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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알베르 코엔 《내 어머니의 책》
알베르 코엔 《내 어머니의 책》조광희 옮김, 현대문학 2002 가엾은 엄마, 이 세상의 기쁨을 철저하게 박탈당했던 엄마,엄마, 당신이 준 내 손에 입을 맞출 수밖에 없어요.어쩔 수 없이 벌써 푸른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던, 그 작은 손. 사랑하는 엄마,그 서투른 성녀─자신이 성녀임을 알지도 못하는─아, 나의 수호신, 엄마, 내 사랑하는 딸이여!오, 내 잃어버린 젊은 시절인 엄마.오직 한 사람뿐인 나의 유일한 간호원,오 당신, 유일한 사람, 어머니, 내 어머니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내 열 살 적 예쁘던 엄마, 이제는 거의 해골로 변한 그 엄마, 천천히 흘러내리는 내 눈물에도 무심하고, 귀먹고 무감각한 내 엄마,여왕폐하,당신들, 모든 나라의 어머니들, 내 어머니의 자매인 당신들..
2024. 11. 26.
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정영목 옮김, 이레 2009 현대 세계의 큰 도시 하나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상상해보자. 가령 몹시 흐린 10월 말의 어느 월요일에 런던을 가로지른다고 해보자. 런던의 유통 센터, 저수지, 공원, 영안실 위를 날아간다. 런던의 범죄자들과 대한민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보일지 모른다. 파크 로열의 샌드위치 만드는 공장, 하운슬로우의 항공사 기내식 공급 시설, 배터시의 DHL 배달 창고, 시티 공항의 걸프스트림 제트기, 스머글러즈 웨이에 자리 잡은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의 청소 수레를 보라. 사우스 워크 파크 초등학교 식당의 시끌벅적함과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 대포의 소리 없는 포성에 귀를 기울여보자. 운전 학원 강사, 계량기 검침원, 머뭇거리며 불륜을 저지르는 사..
2024.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