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사랑의 능력

by 답설재 2024. 5. 3.

그는 줌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명에 무엇인가 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생명에 야기된 것은 그에게 되돌아온다. 참으로 줄 때, 그는 그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준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주는 자로 만들고, 두 사람 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쁨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는 행위에서는 무엇인가 탄생하고 이와 관련된 두 사람은 그들 두 사람을 위해 태어난 생명에 대해 감사한다.

이 말은 특히 사랑에 대해서는, 사랑은 사랑을 일으키는 힘이고 무능력은 사랑을 일으키는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마르크스는 이 사상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인간을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생각하라. 그러면 당신은 사랑은 사랑으로만, 신뢰는 신뢰로만 교환하게 될 것이다. 예술을 감상하려 한다면 당신은 예술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싶다면, 당신은 실제로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모든 관계는 당신의 의지의 대상에 대응하는, 당신의 '현실적이고 개별적인' 생명의 분명한 표현이 되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사랑을 일깨우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면, 곧 당신의 사랑이 사랑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만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생명의 표현'에 의해서 당신 자신을 '사랑받는 자'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무능한 사랑이고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랑에서만 주는 것이 받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생은 학생에게서 배우고, 배우는 관객들로부터 자극을 받고, 정신분석가는 환자에 의해─그들이 서로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서로 성실하고 생산적으로 관계한다면─치유된다.

주는 행위로서의 사랑의 능력이 그 사람의 성격 발달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특히 성격이 생산적 방향으로 발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

 

 

 

 

 

 

 

에리히 프롬이 쓴 책 《사랑의 기술》에서 옮겼다.

 

나는 혼자 읽고 있긴 하지만 에리히 프롬이 자주 마르크스(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 Karl Heinrich Marx)를 갖다 대는 것이 불편했다. 누가 그걸 지적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주의 깊게 읽으면서도 남에게 마르크스를 인용한 글을 읽었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또 '하필이면 왜 마르크스를 자주 인용하지?' 하고 에리히 프롬을 향해 못마땅해했고 '독일인들끼리라고 많이도 봐주는구나' 싶기도 했다.

마르크스를 인용한 부분에는 밑줄을 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이건 정말 나 혼자 하는 말이니까 남들이 문제 삼지 않으면 좋겠다) '마르크스는 나쁜 사람이지만 더러는 좋은 생각도 했나?' 싶었고, 지금은 마르크스의 생각들은 대체로 옳은 것이었는데 옳지 못한 인간들이 그의 생각을 나쁜 방향으로 이용해 먹었나,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쓰고 나니까 내가 스스로를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교육을 조롱한 것 같기도 해서 아무래도 좀 불편하다.

 

어쨌든 나는 사랑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아온 것이 부끄럽다. 그런 사람은 사회에 공헌하기도 어렵고, 한계를 느끼거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스스로 안타깝기도 하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라느니 어떠니 하지만 다 헛소리 같다. 그렇게 모르는 사람이면서 돈 긁어모으는 데 집중한다면 주변 사람들까지도 훨씬 더 불행하게 될 것이다. 잠깐 그렇게 사는 건 그렇다 쳐도 죽을 때까지 내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가.

 

"주는 행위로서의 사랑의 능력은 그 사람의 성격 발달에서 영향을 받는다."(!)

 

 

 

'책 보기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마운 젬마님...  (8) 2024.05.12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2) 2024.05.08
싯다르타와 만신전  (6) 2024.05.01
자라투스트라  (0) 2024.04.29
자연에 대한 경외심  (0)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