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은 올봄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저 아래 동네에서 혼자 등교합니다.
"안녕!"
"안녕!"
사뭇 간단한 인사를 나누다가 한 마디 보태보았습니다.
"잘 다녀와!"
뭐라고 웅얼거리는데 그 대답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인사를 바꿔보았습니다.
"조심히 다녀와!"
"응! 오케이~"
'응'이라고? 그 참... 이상하다... 내 인상이 고약할 텐데 감히 '응'이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안녕!"
"응, 안녕!"
"조심해!"
"오케이~"
저 아이와 나 사이에는 구체적인 계약 같은 것이 없어서 서로 간에 의무나 권한 따위도 없습니다.
관계래야 혹 만나게 될 때 내가 녀석을 괴롭히지만 않으면 되는 것인데 인사하는 게 괴롭히는 일일 수도 있을지 몇 번 생각해봤고 저만큼 걸어가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몇 번 뒤돌아봐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만날 때 다른 어떤 일은 없을까? 약간 특별한 일이라면, 저 아이는 내가 마주 보며 그쪽으로 걸어가거나 말거나 길 가운데로 걸어오는 '아직은 새파란 아주머니'처럼 매너 없이 걷지 않습니다. 이 냉엄한 마스크 시대에...
나는 의무적으로 오른쪽으로 걷는데 초등학교 1학년인 저 아이도 당연하다는 듯 오른쪽으로 걸어서 우리는 언짢을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아침나절의 산책길에서 저 아이는 그러니까 언제나 반갑고 기분 좋은 만남을 마련해 줍니다.
"안녕!"
내가 반가워서 두 손을 흔들면 저 아이도 두 손을 흔들어줍니다.
"안녕!"
('정말 안녕~^^')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있는가? (0) | 2021.06.03 |
---|---|
쓸쓸한 곳 (1) (0) | 2021.05.28 |
"나는 이미 유령입니다" (0) | 2021.05.14 |
인간 엄장의 길 (0) | 2021.05.10 |
나는 허당이겠지요? (0) | 2021.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