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기의 즐거움776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공경희 옮김, 살림 2016 사회학 교수 모리 슈워츠가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그의 제자 미치 앨봄을 통해 전한다. '과연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은 것일까?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치료비는 또 어떻게 충당하고?''세상이 멈춰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저 사람들은 내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나 있을까?'(37) 우리 교수님은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앵커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테드, 어느 날 누군가 내 엉덩이를 닦아 줘야만 한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소."(56) "마음을 나눌 사랑을 찾았나?""지역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나?""마음은 평화로운가?""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69) 그들은 O. J. 심슨과.. 2025. 6. 21. J. L. 카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 J. L. 카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A Month in the Country이경아 옮김, 뮤진트리 2022 오랜만이야.몇십 년을 기다려 내게 온 느낌으로 이 소설을 읽었어. 파스샹달 전투(1917)의 후유증으로 안면을 실룩거리는, 가난하고 순수한 청년, 런던 출신 톰 버킨이 석회에 파묻힌 시골 마을 교회의 중세 벽화를 복원하는 일을 맡아 그 벽화('최후의 심판')의 아름다움에 몰입하여 지낸 여름 한철의 얘기야. 버킨은 그 시골 마을을 사랑했고, 그곳 사람들과 꿈결처럼 따뜻하게 지냈어.'따뜻한 사람들'의 유일한 예외가 있어. 벽화 복원을 맡긴 목사 키치야. 그는 '신에게 자신을 바친 사실로 동료 시민을 대하는 태도에서 보이는 인간적 결함을 변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형의 인간이야. 버킨은 .. 2025. 6. 17. '스카보로'를 찾으려고 또 읽은 소설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 소설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J. L. 카)은 몇 페이지 되지도 않는데 단어들, 문장이나 문단에 눈길이 머물고 싶어 해서 보름이 걸려 읽었고, 읽고 싶은 책이 수두룩해서 그럴 형편이 아닌데도 바로 또 한 번 읽었다.'스카보로' 때문이었다. 스카보로라는 지명이 나왔고, 분명히 그걸 의식했는데 거의 다 읽었을 때쯤 그 생각이 나서 앞으로 뒤로, 다시 앞으로 뒤로 여러 번 훑어봐도 찾을 수가 없었고, 이런 일은, 그러니까 '나중에 다시 읽고 찾자'고 미뤄봤자 별 수 없고 늘 포기나 다름없어서 아예 당장 한 번 더 읽기로 한 것이었다. 이렇게 마음먹고 나니까 마음 편하게 읽는데도 '스카보로'가 스스로 눈에 띄었고, 처음 읽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었던 부분이 명료해지거나 지나쳐 읽었던 부분이.. 2025. 6. 5. 스카브로, 숲 같은 서재, 자욱한 정원을 찾아 다시 읽어야 할 책들 지금 읽고 있는 소설 "요크셔 시골에서 보낸 한 달"(J. L. 카)은 겨우 260쪽 정도인데 읽기 시작한 지 보름이 가깝다.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하게 되었다. '스카브로'라는 지명 때문이다. 문득 이 지명이 생각나서 어디에 어떻게 나왔는지 저녁에 읽은 부분을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다.다 읽고 나서 시간을 내어 다시 읽어야 한다.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은 참 좋은 소설이다.그렇지만 읽고 있으면 꿈꾸는 것 같아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10여 년 전이었지? 진주 공항에서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그 책을 읽다가 문득 마지막 주요 등장인물의 서재에 대한 설명을 다시 읽고 싶어서 앞으로 뒤로, 다시 앞으로 뒤로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언제든 그 부분을 찾아야 한다.두.. 2025. 5. 27. 비비언 고닉 《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끝나지 않은 일》김선형 옮김, 글항아리 2024 대학에 들어가서야 그 오랜 세월 내가 줄곧 문학책만 읽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읽기'를 시작한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 후론 내밀한 벗이 된 책들로 계속 돌아가고 또 돌아가곤 했다. 나를 저 멀리 다른 세계로 훌쩍 데리고 가주는 이야기의 쾌감만으로도 마냥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헤쳐나가고 있는 이 삶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어떤 의미를 끌어내야 할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12) 명사의 '독서 체험기' 혹은 '독서 지침서'라고 하면 될 것 같았다.독서에 대한 책이라고 해봐야 장황하게 내용을 소개하거나 현학적으로 해석하여 아는 체한 기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혹독하게 신랄하게, 그렇게 쓴 평론은 봤어도 그렇게 쓴 책을 재.. 2025. 5. 21. 종이책이 무사하네? ↑ 위는 소설 《장미의 이름》 표지화(부분) 인터넷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종이책이 사라진다는 얘기가 회자됐었다. 사무실에서 종이 자체가 사라진다고도 했다.귀가 얇은 나는 그런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곧 나의 전부를 걸어 판단하곤 한다. 그때 나는 책을 읽기보다는 모으고 있었다. 책 모으기에 매달렸다는 건 아니다. 매달린 건 당연히 업무처리여서 책을 읽을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읽기로 하고 일단 장만해 두자는 생각이었다. 단행본뿐만 아니라 월간지도 쌓아두었다. 그러다가 종이책은 사라지고 전자책을 읽게 된다는 말이 돌았는데, 그러자 내 책이 모두 허접해 보였다.'하기야 50년만 되어도 퍼석퍼석 무너지는 게 책이지.''저걸 다 재활용품으로 내다 버려야 한다는 거지?'서글펐다. 다 갖다 버리고 전자책 읽기를.. 2025. 5. 7.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이현 옮김, 김영사 2012 찰리 채플린의 자서전은 본문이 1037쪽까지였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면 소설책 열 권은 될 것'이라는 이를 서너 명은 만났다. 고생깨나 했는가 보다 하면서도 열 권이야 되겠나 싶었었다.채플린 이야기는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 읽는 동안 다른 책을 별로 읽지 못했어도 좋았다. '소설책 열 권'이라더니 1천여 쪽이어도 괜찮구나 싶었다. # 나는 채플린이 그저 얼굴만 봐도 좀 우스운 배우인 줄 알았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역량이 어마어마하고 아름다운 예술가여서 책을 읽는 자신이 사소한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 주었다.그는 자신이 출연한 모든 영화의 극작가, 작곡가, 감독, 제작자였다. 그에게.. 2025. 5. 2. 장세련 글·송수정 그림 《혼자가 아니야》 장세련 글·송수정 그림 《혼자가 아니야》단비어린이 2025 '너 혼자 올라올 수 있겠니'묻는 시가 있다.이렇게 묻기도 한다.'너 혼자 눈물 닦을 수 있겠니'(박상순 「너 혼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제 겨우 말을 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거나 겨우 책을 읽게 된 아이에게 '혼자 가야 한다' 혹은 '혼자 같아도 넌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가르칠 수 있을까?그런 철학을 그대로 전해 줄 수 있는 그림책이다.아이가 어른이 된 어느 날, 문득 이 그림책이 생각나서 한참 동안 생각에 들 것 같다. 글도 그림도 간결하고 따듯하다. 2025. 4. 20. '내 책을 보면 세상에 이런 책이!' 하고 놀랄 것이라는 기대 ↑ 위 : 오래전 「교사와 교육과정」 강의자료에 쓴 사진(출처 : 미상의 어느 신문) 처음에 책을 낼 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이 뒤집어질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만 참고 있으면 된다.'천만에!놀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아, 있다. 단 한 명. 나 자신이다. '이럴 수가!' 미안하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니다.책을 출판해 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은 거의 다 그렇다고 보면 된다. 연전에 이른바 지인이 책을 냈다.한여름이었는데 부지런히 읽고 독후감을 썼다. 열 일 제치고 일주일이 걸렸다. 그의 두 번째 소설이어서 이젠 작가이기 때문에 정성을 다했다.그 독후감을 이 블로그에 실었다.며칠 만에 그의 지인으로 짐작되는 여성이 비뚤어진 관점으로 혹독하게 쓴 독후감이라는 댓글을 달았다.가슴이 내려앉았고.. 2025. 4. 19. 알랭 드 보통 《삶의 철학산책》 알랭 드 보통 《삶의 철학산책》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정진욱 옮김, 생각의 나무 2002(2002.4.20 초판 1쇄 인쇄, 4.25 초판 1쇄 발행)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1장 인기 없음에 대한 위안 · 소크라테스2장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한 데 대한 위안 · 에피쿠로스3장 좌절에 대한 위안 · 세네카4장 부적절한 존재에 대한 위안 · 몽테뉴5장 상심한 마음을 위한 위안 · 쇼펜하우어6장 곤경에 대한 위안 · 니체 2002년 4월 25일에 나온 초판을 구입했지만 '나중에 읽어야지' 했다.그러다가 2년 전 봄, 위의 책과 거의 같은 시기에 구입한《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것은 《파우스트》를 읽다가 재미있는 각주를 발견했기 .. 2025. 4. 10. 소중한 것은 그대로 있어 주지 않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 '생로병사'란 말은 많이 듣지만, 무슨 얘기일까, 했다.틱낫한 스님이 쓴 《화》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읽었다. 부처는 누구나 공포의 씨앗을 갖고 있지만 대다수가 그 씨앗을 억눌러서 어두운 곳에 감추어두고 있다고 했다. 또한 그 공포의 씨앗을 확인하고 감싸안고 돌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반드시 늙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나는 반드시 질병에 걸린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나는 반드시 죽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모두 그대로 있어 주지 않는다. 그것을 피할 길은 없다. 나는 아무것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빈손으로 왔으므로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내 행동만이 나의 진정한 소유물.. 2025. 4. 3. 틱낫한 《화 anger》 틱낫한 《화 anger》최수민 옮김, 명진출판사 2008 • 눈 돌리면 화나는 것 투성이다, • 많이 먹어도 화는 풀리지 않는다, • 화가 날수록 말을 삼가라, • 성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라...... 마흔한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술술 읽히긴 해도 어렵다. 짐작하면서도 실천하지는 못했던 일들이어서 그럴 것이다. 책을 다 읽었는데도 오늘도 설설 까닭을 설명하기가 난감한 화가 났었다. 지식이란 이런 경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방법이 없진 않다. 이 책을 하루에 한 꼭지씩 계속 읽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싫기 때문에 헛일이다. 화가 나면 그 감정을 끌어안아야 한단다. 심호흡을 하고, 길을 걷는 건 자각을 위한 것이다.자각의 첫째 기능은 확인을 하는 것이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지금 마음속이 .. 2025. 4. 2. 이전 1 2 3 4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