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은 탁월한 과학적 상상력과 분석력, 응용 능력으로 인간을 만든다. 당연히 나무랄 데 없는 멋진 인간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그건 인간이라기보다 기이하게 생긴 데다가 엄청난 힘과 학습력을 지닌 괴물이었다.
누가 좋아할까. 프랑켄슈타인 자신도 그 괴물을 상대하기 싫었지.
창조주로부터 버림 받은 괴물은 한 명씩 한 명씩 프랑켄슈타인의 가족을 죽인다.
프랑켄슈타인은 너무나 괴로워서 꿈속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시간만은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식으로 흘러간 삶은 지긋지긋하게 혐오스러워서, 잠들었을 때가 아니면 기쁨이라고는 맛볼 수 없었다. 아, 축복받은 잠이여! 누구보다 비참할 때면 잠에 빠져들곤 했고, 그러면 내 꿈이 나를 달래주어 황홀한 기쁨마저 맛볼 수 있었다. 수호 정령들이 이런 찰나, 아니 행복의 시간들을 주어 기진하지 않고 순례의 행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런 휴식마저 박탈당했다면 역경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으리라. 낮에는 밤이 올 거라는 희망으로 힘을 내어 버틸 수 있었다. 잠들면 친구들, 내 아내, 사랑하는 고국을 볼 수 있었으니까. 다시 한번 아버지의 자애로운 얼굴을 보고, 엘리자베트의 은빛 목소리를 듣고, 건강과 젊음을 누리던 클레르발을 보았다. 힘겨운 행군에 지칠 때면 밤이 올 때까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밤이 되면 내 소중한 사람들의 품 안에서 현실을 만끽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들을 향한 내 사랑은 얼마나 괴롭고 괴로웠던가! 심지어 눈을 뜨고 있을 때도 내 온 마음을 사로잡던 그네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얼마나 필사적으로 매달렸으며,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으려 얼마나 애썼던가. 그런 순간 내 안에서 불타던 복수심은 심장 속에서 죽어버리고, 그 악마를 파괴하기 위한 행보는 내 영혼의 열렬한 갈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늘이 내린 사명, 나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힘의 기계적 충동 같았다.
그렇지만 잠 자는 시간, 꿈꾸는 시간은 행복했을까?
정말 잠자는 시간은 행복했을까? 좋은 꿈만 꾸었을까?
잠 못 드는 밤, 그런 밤들의 그 악몽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어떤 인간이 괴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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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김선영 옮김, 문학동네 2022,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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