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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정영목 옮김, 이레 2009 현대 세계의 큰 도시 하나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상상해보자. 가령 몹시 흐린 10월 말의 어느 월요일에 런던을 가로지른다고 해보자. 런던의 유통 센터, 저수지, 공원, 영안실 위를 날아간다. 런던의 범죄자들과 대한민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보일지 모른다. 파크 로열의 샌드위치 만드는 공장, 하운슬로우의 항공사 기내식 공급 시설, 배터시의 DHL 배달 창고, 시티 공항의 걸프스트림 제트기, 스머글러즈 웨이에 자리 잡은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의 청소 수레를 보라. 사우스 워크 파크 초등학교 식당의 시끌벅적함과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 대포의 소리 없는 포성에 귀를 기울여보자. 운전 학원 강사, 계량기 검침원, 머뭇거리며 불륜을 저지르는 사..
2024. 11. 5.
발견 : 삶과 아름다움 사이의 절망적 간극 극복 방법
여기 돈이 많아서 집 안을 아름답게, 화려하게 꾸며놓고 살아가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젊은이가 있다. 누추한 자신의 집을 둘러보며 우울해하는 그 젊은이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에세이에 등장한다. 젊은이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서 식탁보 위의 나이프, 먹다 만 과일 조각, 뜨개질을 하고 있는 어머니, 찬장 위 술병 옆의 고양이를 둘러보며 서글퍼하고 혐오감을 느낀다. 프루스트는 이 젊은이가 우울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고 싶어서 그를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게 하되 웅장한 궁전을 그린 베로네세, 항구 풍경을 그린 클로드, 군주의 생활을 그린 반다이크의 그림보다는 장 바티스트 샤르댕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화가 샤르댕은 과일 그릇, 주전자, 커피 주전자, 빵 덩어리, 나이프, 와인이 담긴 유리잔, 납작한..
2024.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