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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개망초 향기

by 답설재 2023. 7. 4.

"개망초꽃 꿀냄새 나죠?"

 

 

 

 

"요즘도 많이 바쁘죠?"

그렇게 물으면 되겠지, 생각하며 며칠을 지냈다.

누구에게든 이쪽에서 먼저 전화를 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더니 이젠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전화가 왔네?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면 수다가 된다는 걸 염두에 두며 대체로 묻는 것에만 대답했다.

너무 서둘러 끊었나?

섭섭해할까 싶어서 개망초 사진을 보내주었다.

답이 없다. ... 바쁘긴 바쁜가 보다.

 

밤 9시 24분, 잊고 있었는데 답이 왔다. 다섯 시간 만이었다.

 

 

저쪽 : 꿀 냄새만 나는 게 아닌걸요~ 개 망할 풀 왜 이리 이뻐요!?

 

나 : 밭 임자가 의사인데 많이 바쁘겠지요, 지난해 심은 대추나무가 다 죽어 그 혼이 개망초꽃으로 피어나서 그래요 ^^

 

저쪽 : 선생님, 눈물 나려고 해요 ㅠㅠ

 

나 : 아! 이런!!! 웃으라고 '사실대로' 전해주었는데... 거짓말이나 할걸... 장마 중이어서 그런가요? 달이 참 예쁘네요.

 

저쪽 : 네^^ 선생님, 퇴근길이라 달 한번 보고 들어가요. 편안한 밤 보내시구요 ^^

 

나 : 고달프네요... 그렇긴 하지만 다 한때니까요. 좋은 주말이 되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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