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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지쳤다"

by 답설재 2016. 11. 30.

1

 

국내총생산 규모로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기사를 본 이틀 후의 일요일 오전, 개그맨 염경환 씨의 베트남 이민 이야기를 방송하는 TV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니고 하필 베트남이라니…….'

잠깐 개그맨이어서 이민 가는 나라도 그렇게 고른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가 곧 부끄러했습니다. 그는 베트남을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라고 했고 대개 선진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이민을 가지만 자신은 가능성을 보고 베트남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2

 

그의 아들은 교육에 일생을 바친 나를 주눅들게 했습니다. 한때 TV에서 매주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은율이'라는 아이였습니다.

 

한인국제학교 수영장에서 남녀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던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고 싶었다. 학원이 너무 많아서, 학원 많이 다니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했는데 지쳤다."

 

지쳤다?

 

 

3

 

기자가 물었습니다.

"지쳤다는 말의 뜻을 아는가?"

"안다. 힘들었다는 뜻이다. 자고 싶었다."1

 

40여 년 교육자였던 나는, 그 일요일에 울고 싶었습니다.

또 정답 시비가 일어날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다가오는 가을날 오전이었습니다.

 

 

 

 

 

# 1 "세계 11위(국내총생산) 국가가 '헬조선'…성장 아닌 행복 정책 펼 때"

 

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의 닉 마크스 연구위원이 2006년 지구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를 개발한 이유는 기존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사람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측정하기엔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는 1968년 미국 대선 후보 시절에 로버트 케네디가 연설한 "지디피는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한다"는 말을 인용했다. 닉 마크스는 "로버트 케네디가 1968년에 암살당하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저 같은 통계학자들에게 세상 속에 뛰어들어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들을 찾아오라고 했을 것"이라며 "그러면 그것들을 기초로 지디피를 재설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략)…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66730.html#csidx7bcdda9c5c991dd8d442a9756fc8f67

 

1위 코스타리카, 2위 멕시코·콜롬비아, 5위 베트남…… 한국 80위…….

'국내총생산 세계 11위 국가가 행복지수 80위? 잘못 측정했겠지. 측정지수를 잘못 설정했겠지.'

'코스타리카, 멕시코, 베트남 따위가…….'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다가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 2 한국 '삶의 질' 중국보다 낮은 세계 47위로 추락…1위는 스위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8일 발간한 '2016 세계 속의 대한민국'에서 연구개발이나 과학기술 발전 분야는 세계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사회·노동·삶의 질과 관련된 지표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대비를 이뤘다고 밝혔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은 국제무역연구원이 매년 170여개의 경제·무역·사회지표를 기준으로 한국의 세계 순위를 정리하는 것으로, 관련 내용은 국제무역연구원 홈페이지(http://iit.kita.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한국의 삶의 질 지수(2016년)는 4.95점(10점 만점)으로 세계 47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8.26점·18위)이나 일본(8.11점·20위)은 물론 중국(5.26점·45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1위는 스위스(9.83점)였다.
한국의 삶의 질 지수가 이와 같이 낮게 나타난 데는 저성장과 높은 노동강도, 실업률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3위, 실업률은 3.6%로 14위를 기록한 반면 경제성장률은 2.6%로 104위에 머물렀다. …(후략)…

 

☞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18/2016111802085.html

 

 

# 3 식상해 할 얘기지만, 우리는 하루빨리, 함께, 우리 교육의 폐단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교육에 있어서의 선형성linearity, 심각한 문제이다. 삶의 문제들은 360도 다차원의 무수히 많은 방향으로 각기 다른 접근 방식과 해결책이 있을 텐데, 그 다양성을 전부 무시하고 단 하나의 기준으로만 한 줄을 세워서 그 줄에서 앞서 있지 않으면 낙오자와 실패자로 만드는 시스템, 이것이 오늘날의 학교 교육이라는 것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

☞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 A+을 받는가》(다산에듀, 2015), 227.

 

 

# 4 수학·과학 세계 최상위 韓 초·중생, 학업 자신감·흥미는 뒤에서 1~4위

 

오늘 신문에서 봤습니다.

국제 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 '2015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에서 우리나라 초등 4학년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세계 3위, 과학은 세계 2위를 차지했고, 중학교 2학년생들은 수학이 세계 2위, 과학은 4위였답니다.

그건 좋은 것입니까? 성적이 좋은 것이니까 된 것입니까?

 

성취도는 그렇게 최상위권이지만, 수학·과학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는 최하위 수준으로 초4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도는 49개국 중 가장 낮았고, 과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도는 각각 밑에서 2위, 4위였답니다. 중학생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아 수학·과학 과목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도가 하위 1~4위 수준이었답니다.

만약 나더러 고르라면 성취도보다 흥미도를 고르겠습니다. 그게 더 유용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4

 

신문 기사들이나 뭐나 자꾸 씁쓸한 느낌을 주었고 이른바 유명인사인 연예인의 이민 이야기, 학원 다니다가 지친 이야기를 막 해도 되나 싶어 하다가 결국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우선 아닌 건 아니라고 드러내는 일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되겠지. 그래야 무슨 방도를 찾을 수 있겠지.'

 

 

 

.......................................

1. 참조: TV Daily 티브이데일리 2016.10.23(일) 08:29 '사람이 좋다' 염경환 "베트남 이민, 母 미국 시민권자지만 은율이 미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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