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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몸이 불편한 날 마음이 불편한 날

by 답설재 2023. 7. 6.

암울한 앞산

 

 

 

면역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니까 몸의 실체가 실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여기가 탈이 나서 조정하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저기가 불거진다. 불편해할 순서를 정해놓았는데 정작 당사자인 나 자신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두더지 게임기 같다고 자신을 비웃는다.

 

이 사정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단 한 사람에게만 미안하다. 표를 내지 않으면 좋겠는데 숨 쉬는 것까지 파악하고 있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어떤 달에는 미리 정해진 일정만 해도 일주일에 이틀씩 병원행(行)이다.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모를 땐 학교에 다녔고, 그다음의 아주 조금 알 만한 시기엔 직장에 다녔고, 퇴임해서는 병원에 다니고 있다.

 

마음이 불편하면 순간 몸도 가라앉는다.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 상황은 점점 잦아지고 있다. 떨쳐버려야지, 일어나야지, 애를 써서 잠시라도 잊고 싶어 한다.

 

나는 생각한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지 않은 화창한 날, '난 지금 행복하다' 생각해야지, 고마운 줄 알고 숨을 쉬어야지... 그런 날, 그런 시간을 그리워한다.

 

그런 시간이 없진 않다. 어쩌다가 하루나 이틀쯤, 아픈 데가 발견되지 않는 상태... 정작 그런 시간이면 그동안 생각해 두었던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시간이 지나가버리고 나면 그제야 그게 또 생각난다. '그럴 땐 행복하다 생각하기로 했었는데...'

그래도 괜찮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일이니까. '직시(直視)'라는 말이 있지. 직시할 줄이나 알면 그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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