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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이 세월

by 답설재 2022. 2. 12.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달랑 "설명할 길도 없고 설명해봤자 별 수 없는 세월…"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옵니다.

베이징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고

적지 않은 나이에 기저질환이 있는 나에게 코로나는 여전히 위협적인 나날입니다.

 

순조로운 건 이야기하기가 쑥스럽긴 하지만 나의 이 세상에서는 단지 시간의 흐름뿐입니다.

일주일 후면 '우수'니까 봄이 완연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수(雨水)가 걸핏하면 우수(憂愁)가 되어 떠오릅니다.

 

문득 내가 국민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 네 시간을 마치고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 뒤편 공민학교에 다니는 이웃집 성완(誠完)이 형을 찾아간 그 시간이 떠오릅니다.

칠십 년 가까이 지나가버린 그 시간은, 봄이 오면 꼭 한두 번씩 떠올려본 장면입니다.

 

"봄비가 내립니다 잔디밭 위에, 참새가 옷을 젖고 울기만 합니다~......"

 

성완이 형은 창문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아마도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약간 으스대는 표정이었습니다.

나는 아직 그 노래를 배우지 않았고 성완이 형 반 아이들은 즐겁게 합창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래는 몇 번이나 계속되었고 배는 점점 더 고팠지만 포기하지 않고 형을 기다려 함께 집으로 돌아갔을 것인데 함께 돌아간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배 고픈 건 예삿일이고 그 먼 하굣길도 예사였기 때문이겠지요.

 

나중에 이발사가 된 성완이 형은 몇 년간 내 머리를 깎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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