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선생님!
‘청춘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추락한 교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 모여앉아 교사 본연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목 놓아 외친 지난해 여름 이래로, 선생님들 표정이 풀이 죽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밝지 못할 뿐인가요? 그것도 긍정적이진 않은 거죠? 그렇지 않아도 애들이 쌍욕을 하든, 난동을 부리든 그냥 둔다는 어느 선생님의 ‘극단적 표현’을 생각하면 다른 분들이라고 해서 그 마음이 한결같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둔한 것이겠지요.
교사의 길이 다만 아득한 느낌일까요? 점점 더 험난해지는 세상의 거친 파도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맞선다는 표현이 적절치 못하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대처한다는 표현은 소극적이라면 그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더구나 저 순진무구한 아이들과 끝까지 함께해야만 하는 그 길을 의연히 걸어갈 수가 있을까? 그런 정서일까요?
선생님들은 지식을 전수하는 일 말고도 아이들과 더불어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을까, 아이들을 사랑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가르치고 타이르고 하는 일이 의무이자 권한인 세상의 유일한 존재가 바로 선생님이 아닐까, 어느 선생님께 여쭈어보았습니다. 그 선생님은 잘라 말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의 여건은 이미 그렇게 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난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J 선생님! 정말로 그럴까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 버렸을까요? 그럼, 거칠게 느껴지실지 모르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여쭈어볼게요. 당돌한 어느 아이가 교과서 내용은 학원, 교습소 강사(선생님)들이 더 능률적으로 가르쳐주더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학교와 학원, 교습소는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또 어떻게 차별화하시겠습니까? 고등학교 졸업생에 비해 재수를 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특히 많은 이유를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습니까?
또 어떤 아이는 인공지능 이야기를 꺼낼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즈음 인터넷에 등장하는 가상공간의 인간(?)은 인터넷 강의를 하는 강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진짜 인간으로 보이고, 그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게, 가장 재미있게, 몇 번을 물어도 짜증 내지 않고 가르쳐주므로 아예 그 선생님께 배우겠다고 하면 그 아이에게 그렇더라도 학교에 나와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근거로 굳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나라에서 정한 교육,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라는 대답은 그리 훌륭하진 않겠지요.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믿고 의지하며 가르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요? 무엇이 진실로 학교를 보호해주고 학교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학교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도록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선생님들께서 어떤 경우에도 마음 저 깊은 곳에 간직하고 계신 교육 본연의 목적 같은 것이 아닐까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선생님은 이 문장을 얼마나 자주 상기하고 해석했을까요? 시대가 변했으므로 교과서 내용이나 잘 전달하고 교육목적 같은 건 제쳐놓는 게 가능할까요? 그럼 왜 정부는 이 교육목적을 그대로 두는 것일까요?
문득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와 겨룰 즈음 우리나라를 방문한 유발 하라리 교수(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의 ‘전망’이 생각납니다. 2100년경에 우리 사회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상품은 건강한 뇌, 혈액, 각종 신체 기관이며, 지금까지의 인류의 긴 역사를 보면 현세대는 이미 사회성과 지각 능력 등 ‘인간성’의 주요 특징을 상당 부분 상실했으므로 인간이 따뜻한 감성을 지닌 존재로 남으려면 ‘마음’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선생님들 말고 누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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