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21 내 자식처럼 가르칠 수 있게 해주기 (2022.11.25) “당신의 자녀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겠느냐?”는 직설적 질문이 있다. 그 순간 교사는 새로 출발해야 할 듯한 깨달음을 준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뭘 하고 있었지?’ ‘나는 언제 철이 들게 될까?’…) 이런 사례도 있다. 자신의 자녀는 책과 자료를 스스로 찾아 읽고 조사하고 학자처럼 궁리해서 결론을 제시하더라고 자랑하는 어느 교육학 전공 교수에게, 그럼 학생들에게도 일방적 주입식 강의를 그만두고 그렇게 대하고 가르칠 의향이 없는지 물었더니 그 아이는 사고력·탐구심이 출중한 경우이고 일반적으로는 고등학교 때까지 뭘 읽고 배웠는지 기초·기본 지식이 너무나 빈약해서 사고력, 자기 주도력 혹은 탐구심 같은 걸 이야기하는 건 사치에 지나지 않고 토론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런 관점에 분노를 느끼지.. 2022. 11. 25. 혁신학교 교육을 위한 아주 단순한 조언 (2022.7.29) 지금 하는 일을 바꾸라고 하면 선뜻 그렇게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순순히 따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 ‘어떻게 하라는 거지?’ ‘또 인고의 시간을 겪겠구나’ ‘내가 그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안 하면 안 될까?’… 고민에 싸일 것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흔히 경험하는 일이지만 그 혁신을 주도하는 측이 아니라면 두려워하고 귀찮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따르는 건 그 당위성 때문이다. 혁신은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을 가진다. 그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피하고 싶은데도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그 변화가 바로 발전임을 부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렇게 세상을 바꾸어왔고, 지금 학교에서 ‘교육혁신’의 이름으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 또한 그런 마음가짐으.. 2022. 8. 29. "녹말에 요오드 용액을 떨어뜨리면?" 1971년 어느 날 과학('자연') 수업 시간... 어언 오십 년이 지났습니다. 녹말가루에 요오드 용액을 떨어뜨려보는 초간단 실험이었는데도 나는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실험 결과는 "보라색으로 변한다"이고 일제고사 문제지의 "( )색으로 변한다"의 ( ) 안에 '보라'를 써넣으면 그만이라는 건 아이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나는 굳이 실험을 강행하고 있었습니다. 강행? 나는 그 시골 학교에서 과학실 수업을 실시하는 유일한 교사였고 아이들도 그 사실을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사실에 대해 생색을 내기 일쑤였지만 주입식 수업이 교사나 학생이나 피차 더 편하다는 걸 아는 아이들은 '그까짓 걸 가지고 뭐...' 시큰둥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강행'이 맞긴 맞겠습니다. 밝혀두거니와 내가 지.. 2021. 4. 10. 비판 받을수록 강해지는 수능? (2019.1.10) 비판 받을수록 강해지는 수능? 한 여론조사업체와 인터뷰 중이었다. 향후 교육정책과 그 영향을 점쳐달라는 대목에서 꽉 막혔다. 우리 교육의 변화·발전 방향을 알아맞혀라?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횡성수설이 되려고 해 스스로 실망스러웠다. 교육과정기준이 바뀌면 교육이 변했는가? 20.. 2019. 1. 11. 정재승 《열두 발자국》 정재승 《열두 발자국》 어크로스 2018 1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하는 일이 다양하고 많고 그걸 즐기며 신명나게 지내는 것 같았다. 정재승 교수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전국 수십 개 도시에서 과학자들이 동시에 강연을 하는 '10월의 하늘'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카이스트 과학자들과 대전시립미술관이 함께 진행하는 '뇌과학과 예술'이라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으며, '백인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야구학회를 만들어 심포지엄을 여는가 하면, 아프리카에 IT 지원사업을 하고 '미래세대 행복위원회'를 조직하고 건축가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373) 칼 세이건과 같은 일을 하는 과학자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열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해 이.. 2018. 12. 21. 박물관으로 간 교과서 (2018.12.13) '비만과 인간관계'를 탐구하고 있는 서영이는 인터뷰 자료처리에 골몰하고 있다. 식단과 생활습관 분석으로 비만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활발하고 명랑하게 지내야 한다는 걸 주장하고 싶다. 선생님은 처음에 이 주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 해결하기에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고, 기간을 두 달로 한 계획도 무리라면서 석 달 동안 진행하자고 했는데 그새 두 달이 지났다. 서영이는 컴퓨터로 자료처리를 하기 전에 계산 원리부터 알아내려고 일주일째 궁리하고 있다. 어제는 덧셈과 곱셈, 뺄셈과 나눗셈의 관계를 발견했다고 환호성을 올렸다. 보고서 내용에 따라 멋있는 랩과 누구라도 빠져들 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도 보여주겠다고 했다. 편집만 남았단다. 선우는 오전에는 정보도서실에서 지낸다. "코스모스"(칼 세이건)라는 책.. 2018. 12. 13. 정말 '공부'가 뭘까? (2017.11.20) 전국 고교(2358교) 중 야간자율학습('야자') 실시 학교는 1900개교(80.5%)! 그중 995개교는 밤 10시까지지만 11시가 넘도록 공부하는 학교도 245개교(12.9%)! 이 싸늘한 밤에도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야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마음 든든하기보다는 그 고생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아예 1학년 때부터 실시한다는 41개교 학생들은 '자율'의 의미나 알고 참여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붙잡아둔다"고도 표현하지만 무슨 공부를 그토록 하는가 싶고 꼭 해야 한다면 밤낮없이 한곳에 모여 앉아 있기보다 다양한 곳에서 '더 자율적으로' 공부하면 안 되는지, 어떻게 그리 획일적, 전체적인 자율을 좋아하는지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또 교육학이란 결국 어떻게 가르쳐야 .. 2017. 11. 20. 사람 가르치기 1 블로그 《봄비 온 뒤 풀빛처럼》은 주로 꽃 가꾸는 얘기이다. 분명히 전문적인데도 부담스럽지 않고 늘 세상의 고운 꽃들을 보여주는데다가 자주 배울 점도 발견하게 된다. 저게 으아리꽃이군요! "매혹적"이라고 표현하실 만도 합니다. (……) 지난 일요일에는 「클레마티스(으아리꽃) 와쇼니케(중대형종)」라는 글에 이런 댓글을 썼더니 다음과 같은 답글이 달렸다. 파란편지 선생님! 우리나라에는 참으아리란 아주 작은 꽃송이를 피우는 것과 우리 옥상에 올해도 피었던 큰꽃으아리 흰색이 있습니다. 외국에는 클레마티스란 이름으로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많은 종류가 수입되었고, 이 자주색 으아리꽃도 화륜이 큰 것과 중·소형인 것이 있고, 색도 몇몇 가지 됩니다. 으아리만 전문으로 가꾸어도 아주 아름다운 정원일 것입니다. 수.. 2017. 6. 13.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축제처럼! (2016.11.14)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축제처럼!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나날 속에서 관심 밖의 일일 수도 있지만 오는 17일(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응시생 60만 5988명과 그 가족들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어렵고 복잡할까. 어김없이 특별대책이 발표되었다. 관공서 출근시각이 늦춰진다. 전철.. 2016. 11. 14. 교육과정 실천이 교육개혁이다 (2016.10.17) 교육과정 실천이 교육개혁이다 전철을 타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아이들(2013.10.26.) A. 토플러(1980)는 "노동의 터전이 논밭과 가정에서 공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대중교육(Mass-education)에서 강조된 덕목은 시간엄수, 복종, 기계적 반복 작업"이었다고 비판했다('제3의 물결'). 그는 한국에서 자.. 2016. 10. 17. 파리 풍경 혹 파리에는 이런 거리가 있어서 좋더라고 했습니다. 혹 파리에 가면 찾아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이지만, 파리―에펠탑 모스크바―크렘린 궁전 베이징―자금성 런던―타워브리지 ……………… 그런 공부를 시킨 것이 쑥스럽습니다. 겨우 4~5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중에서 파리를 찾으라고 강요했습니다. 네 가지 뿌리 중에서 강아지풀의 뿌리를 고르라고도 했습니다. 내가 그런 식으로 가르치지 않았다면 에펠탑이 있는 시가지가 좋더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에펠탑 앞이 멋있고, 평화롭고, 이미 알고 있었던 곳마냥 정겹고, 그래서 그곳에 오래도록 앉아 있고 싶더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부끄럽습니다. 지나가버린 일이어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지금 교실에 있는 이들이 부럽습니다. 2016. 10. 14. 교수의 것 "농담도 소중하다!" 어제 신문에 실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기사입니다.1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발표될 때마다 눈에 띄던 논설들이 떠올랐습니다. "돈을 많이 주어야 한다!" "그 돈 어디에 썼는지 일일이 따지지 않아야 한다!" "좀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땐 그건 그렇겠다 싶으면서도 "주입식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섭섭했습니다. 그 섭섭함으로 지방지의 칼럼에 이런 글들을 써왔지만 이젠 그것도 시들해졌습니다. 어줍잖은 글이어서인지 읽어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노벨상의 열쇠를 가진 선생님께 (2015.11.2) 교육이 조롱거리가 되어가나 (2014.11.24) 노벨상 수상, 쉽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 (2012.10.24) 우리가 뭘 믿고 노벨상을 바라는가 (2010.10.29) 노벨.. 2016. 10. 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