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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행복26

꼭 가보고 싶은 '행복 베이커리' 기회가 되면 가보려고요.^^ 어렵겠지만 알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학교 가는 아이들이 굶지 말고 공부하라고 매일 아침 갓 구워 낸 맛있는 빵과 요구르트를 마음대로 가져가게 한다네요. 아침 일찍 일어나 두 시간 동안 일해서 그렇게 무료로 나눠준다고요. "유퀴즈온더블럭"에 나와서 빵집도 전세로 빌렸고, 재산은 십몇 년 된 자동차 한 대밖에 없고, 방송에 출연한다고 정장 한 벌을 마련했는데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아서 '빵쟁이 옷'을 그대로 입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가슴과 어깨에 태극기를 수놓은 그 검은색 '빵쟁이 옷'이 멋있게 보였습니다. 어디서 상을 준다는 걸 극구 사양하다가 부상으로 상금이 있다고 해서 빚 갚으려고 그 상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며 곤충학자 파브르가 생각났습니다. 그가 교사 시절에 그의 수업을.. 2022. 10. 24.
여느 날 아침처럼 마음이 불편한 시절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 어쩌자고 그러는지 전쟁은 하고 있지 엄청난 무기를 만들고 있는가 하면 강대국 지도자들은 옛 골목대장처럼 다 내 마음대로 해야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으스대기도 하지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배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던 그 가르침은 지금 생각하니까 어처구니없구나 싶은가 하면 물가는 이미 '다' 올랐는데 더 오르겠고 언제까지일지 예측도 못하겠다고 하지 그러거나 말거나 맛있는 음식, 좋은 옷을 점점 더 많이 보여주고 여기저기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가 하면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는 10년 20년 전에 하던 말일 경우도 흔해서 '지금도 저러는구나' 싶지 인터넷 강국이 분명한데 뭐가 고장 나서 며칠째 불통이라고 하지...... ​ 그러나 쌀쌀한 이 가.. 2022. 10. 18.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⑤ 알베르 까뮈/민희식 옮김, 《시지프스의 신화》⑤ 육문사 1993 중판 이 책 독후감을 찾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도와주고 싶어도 써줄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이야기하자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책을 읽었다면 뭐 하려고 이런 블로그를 찾아오겠습니까? 한두 페이지를 읽다가 그만둘 사람이 적지 않을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나는 이 책의 여러 장, 절 중에서 비교적 쉬운 마지막 장(마지막 절)이라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었습니다. 그 장(절)을 옮겨써보았습니다. 진한 부분은 '파란편지'가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도 복잡하다고, 어렵다고, 무슨 얘기냐고 할 수도 있으니까 끝에 이 장(절)의 요약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해서 붉은 글씨로 나타내어 보았습니다. 제1장 부조리한 추론(推論).. 2022. 4. 14.
코로나 3년째, 아이들 바라보기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하필이면 세상에서 제일 높은 히말라야산맥의 고원, 오지 마을 라다크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GNP와 같은 단순한 척도로써 행복을 찾으려고 하면 인간은 영원히 경멸당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우리가 돈만을 중시하는 관점에 매몰되면 이웃과 자연에 대하여 마침내 자신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을 나지막하게 그러나 더할 수 없이 간곡하게 전하면서 교육에 대한 불변의 가르침도 제시하고 있다. 라다크 교과서는 인도 교과서를 베낀 것인데 그 인도 교과서도 실은 유럽 교과서를 베낀 것으로 라다크 학생들의 행복과는 관계가 먼, 엉뚱한 내용이라는 걸 지적하고 있다. ‘소남이란 아이의 교과서에는 런던이나 뉴.. 2022. 4. 1.
대화 그 아이는 가정 돌봄이 불가능한, 포기한 상태입니다. 열한 살.. 코로나 시국이 학교를 오다가 안 오다가의 반복된 상황으로 등교가 귀찮은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결석이 잦고, 연락하고 또 연락해도 깨워줄 사람의 부재로 늘 교무실팀이 데리러 가야 합니다. 친구랑 엮어주기도 했고, 일주일 등교 잘하면 떡볶이도 사주기도 했고.. 효과는 순간에 불가했습니다만 그렇게 한 학기를 보냈고 올 9월 신규 샘이 발령받아 담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신규 샘 왈 "아침에 제가 연락하여 등교시켜볼게요" 그렇게 매일 그 아이 집 앞에서 기다려 아이와 함께 등교하기를 반복, 잠시 잊었습니다. 안정되었나 보다.. 다시 결석과 출석이 반복되고 그 사이 사건도 생겼지만 하루하루 넘기던 12월 어느 날 더 이상 방법이 없어 교.. 2021. 12. 13.
감옥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저는 이 명상 수련회를 지난 구일 동안 지도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거의 꺼낼 뻔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다시 똥 무더기로 기어들어 갔습니다. 여러분은 바깥으로 나오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집착입니다. 사람을 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는 나오지만 다시 기어들어 갑니다. 여기에는 재가 수행자들이 있습니다. 이 수련회가 끝나면 출가해서 스님이 될까요? 아마도 똥 무더기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 갈 것입니다. 그곳이 근사하고 따뜻하며 아늑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벌레가 보는 방식과 같은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 어렵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자신이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옥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다른 세상을 알려하지 않습니다. 의지는 감.. 2021. 11. 18.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있는가? 대체로 멍한 상태로 지내지만 그렇지 않을 땐 또 일쑤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아주 잠깐. "…(전략)… 닭은 더 심하죠. 달걀을 낳는 닭은 소의 홀스타인과 마찬가지로 레그혼이라는 품종이 압도적이죠. 레그혼 품종 1만 마리 기본 암탉이 단 3세대 만에 양계장 닭 25억 마리의 조상이 되고 여기서 1년에 7천억 개의 달걀이 나와요. 70억 인구 한 사람당 100개씩 돌아가니까 전 세계의 수요를 충촉하고도 남죠. 이 닭들은 그저 알을 낳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어서 병이 들어도 알을 계속 낳죠. 정상적인 닭은 알을 낳고 휴식을 취하는데 이런 고성능 닭은 쓰러져 죽을 때까지 미친 듯이 알만 낳죠. 이런 식으로 돈을 짜내려는 방향으로 육종이니 품종개량이 계속되니까 유전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또 약을.. 2021. 6. 3.
마리안의 행복한 일상 마리안은 아들과 같이 산다. 화요일 아침 7시에 마리안은 아들에게 일어나서 학교 갈 시간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아들이 징징거렸다. "학교 가기 싫어요. 선생님들도 싫고, 구내식당 음식은 형편없고 학생들은 유치하고 비열하게 군다고요." 이 말을 들은 마리안이 말했다. "그래도 가야 해. 네가 교장이잖니." 버나드 오티스 지음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박선령 옮김, 검둥소, 2020, 79~80) 2021. 1. 2.
아름다움 혹은 행복, 사랑, 생명 같은 단어들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소설 《달과 6펜스》(서머싯 몸)에서 본 말입니다(민음사, 2013, 191). 그러고 보면 젊은 시절에는 '아름답다'라는 말을 좀처럼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랄까, 마음에 두었던 오로지 그 한 명의 소녀만 아름다워서 다른 걸 보고, 가령 길가의 민들레에게조차 그 말을 사용한다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사랑은 말할 것도 없었고, 행복이란 것도 그랬습니다. 행복, 어떻게 그 가득한, 벅찬, 난해한 말을 내 이 누추한 생에 갖다 대겠는가, 앞으론들 감히 그럴 수 있겠는가 싶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하면서 손님들이 찾아와 내가 어떤 인간인 줄도 모르고 자기네들 같은 줄 알고 "행복하라"고 했을 때 나는 정말 매우 당황했습니다. 댓글 달고 답글 다는 시간을 단.. 2020. 12. 3.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행복만을 보았다》 《행복만을 보았다》 On ne voyait que le bonheur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문학테라피 2015 1 되는 일이 없습니다. 아내는 함께 일하는 사내와 바람을 피고, 아버지는 병들었고 짐스럽고, 괜히 잘하는 척하다가 직장(보험회사)에서 쫓겨나고…… 총을 구해 딸부터 쏘았는데 얼굴 반쪽이 날아갔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그는 멀리 멕시코 해안에서 어느 외로운 모자(母子)를 만나 행복해지는데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극복한 딸이 그를 찾아옵니다. 2 제목만 보고는 무슨 생활철학 얘긴 줄 알았습니다. 첫 부분입니다. 인생이란 결국 별 수 없다는 건지……. 한 사람 목숨의 가치는 대개 3만에서 4만 유로 사이를 오간다. 나는 그 가치를 매기는 일을 했다. 한 사람 인.. 2018. 8. 30.
행복하세요! 유럽 사람의 눈에는 미국의 문화가 인간에게 '행복하기를' 끊임없이 강요하고 명령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행복은 얻으려고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행복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이유를 찾으면 인간은 저절로 행복해진다. 알다시피 인간은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시킴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빅터 프랭클)* "엄마, 자요?" 엄마가 가끔 화를 내고, 길을 잃어버리고 내가 누군지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릴리아 《파랑 오리》(킨더랜드 2018) 중에서 이 블로그를 하기 전에는 '행복'이란 말을 입에 담아 보지도 못했습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2018. 8. 21.
이 행복한 꽃길 웃으시겠지요. '나의 길'입니다. '행복의 길'. 그렇지 못한 날도 있겠지요? 그런 날은 이 생각을 떠올릴 것입니다. 함께 내려가고 올라옵니다. 이야기하며 걷다가 투스텝으로 뛰어가면 부지런히 뒤따라갑니다. 힘들다고 하면 '그 참 잘 됐다!'며 얼른 어부바를 합니다. 물론 우리의 소지품도 내가 다 든 채입니다. 저 꽃 터널 사진을 보다가 그렇게 오르내리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런 장면을 누가 봐도 볼 텐데 그렇게 하면서도 부끄럽거나 쑥스럽진 않습니다. 나는 어쩔 수가 없는 인간입니다. 업혀서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힘들다고 할까 봐 걱정은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나를 자꾸자꾸 불러줍니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은 점점 줄어들겠지요. 그게 아쉽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또 .. 2018.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