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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개망초 퍼레이드

by 답설재 2023. 6. 20.

 

 

 

저 작은 공원 소나무숲 이쪽 언덕은 개망초 동산이 되었다.

여름 가을도 좋고 쓸쓸한 겨울도 좋지만 요즘은 또 저렇게 들꽃 퍼레이드가 펼쳐져서 좋다

일주일에 두세 번 아침나절에 저곳을 다녀온다. 2킬로미터쯤? 올 때는 발이 무거워 걷다가 쉬다가 하며 겨우 돌아온다.

 

하필이면 왜 망초야, 개망초야. 계란꽃이라는 사람도 좀 있으니까 개망초보단 계란꽃 혹은 달걀꽃이 낫지 않을까?

하기야 어떤 소설가는 개망초꽃밭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애틋한 사랑을 그리긴 했지.

더구나 요즘 사람들은 개좋다, 개맛있다, 개사랑한다... 어쨌든 '개판 5분 전'이라고 할 때의 그 '개'를 좋은, 아름다운, 고마운, 사랑스러운 같은 의미로 바꾸어 놓았으니 개망초도 저절로 무방한 이름이 되어 버렸을까?

 

저런 꽃밭은 개인은 만들 수 없다.

정원을 저렇게 가꾸어 놓으면 지나가며 보고 "완전 개판이구만" 하고 비웃겠지. "개좋은 정원이군" 할 리가 없겠지. 지나가는 사람 이야기할 것도 없이 우선 집주인도 그렇게 둘 리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관에서 관리하는 '우리의 공원'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디 가서 저런 개망초 퍼레이드를 맘놓고 감상하겠는가.

봐, 저 아주머니도 바로 옆의 훤한 길 놔두고 일부러 저 언덕으로 오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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