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교과서146 내가 그린 교과서 지도 요즘은 지도를 컴퓨터로 그리는데 하기야 컴퓨터가 동원되지 않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니까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지도학을 강의한 김우관 교수가 그 지도 그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이야기해주었고, 저는 그분이 한번 그려보라고 하면 정말로 그려보곤 했습니다. 한번은 1mm 모눈으로 된 전지에 우리나라 지형도를 그려서 제출했더니 "이걸 정말로 그렸네요! 여름방학 내내 그렸습니까?" 하고는 기념품으로 달라고 해서 그러라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어른들이 보는 위와 같은 지도가 실렸습니다. 내가 보기에 '이 아이들이 이렇게 복잡한 지도로 뭘 어떻게 배우겠나 싶었는데, 제6차 교육과정 때, 사회과 김용만 편수관께서 내게 3~6학년 사회과 교과서 수정과 보조 교.. 2022. 4. 13. 국정교과서 편찬 절차 도해 이것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국정교과서 편찬 절차(우리나라의 경우)를 도해한 것입니다. 1999년 봄에 북악파크호텔에서 처음 그려졌습니다. 그 봄에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에서는 장관 주재로 교과서 개발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엄청 긴요한 일이었습니다. 교육부 간부들 중 주로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국정도서를 폐지하고 검인정 도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고, 교육과정정책과에서는 그야말로 보수적(보수的)으로 종전처럼 국정도서 중심의 교과서 정책을 고수하려고 했습니다. 그 정책토론회 자료를 내가 주관해서 만들게 되었는데 밤낮없이 한 달도 더 걸렸을 것입니다. 아주 죽을 지경이었는데 정책토론 결과가 좋지 못하면 우리 과가 난처한 입장이 될 것이어서 '.. 2022. 3. 23. 좋은 교과서 만들기 케이트 레이스 Kate Leys는 영국의 선도적인 스크립트 개발 편집자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유명한 베테랑부터 이제 막 경력을 시작한 지망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 및 제작자와 함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트레인스포팅〉〈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등 최근 들어 가장 성공적인 영국 영화 몇 편을 작업하기도 했다. "성공은 복제를 낳기 마련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바로 그것이죠. 사람들은 복제를 당연한 것으로 압니다. 그들은 복제인간을 원해요! 관객들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을 느낍니다. 마치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죠." (...) 영화산업계에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간부들 중 그런 관점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2022. 3. 19. 자유발행제와 학교장 개설 과목 교과서의 관계 "자유발행제와 학교장 개설 교과목의 관계"를 알고 싶고 "향후 그 관계가 어떤 경향을 지니고 변화할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문자메시지였습니다. 이 질문에 내가 답해야 하는지, 답할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묻는 것에 답하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아는 부분까지만 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화를 걸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건 벅차다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생각나는 것을 적어두기로 했습니다. 자료를 보며 적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고, 상대방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혹 또 묻는다면 이 자료를 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질문에 대한 성의이기도 합니다. 먼저 교과서 발행 제도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국정은 어.. 2021. 7. 13.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평가의 과제 이 글은 2009년(학교 근무 마지막 해) 9월 8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밝히기 싫은 정보가 있어서 수정하려고 해도 이 블로그 운영 시스템을 알 수가 없어 부득이 새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처음 작성한 날짜와 시간을 그대로 두고도 수정할 수 있었는데 저는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이 블로그를 찾아오신 '따뜻한님'께서 일전에 학교교육과정 편성 운영 평가에 관한 매우 솔직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 2020. 8. 14. 교사와 교육과정 교사와 교육과정 지난가을, 어느 학교에서 거의 잊힌 사람을 초청해 주었습니다. 그나마 늘 하던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이 파일을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도 당장 올라오는 열차 안에서 '무얼 얘기했는가'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다만 염치없는 소풍을 다녀온 것 같았습니다. 2017. 12. 23. 기이한 길에서 보내는 편지 걸핏하면 지난날이 떠올라 사람을 괴롭힙니다. 그 지난날이란 것이 교과서라는 것에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것들 중에 하필이면 교과서라니 원……. 그렇긴 하지만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더구나 교과서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을 처음 만나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어이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겠지만 그게 '정말로' 진심이었으니 이건, 그러니까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걸어가는 이 길은, 제게는 필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교과서에 관한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 저 문선공부터 존경했습니다. 정말입니다! 문선공! 그렇습니다. 임금으로부터 받았음직한 시호(諡號) '文善公' 혹은 '文宣公' 들이 아니라 여기저기 몇 개의 알전.. 2017. 10. 19. 파리 풍경 파리에는 이런 거리가 있어서 좋더라고 했습니다. 혹 파리에 가면 찾아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이지만, 파리―에펠탑 모스크바―크렘린 궁전 베이징―자금성 런던―타워브리지 ……………… 그런 공부를 시킨 것이 쑥스럽습니다. 겨우 4~5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중에서 파리를 찾으라고 강요했습니다. 네 가지 뿌리 중에서 강아지풀의 뿌리를 고르라고도 했습니다. 내가 그런 식으로 가르치지 않았다면 에펠탑이 있는 시가지가 좋더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에펠탑 앞이 멋있고, 평화롭고, 이미 알고 있었던 곳마냥 정겹고, 그래서 그곳에 오래도록 앉아 있고 싶더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부끄럽습니다. 지나가버린 일이어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지금 교실에 있는 이들이 부럽습니다. 2016. 10. 14. '평행 우주 속의 소녀'가 본 교과서 '평행 우주 속의 소녀'가 본 교과서 사진 출처 : 《QUEEN》 2016.3.11. # 1 교과서에 나온 것을 그대로 가르치는 수업, 그리고 창의적이지 못한 수업 피네건 교장은 과학에 관해서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틀에 한 번 겨우 한 시간이 과학 수업에 할당되며, 커리큘럼은 고작 마요네즈 병에서 리마 .. 2016. 5. 19. 어느 편집인의 교과서관-교재의 재구성- A 출판사의 교과서 개발 연구 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인사치례로 사장, 전무, 상무, 팀장이 차례로 한 마디씩 했습니다. 자원 인사가 회사를 방문한데 대한 덕담 수준이었으으로 그 발언들은 하나같이 기억할 만한 가치가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편집 실무자 차례가 되었습니다. "교과서 개발 업무를 진행하면서 일선 학교에서 학생 지도에 전념하시는 선생님들 말씀을 경청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과서 이야기만 나오면 선생님들 말씀은 거의 언제나 교육과정과 교과서 재구성에 대한 것이 주류를 이룹니다.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듣고 있기가 참으로 난처하고 송구스러워서 어떻게 하면 여러 선생님들께서 편안하게 가르치실 수 있게 해드릴 수.. 2015. 9. 24. 교재연구개발론 2015년 1학기 강의계획서 EDU 923 교재연구개발론 강사명: 파란편지 조교명: 수업시간: 금 8-10교시 강의실: 사대본관 114 □ 과목개요 및 학습목표 교사의 전문성, 자율성, 책무성에 관한 당위성은 대체로 수업을 전제로 한 것이며 수업이 교사의 핵심적 업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당연하다. 수업의 핵심적인 도구는 교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교과서가 핵심적·지배적인 교재의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드디어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교과서 중심교육이 주류를 이루어 왔으나 교재의 의미는 지속적으로 변화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획일적인 교재를 사용하던 체제에서 학교(교사)가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따라 적절한 교재를 선택·재구성·제작하여 사용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경향이며, 최근.. 2015. 9. 9. '송어 5중주'? '숭어 5중주'? 어느 게 나을까?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 곡이 수록된 걸 보고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서 몇 자 수정하여 옮겼습니다. 딸아이 입에서 '편수자료' 이야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그건 교과서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일부 학자, 교원들이 열람하는 자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생이 교과서에 나오는 슈베르트의 그 곡이 "송어인지, 송어 또는 숭어인지", 즉 "송어만 옳은 건지, 송어가 옳지만 예전처럼 숭어라도 해도 되는지" 알고 싶어 한다고 했을 때, 얼핏 어디서 그 기사를 본 것 같아서 "숭어였는데 송어로 고쳤지, 아마?" 했더니 그 정도는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그 대학생의 지도교수가 편수자료라는 게 있다면서 거기에서 둘 다 인정하고 있다는 쪽으로 단언(斷言)하는데 대해 그 학생은 아무래도 그게 의심스러워서 확실.. 2015. 6. 23.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