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48 시월과 십일월 시월엔 눈여겨보지 않은 새 가을이 되어버렸고 십일월에는 하루하루가 다르다.한 해 한 해 이 '골짜기'로 끌려들어 올수록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적막하다.모든 것은 별 수가 없다. 2024. 11. 18. 여름과 가을 사이 9월 20일(금요일)까지는 여름이었지만 21일(토요일, 어제) 아침에 돌연 가을이 시작되었다. 계절이 이렇게 구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의 일이라면 결코 잘하는 일이 아니다. 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아직 여름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그럼 여름으로 치고, 이미 가을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이는 그럼 가을로 치는 기간이 있었고, 어떤 해에는 그 기간이 꽤나 길었다. 그렇게 해야 준비도 하고 미련도 버리고 어처구니없지도 않고 섭섭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일은 그렇게 해야 원만하지 이렇게 두부 자라듯 하는 건 아니다. 경우에 없는 짓이다.나는 20일 저녁까지는 아주 얇은 반팔 옷을 입었고 21일에는 얼른 좀 두꺼운 긴팔 옷을 꺼내 입었는데 그래도 저녁에는 미열이 느껴져서 얼른 '물약' 한 병을 마셨고 자기 .. 2024. 9. 22. 입추가 분명하다는 일사불란한 주장 귀뚜라미들은 왜 이렇게 어두운 밤에 저렇게 노래할까?어두워야 노래가 잘 되나?공통으로 무슨 부끄러운 일 있나? 어제까지만 해도 들리지 않던 저 합창이 오늘 저렇게 시작된 건 입추가 왔다는 걸 '주장'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저것들은 일단 정확하다. 유감스러운 것은 어둠 속에서 들을 땐 합창이긴 해도 "또르 또르 또르..." 정확하게 들렸는데 녹음해 와서 들어보니까 완전 '떡'이 되어 왁자지껄 무슨 소리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정확성을 자랑하는 저것들에게는 미안한 일이다.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열대주(晝) 열대야(夜)가 거의 한 달이나 계속되었는데 일단 올해는 이렇게 지나가는 것 같다.내년은 내년이다. 그때 가서 걱정해도 좋을 것이다. 살아 있다면. 2024. 8. 6. 어느 계절을 좋아하시죠? 어느 계절이 좋은지 묻는 사람이 있다. 마음씨 좋은 사람이거나 내게 호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으로 대답한다. 일관성이 있어야 하니까─지금 그걸 묻는 사람이 내가 전에 대답해 준 다른 사람에게 그때도 그렇게 답했는지 확인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내가 지금까지 어느 계절이 좋다고 대답해 왔지? 잠시 생각한다("답설재는 어째 사람이 이랬다 저랬다 합니까? 전에 B에게는 가을이 좋다고 했지 않습니까?" 하면 내 꼴이 뭐가 되겠나). 나는 겨울이 좋다. 한가해서 좋다. 들어앉아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좋다. 자고 나면 또 그런 날이어서 그런 시간이 길게 이어져서 좋다. 학교 다니던 아이들도 제각기 들어앉아서 어떤 핑계를 대면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을지 궁리를 할 것 같아서 생각.. 2023. 12. 3. 홍시 단감은 네 언니, 홍시는 내 차지다. 어제 수영 가며 홍시 먹어보라고 해서 하나 먹어봤더니 어릴 때 내가 나무에서 따먹은 그 홍시구나 싶더라. 남은 건 좀 오래 구경하다가 먹으려고 한다. 이 홍시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만 권 서방 맘이 참 곱고 좋다. (10.30) 사랑하는 큰오빠.. 밤 늦은 시간에 문자 드려요. 편안히 주무세요. 어제 내려온 후 두 분께 미련이 남아 우왕좌왕하는 마음을 주저앉히기 위해 친구 밭에 가서 종일 엎드려 일하고 놀다 늦게 와서 언니가 싸준 달걀 고구마를 만지작거리다 먹으며 또 그리워하다 폰을 뒤늦게 열었어요....♡ 큰오빠, 언니 부디 마음 평온하시게 건강만 잘 지키셔서 오래오래 제게 버팀목이 되어주세요. ○○의 큰오빠 집이 너무 아름답고... 오빠 손길이 눈에 선하네요. 주.. 2023. 11. 15. 박남원 「가을 항구에서」 가을 항구에서 돌아오라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자들아. 어쩌면 지금쯤 바람이 된 자들아. 흰 구름이 된 자들아. 언젠가 노을이 되어 떠나간 자들아. 아니, 아니 저 수심 깊은 곳에서 끝내 아직도 살아 울고 있는 자들아. 온 세상 붉은 단풍을 몰고 온 가을 한 계절이 여기까지 찾아와 기어이 너희들 안부를 묻고 있질 않느냐. 박남원 시집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어느 날》(b, 2021) 77. 시인은 이 시를 가을 내내 걸어두고 있었습니다. 나는 간절해졌습니다. 내 가을은, 시인의 블로그에서 이 시가 그대로 걸려 있는 걸 확인하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이제 가을이 갔으므로 나는 시인이 지난가을을 잘 보냈기를, 올겨울에도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곳에서 늘 그렇게 지냈으므로 오래 머물기보다 서둘러 나의 .. 2023. 11. 10. 잊힐 리 없을 것 같은 이 가을 이 가을은 특별한 것 같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나고 나면 그만이겠지. 가을만으로 아픈 적은 한 번도 없었지. 2023. 11. 4. 가을 표정 최선을 다했는데 뭘 부끄러워하고 있을까. 왜 그렇게 되었을까. 2023. 10. 24. 이 세상의 귀뚜라미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다. 덥긴 하지만 처서가 지난 주말이었다. 귀뚜라미는 가을이 왔다는 걸 귀신같이 안다. 2004년 9월, 십몇 년 간 세상에서 제일 번화한 광화문에서 근무하던 내가 용인 성복초등학교 교장으로 갔을 때 그 9월은 가을이었다. 가을다웠다. 나뭇잎들은 화려했다. 그렇지만 그곳 가을은 조용하고 쓸쓸했다. 귀양이라도 온 것 같았다. 아침에 교장실에 들어가니까 귀뚜라미가 울었다. 내가 멀리서 통근한다는 걸 엿들은 그 귀뚜라미가 설마 정시에 출근하겠나 싶었던지 마음 놓고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신기하고 고마웠다. "귀뚜라미가 우네요?" 광화문 교육부 사무실에서 전쟁하듯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해주어야 할 말인데 그럴 수가 없어서 눈에 띄는 아무에게나 알려주었다. 5분도 되지 않았는데 기사가 들어오더니.. 2023. 9. 17.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게 되었다. 2022. 11. 16. 왜 나는 자꾸 시시하고 한심해지는 걸까? 내 눈길은 왜 자꾸 시시한 것들에게 머물게 될까? 왜 나는 이렇게 한심해지는 걸까? 2022. 10. 27. 가을에 돌아왔네 나는 돌아왔다. 내가 꾸민 나 말고 남이 꾸며준 나 말고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늦게나마 다행한 일이 아닌가. 다시 꾸밀 수가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다시 꾸며줄 이도 없는, 마침내 여기 서성이고 있는 나 말고는 다른 내가 없다는 것도 좋은 일 아닌가. 2022. 10. 23.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