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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168

이 블로그를 어떻게 하나... 2021년도에 만든 나의 블로그 이름은 '분리수거 연습'이다. 별명은 '비생물'. 자기소개란에는 '별명을 비대면 체온 측정기라고 지을까 고민했다'라고 적혀 있다. 모두 처음 블로그를 개설할 때 설정한 그대로다. 글을 올리는 카테고리는 세 개로 나눴는데, 각각 '종량제 봉투'와 '폐수' '재활용'이라고 이름 지었다. '종량제 봉투'에는 일기를, '폐수'에는 시를, '재활용'에는 나에게 영향을 준 음악이나 영화, 책을 올렸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구분이 모호해져서 카테고리를 모두 닫아버렸다(카테고리 자체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 그리고 '일기'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지금은 '일기' 카테고리만 전체 공개인 상태다. 그곳에 새 개시글을 올리면 이전 개시글은 비공개 처리한다. 어차피 내 블로그를 꾸준히 보러.. 2024. 1. 24.
인간의 역할 나는 자주 미래의 모습들을 가지고 장난을 쳤고, 내게 배정되어 있을 역할들, 시인이나 어쩌면 예언자, 아니면 화가 등의 역할들을 꿈꾸었다. 그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문학작품을 쓰거나 설교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그런 이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오로지 곁다리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이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그것뿐이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안인희 옮김, 문학동네 2013, 154) 나 자신에게로?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나는 누구지? 나는 언제 인간의 역할을 하게 되지? 2022. 7. 17.
학교는 정말 왜 가는 걸까? (2022.6.23) 학생들은 왜 학교에 가는 걸까? ① 딱히 갈 데가 없어서 ② 꼬박꼬박 가라고 부모가 닦달을 해서 ③ 교장과 담임이 기다려서 ④ 교육은 4대 의무 중 하나라는 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⑤ 졸업장이 있어야 뭘 할 수가 있으니까 ⑥ 점심을 제공하니까 ⑦ 친구들을 만나러 ⑧ 자꾸 가면 무슨 수가 날 수도 있으니까 ⑨ 장차 꿈을 이루어 부모 은혜에 보답하려고 ⑩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고… 답이 있을까?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 극성을 부리던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전면등교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꼭 학교에 가야 하나?’ 누군가 갖고 있지 싶은 그 의문, 사실은 우리가 진지하게 대답해야 마땅한 그 물음의 진정성을 부각시켜보려고 객쩍은 답들을 열거해보았다. 지금 의문을 갖고 있는 그 학생이 바라는 혹은.. 2022. 6. 24.
고마운 리뷰 이름 모르는 어느 선생님께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 책에 대한 리뷰가 "예스24"에 실렸다는 사실이 과분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말씀은 제게는 이 책에 대한 그 어떤 표현보다 신선하고 감동적입니다. 초임 때 저를 만났다는 말씀만 하셔서 어느 분인지도 모르지만 두고두고 감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아이들과 함께하실 선생님!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는 그 아이들은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22. 6. 22.
김만곤《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을 읽고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 즐거운 교육을 위해 펼쳐내는 가슴속 이야기 비상 2022.5 쉽고 재미있어서 어제오늘 다 읽었습니다. 53년 전 선생님 그대로였고 치열하게 살아오신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영원한 우리 선생님... (변호사 ○용○)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겼어요. 책장을 넘기며 행복했습니다. (유치원 원장 ○찬○) 와~~~우! 교장선생님의 철학과 소신이 그림으로 그려진 듯했어요! 진의이고 자존이고요! 드디어 저의 바람이 이루어졌어요 ㅎㅎ. 그렇지만 1권이 출간됐으니까 2, 3권도 나와야 하실 일을 다 하시는 것이죠. 찬찬히 한번 더 읽고 교사로 살아가는 제 여식에게 자랑하고 읽게 하겠습니다. (교육부 서기관 김○○) "그날 이후 나는 왜 선생님과 같은 분을 학창 시절 스승으로 만나지.. 2022. 5. 19.
김만곤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즐거운 교육을 위해 펼쳐내는 가슴속 이야기 비상 2022.5 들어가는 글 〈붕어빵〉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귀엽고 예쁜 아역 배우가 돌연 사격선수로도 활약하는 다재다능한 대학생이 되어 나타난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 대학생이 어떻게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고 발휘해야 하는가를 토론했는데 패널 가운데 한 배우는 일단 사격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좋겠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또 다른 배우는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분석해 들어가면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일단 우리 내외 의견도 갈렸는데 아내는 사격부터 해야 한다는 쪽,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는 쪽이었습니다. 교사로 교육행정가로 교장으로 살았던 세월이 엄연함에도 내 아들딸, 손주들 교육에.. 2022. 5. 13.
파란편지 애독자 파란편지 애독자 2008.03.27 21:27 안녕하셨어요? 우리 교장선생님.. 아직 성복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신 것만 같아서.. 지금도 어딘가 여행을 가셔서 자리를 비우신 거라... 믿고 싶은 학부모입니다. 저희 아들이 요즘 들어 부쩍 교장선생님 언제 다시 오냐고.. 이제 5학년이라 알 것도 같은데... 아마 그 녀석도 저와 마찬가지로 믿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그러는 거겠지요... 참 원망스러워요. 성복초등학교에서 하시던 일 아직 완성도 되지 않고 이제 겨우 밑그림만 그려 놓으시고 책임감 없이 어디로 가신 건지...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는 교장선생님들은 다 그냥 비슷하신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저희에게 희망을, 꿈을 심어주시고 꿈이 미쳐 봉오리도 피우기 전에 겨울을 만들어 놓으시다니... 소용없는 투정.. 2022. 2. 17.
서귀포 이종옥 선생님 오랫동안 교육부에서 근무하다가 용인 성복초등학교에 가서 이종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여 선생님들은 모두 이종옥 선생님 후배여서 그분을 "왕언니"라고 불렀습니다. "왕언니"라는 호칭은 거기서 처음 들었기 때문에 낯설고 신기했습니다. 선생님은 나를 아주 미워했습니다. 교육부에서 내려온 교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이 나를 그렇게 미워한 사실을 나는 전혀 몰랐었습니다. 교육부에서 교장이 되어 온 것이 미운 것이 아니라 교육부 직원이었기 때문에 미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부에서 교장이 온다고 해서 당장 사직을 하려다가 교육부에서 근무한 인간들은 도대체 어떤 놈들이기에 교원들이 그렇게들 미워하는가 직접 만나보기나 하고 명퇴를 하겠다"고 그 학교 교직원들에게 공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다른 분들 .. 2021. 9. 16.
우리에게로 오고 싶은 가을 할머니, 이리 와 봐 저기 좀 봐 여기 들어오려고 하는 것 아냐? 아무래도 들어오고 싶은가 봐 ......................... 2020. 10. 21.
결별(訣別) 2009년 11월 2일, 나는 한 아이와 작별했습니다. 그 아이의 영혼을 저 산비탈에 두었고, 내 상처 난 영혼을 갈라 함께 두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새로 탑재하면서 댓글 두 편도 함께 실었습니다. .............................................................................................. …(전략)… 우리는 흔히 학생들에게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애에게 교육은 무엇이고 장래는 다 무엇이었을까. 장래는 고사하고 하루하루 얼마나 고달픈 삶으로써 고사리 같은 짧은 인생을 채우고 마감하게 되었는가. 그걸 살아간다고, 어린 나이에 뿌린 눈물은 얼마였을까. 그러므로 교육의 구실은 우선 그날그날.. 2020. 9. 26.
내가 죽었다는 통보(부고) '내가 죽었다는 통보', 이걸 생각해봤습니다. 이 순간의 실제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언제 실제 상황이 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듣기 싫다" 하고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라"고 할 사람이 없지 않겠지요. 그런 분은 흔히 그렇게 말합니다. 그렇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George Bernard Shaw)는 묘비명을 쓰게 한 작가가 있었지 않습니까? 사실은 이 정도는 준비도 아니지요. 그냥 생각을 해보는 거지요. 일전에 지인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소천(召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소천? 알고 보니 개신교에서 쓰는 말이었습니다. 하기야 하늘은 날.. 2020. 8. 31.
「카라얀의 지휘」 젊은 시절의 그의 지휘를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데, 실로 시원시원하고 늠름한 몸짓이었다. 70년대 후반까지는 신체의 움직임도, 지휘봉을 휘두르는 방식도 활달하면서도 위엄이 있었다. 그런데 80년대 후반부터, 다리를 끄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신체의 움직임이 점점 적어지고 지휘봉을 휘두르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갔다. 만년에는 휠체어에서 겨우 일어서서 지휘봉으로 그저 몇 번 공간을 날카롭게 찌르는가 싶더니, 공중을 나는 듯이 조용히 휘두르고는 지휘봉을 쥔 손을 들어 올린 채 멈추고, 왼손을 가슴에 대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이것은 지휘를 한다기보다, 거기에 울리고 있는 오케스트라를 듣고 있는 모습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멋지게 지휘를 하고 있는 듯이 보이니 놀랍다. 이우환(에세이)「카라얀의 .. 2020.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