자, '이제 매우 단순한 수치 문제가 되었구나.' 싶은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대학 측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9등급으로만 매기겠다는 정책은 이미 확고하게 결정된 사항이므로 대학 자체의 학생 선발 방법에 의한 평가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 2007. 8. 29. 저는 이런 책을 읽었습니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90 저는 이런 책을 읽었습니다 여러 분이 '좋은 책을 소개하는 글도 좀 써라"고 부탁하셨으므로 오늘은 그 답을 써보려고 합니다. 우선 '어떤 책을 읽었느냐?'고 하시면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물음과 같고, '어떤 책이 좋은 책이냐?'고 하시면 '너는 어떤 사람이냐?'를 묻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답하기는 영 불가능할 것 같으므로 단편적으로 답하겠습니다.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하시겠지만 저는 아무 책이나 읽고, 편협하다고 하시겠지만 대체로 제가 하는 일과 연계하여 해석합니다. 직업을 속이기가 어렵고 나이가 들수록 외길로 가기가 쉬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을 말씀드리고 오늘은 20세기 마지막해인 1999년에 읽은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니시자와의 『암기편중교육에 .. 2007. 8. 29. "제발, 저 좀 보세요!"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9 "제발, 저 좀 보세요!" 아이들이 인사를 합니다. 한 아이에게 "응, 그래." 하면 또 다른 아이에게는 다른 대답을 해주어야 하지만, 그때그때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응대하면 자연스럽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좀 색다릅니다. 몇 명만 인사하는 것도 아니고, 한가지 인사말로 한꺼번에 인사하는 것도 아니며 네 명이면 네 명, 다섯 명이면 다섯 명이 모두 제각기 인사를 해서 자신을 드러냅니다. '저 사람이 다른 아이의 인사를 받으면 나는 나대로 따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겠습니까? 누구는 인사를 하고 누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싶겠지요. 아이들은 그렇습니다. 모두들 나름대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 푸나무처럼 같.. 2007. 8. 2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