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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게임중독

by 답설재 2017. 2. 6.

 

 

 

 

 

J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게임중독 때문에 학교에 게임방을 만들었다잖습니까?

아, 참! 잘 지내시죠? 그새 헤어진지 8년째네요. 어떤가요? 이제 마음대로 말씀하실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어떤 교장이었나요?

 

그때 J 선생님께서 6학년 부장선생님이셨고, 아이들이 비비탄을 아무데서나 "팡!" "팡!" 쏘아대서 다칠 염려도 있고 동네 어른들도 걱정스러워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 그런 장난감이 어떤 건지도 잘 모르는 저는 그 비비탄이라는 것에 맞으면 얼마나 아픈가 물었더니 눈에 맞으면 실명도 할 수 있다고 하셨고요.

 

그날 그 교장실에서 제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실 수 있을까요?

저는 어떤 일관성 같은 걸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어제 일인 듯 그대로 재현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제 말씀을 좀 뭣한 말로 "개무시"하셨지만…….(저는 요즘도 학교를 "교장왕국"이라고 표현하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답니다. 어떻게 하면 그만큼 마음대로 할 수가 있지요?)

"얘들아! 그런 장난 하면 못쓴다. 위험한 놀이를 하면 다칠 염려가 있으니까 하지 않아야 한다!"

저는 그런 말은 아직도 아주 질색입니다.

 

그런 식으로, 형식적으로 지도하고는 무슨 사고가 나면 "우리는 지도했다" 그러지 말고, 비비총인가 뭔가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지고 오라고 해서 운동장 가의 옹벽에 과녁을 마련하고 한번 쏘아보게 하라고, 누가 정확하게 맞추는가 내기도 하고, 그 총알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도 해보라고, 그런 다음 그렇게 위험한 건 아무데서나 "팡!" "팡!" 쏘면 안 되겠다는 걸 그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하게 하라고…….

이제 기억나시겠지요.

 

J 선생님!

아무리 기다려도,

제가 정년퇴임을 하는 날까지 기다려도, 선생님들은 그 교육을 하지 않는 걸 보고 저는 6학년 선생님들께서 제 말을 곧이 듣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선생님들 보시기에는 제가 "또라이" 같던가요? 우습던가요? 정신도 없는 사람이 교장이라고, 이젠 비비총까지 가지고 오게 해서 아파트 주차장에서처럼 "팡!" "팡!" 쏘게 하라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그럼 교과서 진도는 언제 나가느냐고, 선생님들끼리 성토를 하셨던가요?

 

그렇다면 제가 그 학교에서 한 엉뚱한 짓, 엉뚱한 말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다시 수많은 날들이 지나갔지만 자꾸 나 자신이 어떻게 비쳤을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저 기사의 작은 제목들입니다.

 

- "할 게 없어서" "친구랑 어울리려고"

- 인터넷 게임 등 과몰입 학생 늘어

- 건강하게 즐길 수 없나?' 고민

- 학교에 게임방 만들어 실험 시도

- 규칙·배경… 영어 단어 등 접하고

- '게임송 브르기' 활동과 상담 병행

- "게임 줄이고 뛰어놀고 싶다" 반응도

 

 

굳이 신문기사까지 읽을 필요도 없겠지요.

저도 저런 기사의 내용은 읽지 않아요. 가슴이 답답해지고 뛰쳐나가고 싶어지거든요.

2004년에 교장으로 다시 학교에 나가서 2009년에 마치기까지

하고 싶었던 수많은 일들 중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겠다는 가슴벅찬 아이디어 중에서

저는 단 열 가지도 실천해보지 못하고 말았거든요.

 

그만둘게요.

이야기를 꺼내면 저는 정말이지 숨이 막힐 것 같거든요.

마음이 없으면 백 년이 흘러도 이루어지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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