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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혁신22

교과서의 변화에 대한 걱정 (2024.10.25) 학창 시절에나 교사가 되어서나 교과서 핵심 암기에 진력이 난 터여서 “이젠 그렇게 가르쳐선 안 된다!”는 장학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의 전율을 느꼈다. 50여 년 전 지역교육청 연수회 때였다. 열심히 외워서 암기의 능력으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구한 경우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때마침 좋은 책들이 번역되어 쏟아지던 시절이라 마음껏 호기심을 충족하며 지내다가 대학입학시험에서 낭패를 보고 결국 어쭙잖은 직장에서 고개 숙이고 지내는 경우도 적진 않았다. 장학사들은 교과서는 기본 자료일 뿐이므로 교사는 모름지기 교육과정(curriculum)의 취지에 따라 세상의 수많은 자료를 적절히 활용해서 학생들의 사고활동을 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실마다 적어도 70명이었고 2부제, 3부제도 시행했다. 그럼에도.. 2024. 10. 25.
바꾼다고? 싫어! 좋은 거라도 싫어! 나는 교사 시절부터 교과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교육부에 들어가 일할 때에는 그 관심을 증폭되어 몸이 다 망가지도록 일했다.그렇게 해서 지병을 갖게 되었고, 퇴임은 내겐 그 고초의 시작이 되었고, 심할 때는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구나' 싶었다. 오늘 낮에도 문득 옛일을 떠올리다가 '아, 그건 우리나라 역사상 내가 처음 도입한 거지'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모든 걸 생각하기도 싫어졌다. 무슨 일이든 하던 대로 하면 저항이 없다. 작은 일이라도 바꾸자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귀찮고, 잘못되면 책임 때문에 걱정스럽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꾸려면 웬만한 일은 아예 지시하듯 해버려야 하고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해야 .. 2024. 5. 20.
혁신학교 교육을 위한 아주 단순한 조언 (2022.7.29) 지금 하는 일을 바꾸라고 하면 선뜻 그렇게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순순히 따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 ‘어떻게 하라는 거지?’ ‘또 인고의 시간을 겪겠구나’ ‘내가 그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안 하면 안 될까?’… 고민에 싸일 것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흔히 경험하는 일이지만 그 혁신을 주도하는 측이 아니라면 두려워하고 귀찮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따르는 건 그 당위성 때문이다. 혁신은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올 가능성을 가진다. 그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피하고 싶은데도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그 변화가 바로 발전임을 부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렇게 세상을 바꾸어왔고, 지금 학교에서 ‘교육혁신’의 이름으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 또한 그런 마음가짐으.. 2022. 8. 29.
레이프 에스퀴스 《위대한 수업》 레이프 에스퀴스 《위대한 수업》 평범한 아이를 특별한 아이로 바꾸는 기적의 교육법 박인균 옮김, 추수밭 2008 운동선수와 스타 연예인을 과학연구원이나 소방대원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런 세상에서 사려 깊고 총명한 개인을 키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너무나 많은 훌륭한 교사와 부모들이 그들의 잠재된 재능을 무력하게 만드는 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악마는 어디에나 있다. 실패도 배우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평소 아이들이 실험을 할 때 끼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도구가 문제였다. (...) 그 여자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나는 한순간이라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교육계에는 허풍쟁이들이 참 많다. 이런 교사들은.. 2021. 7. 26.
아이들을 위한 장기과제(長期課題) 성운(星雲) 아이들을 위한 장기 과제(長期課題) 1 조지프 루소는 롱 아일랜드의 북쪽 해안에 있는, 통근하는 사람들의 거주지인 맨해셋 베드타운에서 아버지가 학교 행정직에 근무하고 어머니가 초등학교 교사인 중상층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아마추어 재즈 피아니스트여서 루소의 .. 2020. 4. 12.
저 강물에서 떠내려가다가 서로 만나듯 1 "그날이 그날"이라더니 어느 날이나 휴일 느낌일 때가 있습니다. '멀쩡한 날'을 잠깐씩 토요일이나 일요일로 착각합니다. 세상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져 가는 것이죠. 2 세월의 흐름을 실감합니다. 함께 근무하다가 헤어지고, 헤어지고, 또 헤어지고 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들을 다시 만난다는 건 여간해서는 어렵습니다. 하릴없는 사람이 전화를 해서 좀 만나자고 하는 건 무조건 우스운 일이고, 무엇보다 나를 끔찍해할 것 같고, 혹 그렇진 않다 하더라도 그들은 아주 바쁘고 좀 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저렇게 흘러가는 강물 속에서 그저 잠깐씩 만났다가 헤어지고 하는 것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런 미물(微物)처럼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것이니, 거기에 관한 무슨 철학이나 있는 것처럼 다시 .. 2019. 1. 30.
더는 미루지 말고 '아이들'을 생각하자(2017.5.15) K 시인은 산골짜기 고향마을과 A시를 오가며 지낸다. 고향마을에선 선대의 전통가옥을 정비해서 민박을 하고 A시에는 아들네가 거주한다. 지난 초봄에는 아들네가 산골짜기로 들어가고 K 시인이 시내로 나왔다고 했다. 손자가 그 산촌 소재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이었다. 의아해서 되물었다. 바뀐 게 아닌지,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아들네가 시내로 나와서 손자가 시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K 시인이 산골로 들어가 정착한 건 아닌지…. 아니라고 했다. 제대로 얘기하고 들은 것이라고 했다. 시내 학교는 아직도 한 학급에 25명이 복작거리는데 산골 학교는 1학년이 딱 네 명이고 선생님이 아이들을 '정말로!' 따듯하고 정겹게 보살펴주는 데다가 시설설비는 이 세상 어느 선진국 학교와 비교해 봐도 월등해서 "세계 최고가.. 2017. 5. 15.
게임중독 J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게임중독 때문에 학교에 게임방을 만들었다잖습니까? 아, 참! 잘 지내시죠? 그새 헤어진지 8년째네요. 어떤가요? 이제 마음대로 말씀하실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어떤 교장이었나요? 그때 J 선생님께서 6학년 부장선생님이셨고, 아이들이 비비탄을 아무데서나 "팡!" "팡!" 쏘아대서 다칠 염려도 있고 동네 어른들도 걱정스러워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 그런 장난감이 어떤 건지도 잘 모르는 저는 그 비비탄이라는 것에 맞으면 얼마나 아픈가 물었더니 눈에 맞으면 실명도 할 수 있다고 하셨고요. 그날 그 교장실에서 제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실 수 있을까요? 저는 어떤 일관성 같은 걸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어제 일인 듯 그대로 재현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제 말씀을 좀.. 2017. 2. 6.
무엇을 위한 교육개혁이었나?(20160617) 한국경제TV(2016.5.31) 무엇을 위한 교육개혁이었나? "지금 우리는 지나친 경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더욱 유명해진 이세돌 기사가 공익광고에 나와서 물었다. 경쟁으로 일관한 신산한 삶에서 우러난 강한 설득력을 느꼈다. 이 광고의 시사점이 어떤 .. 2016. 6. 27.
어느 단역 전문 탤런트가 본 교육(2015.11.30) 그가 내시로 출연한 사극(史劇)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의 자녀교육을 화제로 한 토크쇼를 봤다. 사회자에 의하면 초등학생 남매에 대한 그의 교육방침을 '심판'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버지로서의 구실이 영 엉뚱하고 특이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숙제를 하는 그 '착한' 오누이에게 그는 "제발 그러지 좀 말고 함께 놀자"고 보챘다. 뿐만 아니라 아예 "휴일엔 놀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강요하고, 훼방을 놓았다. 종일 그렇게 했다. "하필 휴일에 책을 보나!" "시원하게 놀자" "텃밭(주말농장)에 가자. 거기서 점심 차려먹자" "친구들이 왔으니까 운동하러 나가자"… 부인도 줄곧 남편의 말에 미소로써1 동조했지만, 아이들은 고비마다 시무룩했다.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항.. 2015. 11. 29.
한 중학생이, 교육부 차관님께(2015.8.31) 한 중학생이, 교육부 차관님께 의아해하셨죠? "중학생이 왜?" 자유학기제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드리려고요. "그걸 왜 나에게?" 하실까요? 장관님도 그러셨겠죠. "차관님! 자유학기제가 계획대로 실천되도록 지켜보세요!" 제가 장관이라도 그랬을 걸요? ‘강도 높은 교육.. 2015. 8. 31.
교육이 뭔지나 아는가! (2014.7.28. 월요논단) 교육이 뭔지나 아는가! 이런 교육으로는 한계에 이른 것이 분명하다. 확신을 가지고 하는 장담(壯談)이다. “이런 교육”이란 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사 등 이른바 교육공동체의 거의 누구나 불편하고 힘들고 부담스러운 교육이다.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4시간이나 공부한다고 .. 2014.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