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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발견 : 삶과 아름다움 사이의 절망적 간극 극복 방법

by 답설재 2024. 1. 4.

여기 돈이 많아서 집 안을 아름답게, 화려하게 꾸며놓고 살아가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젊은이가 있다.

 

누추한 자신의 집을 둘러보며 우울해하는 그 젊은이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에세이에 등장한다.

젊은이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서 식탁보 위의 나이프, 먹다 만 과일 조각, 뜨개질을 하고 있는 어머니, 찬장 위 술병 옆의 고양이를 둘러보며 서글퍼하고 혐오감을 느낀다.

 

프루스트는 이 젊은이가 우울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고 싶어서 그를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게 하되 웅장한 궁전을 그린 베로네세, 항구 풍경을 그린 클로드, 군주의 생활을 그린 반다이크의 그림보다는 장 바티스트 샤르댕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알랭 드 보통의 책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187)에 실려 있는장 바티스트 샤르댕의 그림.

 

 

 

화가 샤르댕은 과일 그릇, 주전자, 커피 주전자, 빵 덩어리, 나이프, 와인이 담긴 유리잔, 납작한 고기 조각 같은 것들을 즐겨 그렸다.

그는 영웅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그리지 않고 책 읽는 사람, 카드로 집을 만드는 사람, 빵 두 덩이를 사서 지금 막 집에 들어온 사람, 바느질을 하다가 한 실수를 딸에게 보여주는 어머니를 그렸다.

그의 그림은 그런 일상성을 보여주면서도 매혹적이고 무엇인가 환기시키고 있다.

 

프루스트는 샤르댕의 그림을 구경하게 된 젊은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자신이 범속함이라고 불렀던 것에 관한 이처럼 풍부한 묘사─즉 자신이 무미건조하다고 여겼던 삶에 관한 이처럼 식욕을 돋우는 묘사, 또한 자신이 하찮다고 생각했던 자연이 만든 이처럼 위대한 예술─에 그가 일단 현혹되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야 마땅할 것이다. 자네, 행복한가?

 

부엌에 들어가 거닐 때면, 당신은 이렇게 혼잣말을 하게 될 것이다. 이건 참 흥미롭군, 이건 참 멋지군, 이건 참 아름답군, 마치 샤르댕의 그림처럼 말이야.

 

 

이것은 프루스트의 그 에세이에 대해, 그 에세이가 주는 의미에 대해, 즉 '눈을 뜨는 방법'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이 쓴 글을 요약 발췌한 것이다.

다음은 알랭 드 보통이 쓴 글의 일부이다.**

 

  

왜 우리는 사물을 보다 완전하게 음미하지 않을까? 문제는 단순한 부주의나 게으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제는 또한 우리를 이끌고 영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자신의 세계에 충분히 가까운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만날 기회가 불충분하다는 사실로부터도 비롯된다. 프루스트의 에세이에 나오는 젊은이가 불만이 가득한 이유는 그가 오직 베로네세, 클로드, 반다이크밖에는 모르기 때문이다. 이 화가들은 그의 세계와 유사한 세계를 묘사하지 않았으며, 예술사에 관한 그의 지식은 미처 샤르댕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그 젊은이가 자기 집 부엌에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이 화가가 절실히 필요한데도 말이다. 이러한 생략은 뭔가 상징하는 바가 있다. 우리를 세계에 눈뜨게 하려고 어떤 위대한 화가가 제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수많은 이미지들에 우리가 에워싸이는 것까지는 방지해주지 못한다. 비록 그런 이미지들이 어떤 사악한 의도는 없으며, 오히려 종종 뛰어난 예술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과 아름다움의 영역 사이에는 절망적인 간극이 있음을 암시하는 효과를 가진다.

 

 

프루스트의 에세이를 소재로 한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으며 이 내용을 교육적으로 해석해 보았다.

 

1. 교육은 전체적, 획일적으로 이루어지면 안 된다. 그것은 베로네세, 클로드, 반다이크를 교과서에 실어서 가르치자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샤르댕도 넣겠다고 하겠지? 그럼 고흐, 모딜리아니는 어떻게 하나?

 

2. 그러므로 교육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학생이 공통적으로 보는 교과서가 필요 없다고 하는 건 과격한 조치일지도 모르지만 교과서가 있더라도 개별적으로 알아보고 싶은 것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의 장을 넓고 깊게 열어주어야 한다. 교과서는 그저 참고자료의 구실을 할 것이다.

 

3. 교사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학습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4. 이러한 조치들은 교육개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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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드 보통《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박중서 옮김, 청미래) 188~189.

** 위 책 2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