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있는가?

by 답설재 2021. 6. 3.

 

 

 

대체로 멍한 상태로 지내지만 그렇지 않을 땐 또 일쑤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아주 잠깐.

 

"…(전략)… 닭은 더 심하죠. 달걀을 낳는 닭은 소의 홀스타인과 마찬가지로 레그혼이라는 품종이 압도적이죠. 레그혼 품종 1만 마리 기본 암탉이 단 3세대 만에 양계장 닭 25억 마리의 조상이 되고 여기서 1년에 7천억 개의 달걀이 나와요. 70억 인구 한 사람당 100개씩 돌아가니까 전 세계의 수요를 충촉하고도 남죠. 이 닭들은 그저 알을 낳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어서 병이 들어도 알을 계속 낳죠. 정상적인 닭은 알을 낳고 휴식을 취하는데 이런 고성능 닭은 쓰러져 죽을 때까지 미친 듯이 알만 낳죠. 이런 식으로 돈을 짜내려는 방향으로 육종이니 품종개량이 계속되니까 유전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또 약을 계속 퍼붓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약학산업 기업도 돈을 벌고 동물을 공장식으로 사육하는 거대기업들도 돈을 벌다 보니 서로 사이가 좋죠."

 

9년 전 여름(2012년 8월), 월간《현대문학》에서「이 인간이 정말」(성석제)이라는 단편소설을 읽다가 충격을 받고 필사해 놓았습니다.

 

 

 

 

이런 건 엉뚱한 생각이겠지요?

'우리에게 알을 제공해 주는 레그혼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럼 그 알을 먹는 우리가 행복할 수 있겠는가? 무슨 근거로?'

이 생각을 이야기하면 이런 반박을 받을까요?

"왜 그래? 그럼 불행해야 해? 그럼 그건 무슨 근거가 있어?"

그럼 이런 생각은 어떻습니까?

'옛날보다 알을 더 많이 먹는, 달걀 정도는 거의 누구라도 마음 놓고 탁 탁 깨어먹을 수 있게 된 우리는, 옛날보다 더 행복해졌는가? 달걀 정도는 탁 탁 깨어먹을 수 있는 게 바로 행복인가?'

 

 

 

 

달걀 같은 건 집어치우고 다른 얘기나 하죠.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또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겠네요.

'교육이란 행복한 미래를 위한 것인가?'

'그렇다면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지금은 행복하지 않아도, 나중에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약속으로 교육을 받을 수도 있는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지금 행복하지 않은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면(그 학습을 행복하게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바로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나중에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런 교육을 받아도 되는 것인가?'

'지금 받고 있는 교육이 결코 행복하지 않는데도 '행복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그럼 난 또 이런 반박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야, 이 사람아! 교육을 하필 행복하려고 받는가?"

 

그럼 난 또 이렇게 대답하고 얼른 돌아서 버리겠습니다.

"난 행복하지 않은 교육을 경멸합니다. 행복을 이야기할 수 없는 교육을 혐오합니다."

"처음엔 행복했는데 나중에는 행복하지 않은 교육도 싫습니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쓸쓸한 곳 (2)  (0) 2021.06.09
저 강아지의 영혼, 나의 영혼  (0) 2021.06.05
쓸쓸한 곳 (1)  (0) 2021.05.28
"안녕!" "응, 오케이~"  (0) 2021.05.19
"나는 이미 유령입니다"  (0) 2021.05.14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