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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요즘처럼 힘들면…”이라던 K 교장선생님께

by 답설재 2024. 7. 26.

저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하여

 

 

 

 

놀랐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그 말씀을 듣게 되다니요. 교장은 시군구 교육지원청 교육장, 시도교육청 교육감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가짜 행정가를 만난 적도 있긴 하지만, 교육의 핵심은 교육과정(목표와 내용, 방법)과 그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행정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 교육과정이라면 교장선생님은 누구보다 밝은 전문가이고요.

 

행정도 그렇지요. 산전수전을 겪었다고 해야 마땅하겠지요. 교육부, 교육청, 심지어 해외 교육기관에서도 빛나는 성과를 거두었으니 그런 경우가 바로 산전수전(山戰水戰)이겠지요.

 

그런데 이제 와서 무엇이 교장선생님을 힘들게 하고 있을까요? 한결같이, 수행하고 있는 일들을 전해주시고 활기차게 긍정적으로 교육계 이슈를 파악하게 해주셨는데, 이번에는 수인사를 마치자마자 돌연 “요즘처럼 힘들면…”이라고 하셔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어질 말씀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 묻고 싶지 않았고 물을 수도 없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소홀한가요? 아예 대치동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합니까? 그럴 리가요. 날이 갈수록 시원한 꼴을 보기가 어렵다고 교사들이 분통을 터뜨립니까? 그렇지도 않겠지요. 교사들은 어려워도 포기하진 않거니와 교육문제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개선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나 몰라라 하는 상황도 아니고요.

 

그럼, 그 어떤 것도 석연치 않고 점점 더 암울하다는 느낌으로 돌연 절망감이 엄습해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그건 더욱 아니겠지요.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이 늘 긍정적·열정적이었으니까 이제 와서 그런 상태에 빠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K 교장선생님! 평생 넌더리나는 교장만 만나서 교장은 본래 괴짜인간을 뽑는가 보다고 환멸을 느끼다가 잠깐이지만 마지막으로 만난 교장과 함께하며 교직생활의 보람을 되찾은 후 교단을 떠난 교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얼마나 다행하고 아름다운 일입니까? 그에 비해 40년을 희망과 기대 속에서 열정과 헌신으로 살아오다가 마지막에 절망을 느끼게 된다면 그건 또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습니까?

 

오늘은 과학영재 학생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이 모두 학원 강사인 걸 보며 씁쓸해했습니다. 방송은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생각해도 섭섭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도 왜 학교는 없어지지 않았을까요? 입시준비 때문에? 그런 대답이라면 우습지 않을까요?

 

인공지능의 등장은 우리 교육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마침내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의 끝을 이야기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그 학자는 우리는 이미 사회성과 지각 능력 등 인간성의 주요 특징을 상당 부분 상실했으므로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어도 따뜻한 감성을 지닌 인간으로 존재하려면 마음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유발 하라리, 2016).

 

모두들 근시안적으로 입시에만 관심을 둔다 해도 교육의 목적은 결국 바람직한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것을 망각할 수 없다는 진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삭막해져만 가는 사회를 어느 누구도 좋아하진 않을 것이어서 어느 날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세상 무엇보다 절실해질 것은 당연하며, 그날에 교육자들은 새삼 빛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굳건한 그 기대를 후배들에게 전승해주며 가야 할 것입니다.

 

교장선생님과 대화 후 몇날며칠, 최근 교육현장을 더 세심히 살펴보겠다고 한 대통령, 교육부장관을 생각해보다가 저렇게 바쁘고 복잡한 국회의원들, 엄마아빠와 지인들이 다 훌륭하신 판검사라 잘 풀릴 것이라고 했다는 철없는 어느 학생(?)도 떠올렸습니다. 당연한 듯 지난해 여름 아스팔트 위에 앉아 간절히 외치던 그 선생님들도 잊히지 않았습니다.

 

교육자는 성직자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이런 걸 두고 억측이라 하겠지만 “이러면 난 성직자노릇하기 싫어!” 하고 돌아서는 성직자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교장선생님의 열정과 신념입니다. 그 말씀의 이유가 어디에 있든 부디 힘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