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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평가의 과제

by 답설재 2020. 8. 14.

이 글은 2009년(학교 근무 마지막 해) 9월 8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밝히기 싫은 정보가 있어서 수정하려고 해도 이 블로그 운영 시스템을 알 수가 없어 부득이 새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처음 작성한 날짜와 시간을 그대로 두고도 수정할 수 있었는데 저는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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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를 찾아오신 '따뜻한님'께서 일전에 학교교육과정 편성 운영 평가에 관한 매우 솔직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고, 크고작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길을 논의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습니다. 주제넘지만, 그분과 이야기하면 그 길이 당장 나타날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고 공연히 욕심을 내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리일 것이 분명합니다. 이럴 때마다 '내가 <학교교육과정 실무>라는 제목의 책이라도 한번 써볼까?'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힘과 시간이 제게는 이제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따뜻한님'과의 약속은 최소한으로라도 지켜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2005년 5월에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발표했던 글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옮겨서 그때의 제 생각을 숨김없이 보여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져서 한 단어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싣겠습니다.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신을 차리는 시간이 있게 되면 다른 글을 또 써보기로 하겠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시간, 이런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제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평가의 과제

 

 

Ⅰ. 학교교육과정 개념 정립의 필요성

 

 

왜 학교교육과정의 개념이 정립되어야 합니까? ‘교육과정’에는 여러 수준의 개념이 들어있습니다. 행정적으로 보면, 국가에서 관리하는 교육과정기준이 있고, 학교에는 당연히 그 학교만의 교육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학교교육과정이 없다면 교과서가 교수-학습의 기본자료로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형편으로 보면 “그냥 교과서대로만 가르치자”는 뜻이 될 것입니다. 즉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지역성이나 학교의 형편에 대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형편없는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교과서대로나 가르치는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의 효율성(effectiveness), 적합성(suitability)이나 다양성(variety)을 이야기할 수 있고, 무슨 근거로 교사의 전문성(professional expertise)을 주장할 수 있으며, 어떤 논리로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사실은 학생 중심이어야 함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교과서대로만 가르치는 데 무슨 교육학이 필요하며, 교과서대로만 가르치는 사람을 어떻게 '교육자'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한심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는 ‘학교교육과정’의 실제적 개념이 제6차 교육과정(1992)에 이르러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교육과정 결정권을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교사)가 적절히 분담하여 교육부에서는 ‘교육과정기준’을 개정․고시․관리하는 일, 각 교육청은 그 시․도의 학교급별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을 만들어 시행하는 일, 전국의 각 학교는 그 학교만의 교육과정을 편성․운영, 평가하는 일을 맡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우리는 정말 '편성․운영지침'이 무엇인지, '학교교육과정'이 무엇인지를 잘 몰랐던 때여서 그저 흉내만 내어도 다행인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교에서는 종전의 ‘학교경영계획’과 ‘학교교육과정’을 따로 만들어(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손님이 오면 두 가지를 모두 내놓거나 그 손님의 성향에 따라 이것 혹은 저것을 선택하여 내놓기도 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그런 학교가 다 없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변화에 대한 깊은 사고가 없는 학교라면 그 학교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Ⅱ. 학교교육과정 편성의 실태

 

 

그만큼이나 중요한, 중요할 정도가 아니라 학교교육에서는 이보다 더 핵심적일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인 학교교육과정의 개념은 어느 정도로 정립되어 있습니까? 우리가 학교교육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제6차 교육과정(1992)에 이어 다시 제7차 교육과정(1997)이 나왔고, 현재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중심으로 또다시 제7차 교육과정을 수정․보완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우리가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지가 어언 1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자율․재량권이 확대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교육과정기준이 여러 가지 면에서 사소한 것까지 모두 언급하고 있어서, 따지고 보면 그 기준이 정교해졌을 뿐으로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그 정교화를 소화하는 데도 벅차서 지난 7~8년 동안에는 그 이전에 비해 학교교육과정의 개념을 더욱 확장․발전시켰다고 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1 국가기준 자체가 이미 아주 자세한 면까지 다 언급하고 있으므로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는 자율성을 발휘할 여유가 거의 없게 된 것입니다.

 

한편, 시․도 교육청에서 제시하는 지침은 당연히 국가기준과 학교교육과정 사이에서 그 연계를 원활히 하는 구실을 해야 하겠지만, 그 속에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 평가하는 데 필요한 특별한 제안이 들어 있지 않으며, 전국적으로 제6차 교육과정기의 지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교육과정 편성․운영, 평가에 관한 시․도 지침 혹은 시․도 교육청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각 학교에서 편성하는 학교․학년․학급․교과목별 교육과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학교교육과정은 학년․학급․교과목별 교육과정 편성에 유념할 만한 미션이나 메시지를 주지 못하는 허수아비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학교교육과정을 근거로 하여 수업을 하거나 교육활동을 계획하는 교사가 별로 없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학년․학급․교과목별 교육과정 편성은 국가기준에서는 허용사항으로 되어 있으나 전국적으로 대체로 이 세 가지 교육과정을 다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학교교육과정은 학년교육과정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문서가 되어야 하고, 학년교육과정은 다시 학급․교과목별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데 필요한 문서가 되어야 하겠으나 이 네 가지가 서로간에 거의 남남처럼 있으나마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학교교육과정을 참조하지 않고 학년․학급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으며, 학년교육과정을 참조하지 않고 학급․교과목별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털어놓고 말하면, 교사들은 여러 가지의 교육과정을 각기 따로 만들고 있으며, 그것도 이 학교 저 학교의 자료들을 보고 적당히 문서의 형식만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과정 문서를 만드는 일은 거의 필요 없는 노력을 요구하는 단순 작업일 뿐인 일이 된 것입니다.

 

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종전의 ‘학교경영계획’(명칭이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형태의 계획이 수립되고 있고, 겉으로는 교육과정 중심 교육계획이라고 할 수 있으나 자세히 뜯어보면 핵심이 되어야 할 교과․영역(특별활동과 재량활동)별 계획은 아주 단순하게 작성되고 있으며, 좋게 보아 ‘교육과정 지원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잡다한 시책이나 특별실 활용 같은 것에 대해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계획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핵심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충 넘어가고 오히려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에 대해서는 미주알고주알 아주 자세히 계획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교육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그리 간단한 작업도 아니고 게다가 교육과정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전문성도 갖추어야 하는데, 교과서대로 가르치는데 익숙한 교원들이 어쨌든 최소한의 격식이라도 갖추어낸 것을 보고 “됐다” “됐다”한 결과가 한 해 두 해 굳어져 이와 같은 경향을 나타낸 것이 아닌지 모르겠고, 게다가 무엇이든 남이 안 하는 것, 소홀한 것을 특징적으로 강조하거나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다른 관점으로 보면 비정상적인 학교)의 교육을 보고 “잘 한다”, “창의적이다” 하니, 그런 시책, 그런 교육계획이 성행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2 사실은, 그런 교육보다는 우선 누구나 배워야 하는 것부터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바로 기초․기본교육을 강조하는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경향은, 우리가 종전의 관리 중심 교육계획 수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그것이 아니라면, 아직도 학교교육과정을 제대로 편성해야 할 뚜렷한 이유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사고방식이나 시스템은 종전대로 두고 ‘학생중심’이니 ‘교육과정 중심’이니 하고 말만 바꾸었으므로, 실제로는 교육과정 운영이 도저히 개선될 수 없는 질곡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3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겠습니까? 그것은 우리가 교육과정의 개념과 필요성, 중요성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리자나 교사들이나 '교육과정'을 단순히 '교육내용'으로만 보는 경향이어서 겉으로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그까짓 교육과정이나 학교교육과정이 없어도’, (또는) ‘그따위는 고려하지 않아도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느냐’는 관점을 가지고 교과서대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교는 그 학교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있고, 교과서는 기본적인(그러므로 비중 높은) 교수-학습자료이며, 교육행정은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능이라는 점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인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우리 교육은 참으로 간단한데도 너무나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시시각각 새로운 문제가 부각되면 그 문제 해결의 기준을 찾을 수가 없어 우왕좌왕하기도 합니다.4 교육과정이 교육의 핵심이라는 것만 알아도, 교육과정의 개념, 필요성 및 중요성만 생각해도 왜 그렇게 우왕좌왕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교장․교감은 물론 교육행정가들은 말로만 ‘교육과정이 교육행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말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우리 교육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교육과정은 ‘학습자에게 제공할 학습경험을 선정․조직하고 그 경험의 질을 구체적으로 관리하는 교육의 기본설계도’입니다. 즉, ‘왜, 무엇을, 어떻게, 어느 수준과 범위로 가르치고 평가하느냐’를 계획한 ‘설계도’이기 때문에 우선 교육목표와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평가까지 포괄하는 개념일 뿐만 아니라, 지원관리기능인 교육행정, 재정, 교원양성․수급․연수, 교과서 등 각종 교재개발․보급, 입시제도, 교육시설․설비 등에 대한 정책수립과 집행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교육과정은 그 학교의 교과․영역별 교육활동의 목표와 내용, 교육방법, 교육평가를 계획한 문서일 뿐만 아니라 그 학교의 행정, 재정, 교직원 조직․연수, 교수-학습자료와 시설․설비의 확보․활용의 근거가 됩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좀 심하게 표현하면 ‘무조건’ 학교교육과정을 근거로 하여 판단․구상․협의․결정․평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Ⅲ.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의 개선을 위한 제안

 

 

학교교육과정을 제대로 편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면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우선, 학교교육과정을 지금처럼 추상적인 수준에서 작성하지 말고 우선 학년교육과정 중심으로 편성해보자는 것입니다. 좀 엉뚱한 제안으로 생각되겠지만, 현재의 학교교육과정 중 교과․영역별 계획은 그 학교만의 계획이 아니라 전국의 어느 학교에 적용해도 좋을 만큼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작성되어 실제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과․영역별 교육과정을 학년수준까지 낮추어 학교교육과정에 제시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교사들은 바로 그 문서를 보고 학급교육과정을 작성하게 되고 학교교육과정의 방향에 맞는 교재연구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학교․학년․학급 교육과정 편성의 순서를 한번만(한해만) 학년→학교→학급의 순서로 바꾸어보자는 것입니다. 즉, 학년별로 교과․영역별(재량활동, 특별활동) 교육과정부터 편성해 놓고 각 학년별 교육과정을 교과․영역별로 모아서 그 개요가 되는 학교교육과정을 만들고 난 다음에 학급교육과정을 편성하도록 하면,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진 그 이듬해부터는 학교교육과정을 쉽게, 효율적으로 수정․보완하면서 학년․학급교육과정을 편성하는 절차를 제대로 준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핵심을 파악하여 제대로 해보자는 하나의 요령이므로 꼭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 한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사실은 여러 교사들이 교육과정 편성의 요령을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지 이미 각 학교에서는 그 학교 나름의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에 따른 것입니다. 즉 교사들은 자신들이 실천하고 있는 교육활동을 문서화하는 요령이 부족하여 흡사 편법을 쓰는 꼴이 되고 그 결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우선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그대로를 학교․학년교육과정에 담아보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5 이 작업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그 다음해에는 정말 수준 높은 학교․학년교육과정이 편성될 수 있으며, 그러면 학급교육과정이야 순조롭게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학교에서나 이러한 생각으로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해보면 당장 모범적인 학교교육과정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또 결정적인 권한을 가진 교육행정가 중에서 학교교육과정이 교육행정의 핵심이며 그 개선이야말로 진정한 교육혁신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학교교육과정 편성을 연구․지도하고 평가․개선하는 일에 나선다면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아주 훌륭한 교육행정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은 “나는 매우 바쁜 사람이므로 그런 것은 알아서 하라”는 반응을 보이는 교육행정가가 많아서 교육과정을 연구․관리․지도하는 기구조차 없는 행정기관도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2004년부터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교육과정 총론과 국민공통기본교과의 개정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 가지 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발견되겠지만 각 학교의 자율재량권은 더욱 확대되어야 하며, 그것이 바람직한 개선방향임을 연구자들은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교교육과정은 참으로 고귀하고 중요한 개념이며,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그런 것이 있는지도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서서히 그 개념을 확산․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가 학교교육과정 편성을 연구하는 일을 늦추거나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좀 강하게 이야기하면 이러한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은 진정한 학교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울러, 앞으로는 ‘교육과정 기초연구’와 함께 ‘학교교육과정 기초연구’도 일상적으로 깊이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Ⅳ. 우리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평가 연구의 현황

 

 

우리 성복초등학교는 교육부로부터 교육과정평가연구학교로 지정 받고 지난 반년간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것은 ‘학교교육과정’의 개념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으므로 당장 학교교육과정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연구해야 하느냐, 아니면 편성․운영에 대한 연구도 함께 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털어놓고 말하면, 우리는 학교교육과정의 편성에 대하여 ‘사실은 이건 아닌데…' 혹은 '전국의 여러 학교 중에는 제대로 잘 하고 있는 학교가 있을 것'이라는 의문과 믿음 같은 것을 가지고 그냥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5학년도 1학기의 우리 학교처럼 학교교육과정이나 학년․학급․교과별 교육과정을 문서의 형식만 갖추는 상태에서 평가 연구를 추진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편성․운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평가 자체도 무의미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천이 따르지 않는 이론상의 연구는 학자들이 할 일이며, 현장연구의 가치는 실천을 통한 연구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하여 전국적으로 거의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것도 확인하면서 2005학년도 2학기에는 어설픈 형태로나마 우리 학교의 교육과정은 우리 손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례로 6학년 2학기의 교육과정을 이 자료에 함께 실어두었으므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지면상 한 학년의 교육과정만 실었지만, 심지어 학년별로 그 형태를 달리하기도 하였으나 당장은 획일적인 형태를 고집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은 각 학년별로 자체적으로 작성한 교육과정을 실천해본 다음 2006학년도 교육과정을 작성하기 이전에 각자 “이렇게 하면 이 정도의 만족감이나 효율성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발표와 토론을 거쳐 우리 학교에 적합한 양식을 구안할 예정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 양식이 적어도 학교별로는 어느 정도 통일되어야 하는지, 혹은 그러한 노력에는 문서를 보는 사람의 편의성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인지도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에는 당연히 우리가 연구개발하고 있는 학교교육과정 평가모형이나 평가도구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2005학년도 2학기 교육과정 편성작업을 하면서 우리가 이야기한 내용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과정 편성방법>

◦ 전에는 교과별 시간수를 정하기 위해 요일별 시간표만 확인했다. 따라서 목표-내용-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학교․학년․학급․교과별 교육과정을 작성하면서 각각 여러 학교의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자료를 옮겨 작성했기 때문이다. 확인해보면 아직도 제6차 교육과정 내용을 실어놓은 학교도 있다.

◦ 이번에는 단원별 학습시기와 학습시수를 조정했다. 학습내용을 재구성하기도 하고, 수행평가계획이나 현장학습계획을 실천을 염두에 두고 수립했으며, 학습활동을 학생의 입장에서 구체화하였다. 특히 행사는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실시해야 하므로 전 학습주제를 다 살펴보게 되었다.

 

<인식의 변화>

◦ 전에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여 했을 뿐 학교교육과정을 실제로 편성해야 할 구체적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따라서 여러 학교의 학교교육과정 사례를 분석하는 관점을 가질 수가 없었고, 어떤 것이 잘 편성된 것인지 평가할 수도 없었다.

◦ 교과별로 교수․학습의 흐름을 파악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작업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 학교교육과정을 우리가 직접 작성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주어진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우리가 가르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의 당위성이다.

◦ 여유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 이 작업 결과의 수준에 대해 질책을 받지 않는다면 학교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앞으로 2006학년도 교육과정을 작성하면서 이 혼란을 정리해 나갈 것이다. 지금은 학년별 체제도 다 다르고 작성형태도 다르나, 2006학년도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는 더 효과적인 체제를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가 편성한 교육과정을 학부모들에게도 잘 알려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학교교육과정 평가에 대한 생각>

◦ 전에는 학업성취도평가에 치중하였다.

◦ 학교교육과정평가는 의례적인 일로 귀찮고 쓸데없는 일로 생각되었다.

◦ 평가 항목을 보면 전반적으로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비중이 낮았다.

◦ 2005년도 2학기 교육과정 편성에 대하여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또, 그 결과를 다음 교육과정 편성에 잘 반영하여 보다 수준 높은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편성․운영하고 있는 학교교육과정이 기준이나 지침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평가모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 모형이나 도구는 우선 2005학년도 2학기를 대상으로 적용될 것이며, 분명하게 그 타당도나 유용도, 효율성 등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평가하는 일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학교교육과정을 제대로 편성하는 일은 쉬운 일입니까, 어려운 일입니까? 또 그것은 즐거운 일입니까, 귀찮은 일입니까? 만약, 여러분께 다음과 같은 질문지를 보내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질문> 현장의 여러 교사들은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는 일이 어렵고 귀찮고 힘들다고 합니다. 실제로 교육과정기준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는 학교가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아예 국가에서 전국 각 학교의 교육과정을 다 만들어 제시해주고, 여러분은 그것을 실천만 하도록 하면 어떻겠습니까?

<대답> ① 대찬성 ② 어느 정도 찬성 ③ 좀 반대 ④ 절대 반대 ⑤ 모르겠다.

 

여러분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떤 경향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십니까?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찬성’과 ‘어느 정도 찬성’을 합하면 아마도 80~85%가 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예측입니다. 우리는 실제로 이와 유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교육의 발전방향을 늘 깊이 생각해야 하며, 직접적으로 교육과정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나 연구소에서는 물을 걸 묻고 제대로 물어야 하며 그것을 바르게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유념할 것은, 우리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아예 대답을 하지 말거나 제대로 답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은, 그 일이 그처럼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학교교육과정의 편성․운영, 평가를 통하여 교육의 효율성(effectiveness), 적합성(suitability)이나 다양성(variety)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것이 교사의 전문성(professional expertise)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디 우리 학교의 이 연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국에서 오신 전문가 여러분의 아낌없는 관심과 지도가 내내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각주

  1. 재량활동을 예로 들어보면, 재량활동이니까 학교에서 자율재량권을 가지고 계획․실천․평가하면 그만이겠으나 초등학교에서는 주당 평균 2시간 중 1시간에는 정보화교육, 나머지 1시간에는 '학교 실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하되'라고 전제하고, 시간상 전혀 가능하지도 않은데도 ‘교과의 심화․보충학습보다는’이라고 견제한 뒤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활동에 중점을 둔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더구나 학교급별 지침의 초등학교 항에서는 ‘주제탐구, 소집단 공동연구, 학습하는 방법의 학습, 통합적인 범교과학습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와 교사, 학생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편성하여 선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하여 마치 주당 평균 몇 시간이나 할애할 수 있는 것처럼 진술하고 있으며, 초․중․고를 막론하고 ‘민주시민교육, 인성교육, 환경교육, 경제교육, 에너지교육, 근로정신함양교육, 보건교육, 안전교육, 성교육, 소비자교육, 진로교육, 통일교육, 한국문화정체성교육, 국제이해교육, 해양교육, 정보화 및 정보윤리교육 등’이 모두 범교과학습의 주제가 되므로 재량활동을 통하여 중점적으로 지도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주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국가기준의 지침 외에도 이 시간에 무엇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학교에서는 그러한 지침과 요청을 도저히 다 따를 수 없을 지경이 되었으니 자율재량권을 발휘하기가 어려울 것은 당연합니다. [본문으로]
  2. 좀 수다스럽긴 하지만 그러한 사례를 예상해보면, 가령 음악을 좋아하는 교사가 시간만 나면 음악을 가르치거나 전교생이 거의 대부분 한자공부를 귀신같이 잘 한다면 그 학급, 그 학교는 다른 필수적인 교육이 그만큼 침해받지 않았을지 들어가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런 교사, 그런 학교가 있겠나 싶긴 합니다만,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는 어떻게 하고 체육을 더 공부하고 싶은 아이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또, 어떤 교사가 화초에 취미가 있어서 혼자서 학교를 화원처럼 꾸며 놓았다면 언제 무슨 수로 그렇게 했는지, 기초․기본을 제대로 하고도 그럴 수 있었는지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를 그렇게 잘 가르치고 잘 하는 교원을 이야기하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본문으로]
  3. 피터 드러커는 “혁신은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피터 드러커․이재규 역,『Next Society』, 한국경제신문, 2002, 176쪽). [본문으로]
  4.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교육과정에 따라 각 교과에서 논술을(물론 참으로 단순한 그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잘 가르치면 아무 문제가 있을 리 없는데도 논술고사를 주제로 하여 백가쟁명이 일어나고 드디어 논술을 잘 가르쳐주겠다고 사설학원에서 일간신문에 한 면 가득 광고를 내는 것을 보십시오. 교육과정의 개념이나 중요성을 모르면 이상한 주장을 하기 마련입니다. [본문으로]예를 들어, 각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시키고 있는데, 아이들을 한번 데리고 나가면 사실은 적어도 2~3시간이 소요되거나 한나절 혹은 하루가 걸립니다. 그 학습을 제대로 계획, 실천, 평가하려면 당연히 그만큼의 시간은 배당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흔히 실제보다 적은 시간을 배당하니 결국 진도에 쫓기기 마련입니다. 수학과를 예로 들면, “이 학교 아이들은 계산은 그런 대로 잘 하는데 도형학습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도 계산을 가르칠 때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도형학습에서는 시간에 쫓기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배당부터 제대로 해놓으면 될 텐데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또, ‘슬기로운생활’ 학습에서는 인근의 산야에 나가 학습하면 더 좋은데도 교과서대로 모두 지도하고 별도로 현장학습을 시키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는 의견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여러 교과에 걸쳐 통합을 하거나 새로운 단원을 설정하거나 목표와 내용, 방법, 평가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본문으로]

 

댓글 10

  • 멘토짱 2009.09.09 19:55 신고

    개인적으로 위의 질문에 대하여 대찬성의 입장을 피력합니다....자율적으로 능동적으로 교육과정 편성이 이뤄지기 어려운 학교 현장의 여건이라면, 국가기관의 중앙에서 상당 정도의 기틀을 잡아주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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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편지 2009.09.09 21:42

      어쭙잖은 글을 읽으시고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정교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생각을 거듭하겠습니다.

  • 멘토짱 2009.09.09 19:59 신고

    교육과정 편성의 애로사항이나 난이도에 대한 것보다, 합리적이면서도 무난한 교육과정의 정립을 통하여 이 교육적 수혜를 입고 자라날 학생들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교육 시스템이 한국 교육계와 그 실천 현장에서 빨리, 그리고,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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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2009.09.09 23:15 신고

    국가에서 교육과정을 다 만들어주고 실천만 하라구요? 지금 교과서에 매여있는 것처럼요? 그나마 애를 써서 학급, 학년교육과정을 편성해두고, 누가 물으면 이렇게 하기로 했는데요. 라고 할 수 있는 근거마저 포기하구요? 전 절대 반대인데요. 다시 거슬러가자니요? 이렇게 십년을 보냈는데, 어렵다고 다시 돌아가자구요? 아이들은 다 다르고, 양극화때문인지 학교마다 학습수준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걸요. 그런데 어떻게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무난하고 합리적인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잠시 흥분했습니다. 저처럼 답하면 안되는 건가요? 선생님들을 고생시키는 길인가요?
    사실 교장선생님이 제 짧은 생각에 이처럼 정성껏 답해주셔서 감동하며 떨리는 맘으로 읽었는데, 마지막 질문에, 또 저와는 생각이 다른 분의 댓글에 깜짝 놀랐습니다.
    읽어내려가면서 교육과정 편성의 차례를 제시하신 걸 보며 '맞아'무릎을 쳤습니다. 동학년선생님들과 학년 교육과정에서 학년단위행사로 묶어 기획할 것(각종 교내대회나 축제, 기념행사 등)을 찾아내고, 교과교육과정에서 지도시기를 조정해야 할 부분(이를테면 지역 축제 시기에 맞추거나 과학교과서처럼 지나치게 잘게 쪼개진 단원통합 등)을 짜임새있게 찾고, 재량, 특별활동을 학년발달단계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주제로 편성한 다음 학교교육과정에서 조직화하는 것이 맞거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하라는 행사, 통일하라는 재량활동 영역(사실 심각하게 논의된 것이 아니고, 어찌보면 구색을 갖추고, 시류에 맞추는 그런 영역과 행사들)에 끼워맞추는 일이 생기니까요.
    그 순서로 한 번만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짜여진 주간학습계획만 있어도 담임교사의 어깨는 한결 가벼운데, 학급교육과정이 그렇게 만들어진다면 일년동안 든든하겠지요?
    그렇게 잘 만들어서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면 인성교육을 따로 신경써야 할까요? 제목을 붙이지 않고서도 자족적이고 풍요로운 교육활동이 이루어진다면 굳이 '나 좀 봐주세요'하며 남들 안하는 교육활동으로 포장하는 일 안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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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편지 2009.09.09 23:27

      아! '따뜻한님'께서 오셨습니까? 내 그럴 줄 알았지요.
      근데 논쟁이 붙었군요. 선생님 수만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같거나 유사한 의견을 수용하여 나아갈 길을 정하면 그게 정책이나 시책, 방침 같은 게 되는 것 아닐까요? 공연히 덧붙이는 말이 아닐까 싶어 걱정입니다.
      '따뜻한님'의 이 댓글은 하나의 원고, 하나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저는 기회가 되면 그렇게 다루겠습니다. 동의하는 선생님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감사드리며 좋은 가을을 보내시기 기원합니다.

  • 김태환 2009.09.14 15:15 신고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여전하신 것 같습니다. 오랜 신념인 것을 느낍니다.
    교장연수에서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실제를 강의하는 강사님들의 강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내용이 많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생각하는 대로 학교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실천한 내용을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교과서가 아닌 교육과정을 제대로 편성하고 운영하는
    교장선생님, 학교의 모습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답글

    • 파란편지 2009.09.14 22:51

      2005년에 쓴 글을 어느 독자에 답하기 위해 실었습니다. 언젠가 제대로 된 글을 다시 쓸 작정입니다. <관심과 애정>이라는 표현에도 답하고 싶어집니다.
      그런 관점에 대한 답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난 여름방학 동안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저희 학교 실천사례 중심으로 강의를 해보았는데, 두어 시간 강의 끝에 반장이라는 분이 나서더니 인사랍시고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의미 있는 강의였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멘트를 하는 걸 보고 기가 막히고 맥이 풀렸던 적이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늘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 따뜻한 2009.09.15 21:48 신고

    기가 막히고 맥이 풀리는 그 얘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같아 웃음이 납니다. 헛웃음이라하기엔 좀 오래 웃었습니다. 애써 하고 있는 일을(중요한 일이기 때문에)나누고자 한 이야기 끝에 '따라하기는 어렵지만...'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허망함에 쓴웃음을 지어야하는 일이 가끔 있더라구요.
    리더라면 이런 얘기에 가슴이 뛰고, 그 날 하루라도 주먹을 쥐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개학하고 바로 학교에서 다시 좌절하더라도 말이죠. 저는 학급교육과정이라도 꼭 해 볼게요.
    일하다 막히면 곶감 빼 먹듯 교장선생님의 지난 원고를 들추어 읽습니다. 제가 댓글에 쓴 이야기들이 이미 하신 말씀임을 찾아낼 때마다 에구구,,, 합니다. 그래도 공짜로 읽을 수는 없어서 또 이렇게 흔적을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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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편지 2009.09.15 23:48

      '따뜻한님'
      이미 읽으신 곳에 다시 들어오셨군요. 정말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저 자신도 한번 쓴 글은 다시 읽기가 싫거든요. 다만 이런 원고는 강의용이어서 한번 써먹은 글을 업그레이드해서(수준이 높아질 리 없지만, 나름대로) 다시 이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다시 읽지요. 이런 고백을 해서 제게 득될 게 없는데도 이렇게 고백하게 된 것은 '따뜻한님'이 제게 단짝이 된 느낌 때문입니다.
      부디 그 '학급교육과정'이 님의 <보석상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예의 리더들 중에는 그래도 두어 시간 동안 제 얘기를 들으며 눈물지었다는 걸 자신의 학교 교사들 회식하는 자리에서 얘기했다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남들을 감동시킨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아름다운 가을밤입니다.


    • 추신 : 이 가을이 사실은 제게는 마지막입니다. 교원으로서는. 지난 세월들의 가을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긴 얘기를 기억해두기도 하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