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기의 즐거움744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안정남 옮김, 한길사 2013 《슬픈 열대》가 세상 곳곳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쓴 책으로, 내 동기들은 장관도 하고 그러면서 잘 사는데 나는 이 꼴로 이렇게 돌아다닌다며 한탄한 부분을 보고 나자, 읽던 책을 들고 한참을 생각하거나 더러 눈물을 글썽거리며 읽었다면, 이 책《야생의 사고》는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철학부터 공부하거나 레비-스트로스의 자취가 남은 곳을 찾아가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 책이었다. 동식물의 종(種)이나 변종(變種)에 대하여는 세밀하게 분류하여 명칭을 부여할 줄 알면서도 '나무'라든지 '동물'이라든지 하는 개념들을 표현하는 용어는 구비하지 못한 언어들이 있다. 이러한 언어를 무시하는 풍조는 오래되었다. 이러한 예들은 원시인들.. 2024. 6. 9. 문봄(동시집)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 ② 문봄(동시집)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②홍성지 그림, 상상 2023 내가 읽은 《폰드로메다 별에서 온 텔레파시》 ☞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40572 고맙습니다, 그 봄여름가을겨울날들의 모모...... 2024. 6. 3. 쇼펜하우어의 후배들 '윤리' 시간이었을까? 고등학교 다닐 때 쇼펜하우어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우리는 좀 비관적인 급우를 보면 "너 쇼펜하우어 후배냐?"고 묻고 또 웃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끝이란 건 쇼펜하우어와의 인연 말이다. 굳이 읽어봐야 할 필요도 없었고, 그럴 여가도 없었다. 그렇게 살아도 그것으로 인한 애로 사항은 없기 때문이었고, 그게 우리 한국교육의 장점이고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은 위키나무에서 가져왔음. 『캉디드』에서 볼테르는 매우 유쾌한 방식으로 낙관주의에 대항하여 싸운다. 바이런은 『카인』에서 그 특유의 비극적 방식으로 싸웠다. 헤로도토스는 트라키아인들이 새 생명이 태어나면 한탄하고, 사람이 죽으면 즐거워했다고 보고 한다. 플루타르코스 역시 아름다운 시구로 같은 것을 표현한다. "태어난 자를 불쌍.. 2024. 6. 2.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2(온라인 학습)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김인수 옮김, 리더스북 2017 CHAPTER 29 (발췌) HBX, 전략에서 도입까지교실학습과 온라인 학습의 결합이열어갈 교육 신세계 답을 구하기 전에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하라 우리는 모든 대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을 잊지 않았다.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그리고 이길 방법은 무엇인가? "교육을 민주화하라", "세계를 평평하게 하라", "신기술을 포용하라"처럼 온라인을 둘러싼 좋은 말들에 현혹되기 쉽다. 이런 말들이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 하지만 개인의 결정을 이끌어주는 데 있어서는 그리 유용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전략에 관한 기본 질문이었다. 학습자.. 2024. 5. 26.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김인수 옮김, 리더스북 2017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과 점점 연계성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관되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기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현재 우리의 활동 무대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가 있는 곳에 의해 어떻게 영향받는지 깨달아야 한다.('시작하는 글'에서) 오늘날 사용자들은 거의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과 상호 교류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술의 핵심이다. 파일 공유 서비스, 소셜 네트워크, 마이크로블로그, 뉴스피드, 비디오 업로딩, 인스턴트 메시징, 애플리케이션 공유, 바이얼 광고, 교육 플랫폼 등이 이에 속한다.누구나 콘텐츠를 공급하고 배포할 수 있다.('이 책을 읽기 전에'.. 2024. 5. 25. 제국주의의 짐, 범죄의 백과사전·선행의 백과사전 현직에 있을 때는, 자신의 견해가 아니면 다 '매국노'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고집스러운 역사학자들을 여러 명 봤다. 장관과의 조찬 모임에서 교육과정을 개정해서 역사 가르치는 시간이 줄어들게 한 사람들을 '매국노'라고 하는 사람도 만났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고, 그 말을 들으며 아침을 먹는 나는 장관이 뭐라고 답하는지 살피며 매우 슬펐다. 학창 시절에는 그런 사람들이 만든 교과서로 역사를 배웠다.'이 사람들은 왜 이럴까?'뭔가 미심쩍어하면서도 다 우리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나 깊어서 그럴 것이라고 애써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혹 다른 견해로 쓴 책을 보면 '조금 별난 역사학자' 정도로 받아들이곤 했다.그건 세계사에 대해서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내 눈은 '완전'(.. 2024. 5. 14. 고마운 젬마님... 교육 관료들 사이에서는 힘주며 사셨겠지만... 젬마님이 불친이 된 건 지난 4월 11일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살았던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시도 교육청 장학관, 장학사 회의 때 어깨에 힘주고 들어오는 장학관들을 보면 나는 당장 지적했었지요."그 어깨에 힘 빼고 목 좀 부드럽게 하세요! 여기 와서도 그렇게 하는 장학관이 학교 선생님들을 어떻게 대할지 안 봐도 뻔하죠! 우리가 교사시절에 관료들이 잘난 체하던 꼴 역겹지도 않았나요?!"그런 지적이 거듭되니까 그 당시엔 내 앞에서 어깨가 오그라들던 그들이 내가 교육부에서 나오는 순간 어떻게 처신했을지는 안 봐도 뻔하죠. 이미 재작년 봄에 나왔고, 교육에 관한 글은 보나 마나 재미없을 것 같으니까 아예 외면해서 어느덧 사라지고 있던 책이 젬마님 손에서 파란 잎을 달고.. 2024. 5. 12.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차경아 옮김, 까치 2012 이 책을 2012년에 구입했다. 그전에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한 그릇된 환상의 종말무궁한 발전에 대한 위대한 약속─자연의 지배, 물질적 풍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그리고 무제한적인 개인의 자유에 대한─은 산업시대 개막 이래로 여러 세대에 걸쳐서 희망과 믿음을 지탱해 온 토대였다. 사실상 인간의 문명은 인간이 자연을 능동적으로 지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산업시대가 개막되기 이전까지는 그 지배력에 한계가 있었다. 인간과 동물의 노동력을 기계 에너지가, 나중에는 핵 에너지가 대신하고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가 대신하기까지 산업의 발달은 우리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우리는 무한한 생산과 아울러 소비의 도상에 있으며, 과학과 기술에 .. 2024. 5. 8. 사랑의 능력 그는 줌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명에 무엇인가 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생명에 야기된 것은 그에게 되돌아온다. 참으로 줄 때, 그는 그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준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주는 자로 만들고, 두 사람 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쁨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는 행위에서는 무엇인가 탄생하고 이와 관련된 두 사람은 그들 두 사람을 위해 태어난 생명에 대해 감사한다.이 말은 특히 사랑에 대해서는, 사랑은 사랑을 일으키는 힘이고 무능력은 사랑을 일으키는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마르크스는 이 사상을 아름답게 표현했다."'인간을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생각하라. 그러면 당신은 사랑은 사랑으로만, 신뢰는 신뢰로만 교환하게 될 것이다... 2024. 5. 3. 싯다르타와 만신전 책을 쓰는 사람들은 두뇌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전에는 그걸 실감하고 확인할 때마다 나도 무슨 수를 써서 나에게도 이런 면모가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지 하고 과욕을 부리기도 했는데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말하자면 한계를 인식하게 된 것인데, 마음을 그렇게 고쳐먹자 '와, 이런 사람은 언제 이런 걸 다 알게 된 걸까?' 하고 드러내놓고 감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도 있구나...'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을 땐 그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책의 내용들이 그의 견해를 대충 써놓은 게 아니라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지식을 갖추어 쓴 원고일 것이라는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싯다르타에 대한 글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믿음을 얻기보다 싯다르타가 .. 2024. 5. 1. 자라투스트라 유발 하라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이 음악을 들어봤는지? 그건 아니다. 마음대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종교에 대해서는 물어보고 싶다.종교에 대해서 뭘? 그걸 구체적으로 쓰기는 난처하다. 그를 만나면 직접 묻고 싶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그가 쓴《사피엔스》의 '제3부 인류의 통합' 중 12장 '종교의 법칙'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이걸 옮겨쓰는 건 단지 역사적인 사실로서의 조로아스터교에 대해 알아보고 싶을 때 쓰려는 것(使用)이고 그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그뿐이다! 일신론은 질서를 설명하지만 악 앞에서 쩔쩔맨다. 이신론은 악을 설명하지만 질서 앞에서 당황한다.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논리적 방법이 하나 있다. 온 우주를 창조한 전능한 유일신이 있는데 그 신이 악한 신이라고 주장하는 .. 2024. 4. 29. 자연에 대한 경외심 '나'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이우환 화백이고 '루트'와 '에스라'는 그의 친구들이다. 루트가 말했다. "당시 사람들은 거인이었던 걸까?" 나는 조금 생각한 뒤 말했다. "그럴 리는 없지. 다만 지금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은 조금 더 자연의 에너지, 그 힘과 연이어 있는 존재였을 거라고 생각해." "자연의 힘?" "우리처럼 고립된 개인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과 이어진 공동체의 힘이라고나 할까,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랄까, 신에 대한 신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에스라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괴력이 작용했다는 뜻이군." "현대인은 공통된 정보와는 연결되어 있지만, 생각도 신체도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서 자기 자신의 힘밖에 없는 게지." "엄청난 힘을 잃고 말았네." 이우환의 에세이 「라.. 2024. 4. 18. 이전 1 2 3 4 5 6 7 8 ··· 6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