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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름다움 혹은 행복, 사랑, 생명 같은 단어들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란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소설 《달과 6펜스》(서머싯 몸)에서 본 말입니다(민음사, 2013, 191). 그러고 보면 젊은 시절에는 '아름답다'라는 말을 좀처럼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랄까, 마음에 두었던 오로지 그 한 명의 소녀만 아름다워서 다른 걸 보고, 가령 길가의 민들레에게조차 그 말을 사용한다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사랑은 말할 것도 없었고, 행복이란 것도 그랬습니다. 행복, 어떻게 그 가득한, 벅찬, 난해한 말을 내 이 누추한 생에 갖다 대겠는가, 앞으론들 감히 그럴 수 있겠는가 싶었습니다. 이 블로그를 하면서 손님들이 찾아와 내가 어떤 인간인 줄도 모르고 자기네들 같은 줄 알고 "행복하라"고 했을 때 나는 정말 매우 당황했습니다. 댓글 달고 답글 다는 시간을 단..
2020.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