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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저 강아지의 영혼, 나의 영혼

by 답설재 2021. 6. 5.

 

 

 

저 강아지가 이쪽으로 건너오고 싶어 합니다.

주인은 저쪽 길을 그냥 걸어내려가고 싶었습니다.

 

주인이 가자고, 그냥 가자고 줄을 당기면 강아지는 이쪽을 바라보다가 주인을 바라보다가 번갈아 그렇게 하면서 버텼습니다.

강아지는 말없이 주장했고 주인은 "가자" "가자" 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다투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누가 이기는지 보자 싶었습니다.

몇 번을 그렇게 하더니 주인이 강아지의 요청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쪽으로 건너온 것입니다.

 

자초지종 다 살펴보고 이쯤 와서 생각하니까 '이런!' 어떤 여자였는지 살펴보질 못했습니다. 아니, 이건 말이 되질 않고 아마도 예쁜 여자 같았습니다. 아무런 주장도 하지 않는 강아지보다는 자기주장을 할 줄 아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여자 같았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그 여자를 살펴보는 것도 그렇고 해서 이번에는 약 18년을 산다는 개의 영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얼 생각하고 이쪽으로 건너오고 싶었을까?

이쪽 길과 저쪽 길은 그 강아지에게는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저렇게 살다가 갈 때는 어떤 생각을 할까?

저승에 가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

내 영혼은 저 강아지의 것보다 나을까? 말하자면 더 풍부할까?

크게 다를 바 없고 유사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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