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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늙은이의 진부한 노래

by 답설재 2023. 6. 10.

제각기 정처없이 떠나는 꽃잎들

 

 

 

세상에서 이미 잊힌 늙은이가 자기가 할 일 없으니 남도 그럴 거라고 착각하고 한창 바쁜 사람에게 옛날풍의 진부한 노래를 읊어 보내는 것도 썰렁한 일이다.

 

 

일본 헤이안 시대에 데이시 중궁의 여방으로 발탁된 재녀 세이쇼나곤의 《베갯머리 서책(枕草子)》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도 더러 그렇게 말은 했지만(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늘 바쁘다고, 이쪽에서 그들에게 연락해서는 안 된다고) 정말 그런 줄은(옛날풍의 진부한 노래를 읊듯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몰랐던 것 아닌가 싶다.

나는 아직 저승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이승 사람도 아니다. 명심해야 한다.

그런 줄 알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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