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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찔레꽃 붉게 피는"

by 답설재 2023. 5. 28.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 잊을 동무야

 

달 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세 동무

천리객창 북두성이 서럽습니다

삼 년 전에 모여 앉아 백인 사진

하염없이 바라보니 즐거운 시절아

 

연분홍 봄바람이 돌아드는 북간도

아름다운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꾀꼬리는 중천에 떠 슬피 울고

호랑나비 춤을 춘다 그리운 고향아

 

 

 

 

 

 

담을 넘어온 찔레꽃을 보았다.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나, 많이도 넘어왔다.

 

'찔레꽃'(작사 김영일, 작곡 김교성, 1941년 가수 백난아가 발표한 노래),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노래로, KBS "가요무대"에서 가장 많이 불렸단다 ("나무위키").

 

소리는 내지 않지만 자주 떠올린다.

"연분홍 봄바람이 돌아드는 북간도, 아름다운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북간도'는 가보지는 못했는데도 눈물겨운 단어가 된다. 거기까지 가서 오죽했겠나.

 

"찔레꽃 붉게 피는"은 자꾸 '붉은 찔레꽃?' 하게 된다.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해당화를 지칭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붉은 찔레꽃도 있다는 얘기도 보인다. 또 하얀 찔레꽃의 꽃봉오리는 연분홍이더라는 글도 있었다.

 

그런 걸 찾아보는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

하늘을 붉게 그린 그림은 전혀 이상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때도 당연히 그렇고, 시를 읽을 땐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하필 "찔레꽃" 가사를 기이하게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해당화일 수도 있고 붉은 찔레꽃일 수도 있고 하얀 찔레꽃이 '붉게' 피어날 수도 있지 않은가.

왜 하필 모르는 사람이 없을 詩 "찔레꽃"의 그 찔레꽃이 '붉게' 피는 걸 부정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 손풍금, 통기타의 선율을 따라 부르는 주현미의 '찔레꽃' https://youtu.be/ZXrVdV8dQA4

     거기 갔다가 너무 오래 그곳에서 돌아다닐까봐 망설여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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