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썼다. “모든 이가 다 천재다. 그렇지만 나무를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Everybody is a genius. But if you judge a fish by its ability to climb a tree, it will live its whole life believing that it is stupid.)”
끔찍한 상황의 물고기가 가련하다. 조금 더 생각해서 수능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그런 처지가 아닌가 싶으면 어떻게 끔찍하고 가련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인슈타인의 이 충고는 누구나 수긍할 만한 카툰(풍자만화)을 통해서도 소개되고 있다.
교육자가 분명한 늙은이가 권위를 상징하는 커다란 책상 위에 서류를 얹어놓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뭔가 설명하고 있다. 늙은이 앞에는 새, 원숭이, 펭귄, 코끼리, 어항에 담긴 물고기, 바다표범, 개 들이 일렬횡대로 정렬해 있고 그들 뒤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공정한 선발을 위해 너희들은 같은 시험을 봐야 한다! 모두 저 나무에 올라가라(For a fair selection everybody has to take the same exam! Please climb that tree).”
지난해 어느 봄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지금은 정치인이 된 한 학자에 대해 입시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질책했다고 한다. “피고인의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피고인의)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도 무겁다”
이 일의 경과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어서 더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무의미한 일 같기도 하다. 다만 법원의 저 ‘질책’ 속에 포함된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 부분은 우리 교육계가 분명하게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의아하게도 이에 관한 아무런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이젠 입시제도의 공정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오인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당시 이 일을 계기로 대입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무성했고, 이어서 그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고위층의 견해(지시)에 따라 2022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전형에서 수시전형 비율을 낮추고 정시 비율을 높임으로써 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이 일시에 더 커지게 되었었다. 그런데 이 일은 그 후로 왜 더 이상 언급되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수시전형은 그 공정성이 정시보다 낮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비율을 조정했다 하더라도 왜 여전히 두 가지 유형을 허용하고 있는지(적당히 공정하면 된다?), 그 물음에도 답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저 카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시전형의 공정성은 신뢰할 수 없지만(누가 뭘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주지 않아서) 수능시험은 믿을 수 있다는 것은(점수가 높고 낮은 건 척 보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으므로) 우습지 않은가! 공정성이란 교육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도 그 수치를 보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수능점수여야 확보될 수 있는 것이라면 입학전형 혹은 교육평가에 대한 전문성은 쓸데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간단히 이야기하면 수시전형은 개개인의 능력을 존중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고 수능(정시)은 전국의 학생을 일렬로 세워놓고 순위대로 입학시키겠다는 것이다. 수시는 학생을 개별로 보는데 비해 정시(수능)는 학생 전체를 숫자로 본다. 어느 쪽이 공정한가!
청년들 대부분이 경제적 독립이 필수이긴 하지만 예산을 많이 지원해도 결혼·출산이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고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의 저출산 얘기만 나오면 넌더리 나는 교육제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도 우리 교육은 그 점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입학정원에 비해 학생이 턱없이 적지만 수능시험만은 불변의 룰이다. 교육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입시제도만은 그대로 두고 있다. 공정성에 대한 논의조차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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