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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은밀한 생'이란 어떤 것일까?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모두가 전쟁이 종식되는 전야에, 패배든 승리든 간에 모든 것이 술렁이고, 이해타산의 혼돈이 무관심으로 바뀌고, 권력이 무정부 상태와 무정형의 한계점에 이르며, 폭력이 스스로 균형을 상실하는 이 순간을 묘사한다. 모든 것이 붕괴되는 이 순간은 사회적인, 아니 오히려 비사회적인 일종의 황홀경과도 같으며, 인간 사회의 원자핵과도 같다. 인간 번식의 태풍의 눈, 기이한 평화가 유지된다. 무질서의 심연 깊은 곳에는 완전한 의기소침이 지배한다.그것은 극도의 갈망이다.(...)나는 불편하지만 독립적이고 복잡하지만 은밀한 삶을 더 좋아했다. 나는 훈장들을 거부했고, 음악회에, 연극에, 오페라에, 영화에, 공식 모임에, 환영회 따위의 의례에 별 이유 없이 받는 초대들은 그로 인해 받게 될 부담과 시..
2026. 10. 23.
슬로베니아라는 나라
▲ 구글 지도 금요일 오후, L시인이 이 사진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주었다.슬로베니아라고 했다. 슬로바키아가 아니다. 슬로바키아는 체코와 한 나라였다가 분리된 나라다.슬로베니아는 그보다 더 남쪽으로 지중해 연안이다.가을은 저렇게 그 먼 나라도 찾아갔다.답신으로 일행을 잘 따라다니라고 했다.그런데 이게 누굴까? 신화에 나오는 여인인가? 아니면 L 시인처럼 시인? 음악가? 화가? 그 나라 유관순 누나 격?꼭 알아야 할 건 아니다.뭐든 생각만 해도 된다.슬로베니아의 공항, 철도, 버스, 택시, 음식, 거리, 사람들, 옷차림, 커피숍, 숙박업소... 궁금할 것 하나도 없던 나라의 밤, 낮, 저녁과 아침을 떠올려본다.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일 가능성이 크다. '삼전닉스'도 없겠지, 있을 리 없다.사람들은 어떻게 ..
2026.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