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파란편지 애독자

by 답설재 2022. 2. 17.

 

 

파란편지 애독자 2008.03.27 21:27

 

안녕하셨어요? 우리 교장선생님.. 아직 성복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신 것만 같아서.. 지금도 어딘가 여행을 가셔서 자리를 비우신 거라... 믿고 싶은 학부모입니다. 저희 아들이 요즘 들어 부쩍 교장선생님 언제 다시 오냐고.. 이제 5학년이라 알 것도 같은데... 아마 그 녀석도 저와 마찬가지로 믿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그러는 거겠지요... 참 원망스러워요. 성복초등학교에서 하시던 일 아직 완성도 되지 않고 이제 겨우 밑그림만 그려 놓으시고 책임감 없이 어디로 가신 건지...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는 교장선생님들은 다 그냥 비슷하신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저희에게 희망을, 꿈을 심어주시고 꿈이 미쳐 봉오리도 피우기 전에 겨울을 만들어 놓으시다니...

소용없는 투정이겠죠... 알지만 저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분이셨기에 그 자리가 갈수록 너무나도 커져 갑니다. 진정한 선생님.. 이시죠... 요즘은 정말 찾아뵙기 힘든.. 저뿐만이 아니라 성복동 모든 학부모, 학생들, 선생님들이 그렇게 생각하신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정말 감사했었고.. 마지막이라곤 생각하기 싫어서... 다시 오실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은 이렇게 글도 남기겠어요. 선생님, 요즘 환절기라 저희 아이들이 감기가 많이 걸려 있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저희 성복초등학교 어린이들은 ○ ○ ○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잊을 수 없는 독자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하신 분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사정이 그렇지 않아서 오지 않는 분도 마찬가지이고 영영 오지 않는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영 오지 않는 분, 그런 분의 그때 그 마음은 아득한 곳에서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내가 그 학교를 떠난 이듬해인 2008년 봄에 이 어머니는 이 글을 써주셨고, 그때 그 어머니의 마음은 14년 전으로 흘러가버렸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어쩔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어머니의 자녀는 5학년이라고 했으니까 대학교를 졸업한 지 3년째입니다.

잘들 있겠지요?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의 일생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0) 2022.02.20
음악이라는 세상  (0) 2022.02.19
어제는 눈  (0) 2022.02.16
선물, 저 엄청난 색의 세계  (0) 2022.02.14
이 세월  (0) 2022.02.12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