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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행복28

행복하세요! 유럽 사람의 눈에는 미국의 문화가 인간에게 '행복하기를' 끊임없이 강요하고 명령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행복은 얻으려고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행복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이유를 찾으면 인간은 저절로 행복해진다. 알다시피 인간은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시킴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빅터 프랭클)* "엄마, 자요?" 엄마가 가끔 화를 내고, 길을 잃어버리고 내가 누군지 잊어버릴 때도 있지만……. ―릴리아 《파랑 오리》(킨더랜드 2018) 중에서 이 블로그를 하기 전에는 '행복'이란 말을 입에 담아 보지도 못했습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2018. 8. 21.
이 행복한 꽃길 웃으시겠지요. '나의 길'입니다. '행복의 길'. 그렇지 못한 날도 있겠지요? 그런 날은 이 생각을 떠올릴 것입니다. 함께 내려가고 올라옵니다. 이야기하며 걷다가 투스텝으로 뛰어가면 부지런히 뒤따라갑니다. 힘들다고 하면 '그 참 잘 됐다!'며 얼른 어부바를 합니다. 물론 우리의 소지품도 내가 다 든 채입니다. 저 꽃 터널 사진을 보다가 그렇게 오르내리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런 장면을 누가 봐도 볼 텐데 그렇게 하면서도 부끄럽거나 쑥스럽진 않습니다. 나는 어쩔 수가 없는 인간입니다. 업혀서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힘들다고 할까 봐 걱정은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습니다. 그냥 나를 자꾸자꾸 불러줍니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은 점점 줄어들겠지요. 그게 아쉽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또 .. 2018. 7. 11.
내일(來日) 내일(來日) 20일 후…………, 2주일 후, 1주일 후, 3일 후, 이틀 후, 내일! (2018.5.10.) 그 "내일"이 오늘이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서글픈 것이긴 하지만, 이 삶의 축약판이 '오늘'이 되는 것이지 싶었다. 해거름에 우리는 이렇게만 지낼 수 있어도 괜찮겠다고 했다. (2018.5.11.) 2018. 5. 10.
오늘 모처럼 사무실에 나갔습니다. 하늘이 맑았습니다. 행정 고위직, 연구기관 대표를 역임한 K와 전화로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다시 대학에 돌아가 강의를 하는 건 행복한 일 아니겠느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학자로서는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배당되었다고 했습니다. 할 일 없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꿈같은 일입니다. 나는 그럭저럭 지낸다고 대답했습니다. 회의차 상경한 동생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먼저 가서 주문해놓고 기다렸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행복! 놀라웠습니다. 여성이어서 그런 말도 스스럼없이 하는가? 그런 말은 직접 겉으로 나타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아,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도 행복한 거구나!' 싶었습.. 2018. 4. 12.
알랭 푸르니에 《대장 몬느》 알랭 푸르니에 장편소설 《대장 몬느 Le Grand Meaulnes》 김치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 아늑한 농촌 마을 생트아가트에 모험심 강한 미소년 오귀스탱 몬느가 나타난다. 그는 나약하고 감수성 강한 프랑수와 쇠렐의 청년기를 뒤흔들어놓았다. 몬느는 '잃어버린 영지'를 찾아가는 모험으로 프란츠 드 갈레를 만나게 되고 그의 여동생 이본 드 갈레와 결혼하게 되지만, 프란츠는 그의 이상형 발랑틴과 맺어지지 못한다. 몬느는 이번에는 처남 프란츠를 위해 발랑틴을 찾아나서는 모험의 길을 떠나고 혼자 남은 이본은 딸을 낳으며 목숨을 잃는다. 쇠렐은, 이제 이본이 낳은 아이를 돌보며 행복해 하지만 뒤늦게 나타난 몬느에게 그 딸을 돌려준다. # 잃어버렸거나 사라져버린 그 시절, 내 곁에도 '대장 몬느'가 있.. 2016. 10. 27.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마이북, 2015 Ⅰ 유엔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6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덴마크는 세계에서 행복한 나라 1위입니다.1 지난해 스위스와 아이슬란드에 이어 3위에 올랐던 덴마크는 올해 두 계단이나 상승하며 마침내 정상에 등극했다. 반면 덴마크에 1위를 빼앗긴 스위스는 한 계단 내려가며 2위를 기록했다. SDSN은 세계 157개 나라를 상대로 국내총생산(GDP), 건강한 기대 수명,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 개인의 자유, 사회적 지원 등을 평가해 행복 지수를 산출했다. 어려울 때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있는지 등 정서적인 항목도 반영됐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이 최상위 수준인 10위.. 2016. 4. 6.
잠들기 전 잠들기 전 잠들기 전, 그날 일들을 떠올려봅니다. 하루 또 하루, 소중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도 별로 없고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하루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갑니다. '그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잠든 새 별일 없으면 내일 아침에 다시 일어날 수 있.. 2016. 3. 22.
동행同行 여행을 떠나는 부부였을까요? 내내 저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편지를 쓰게 된다면 행복한 편지이기를 바랐습니다.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거나 너무 멀어서 배달이 불가능한 편지를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꼭 보내야 할 편지라면 아주 늦게, 정말 아주 늦게 도착하면 좋을 것입니다. 행복한 편지라면 편지가 가고 오는 내내, 언제까지라도 행복하고, 그 편지가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행복하지 않게 되는 일은 저들에게는 불가능하기를 바랍니다. 동행은 흔한 것처럼 보여도 어렵고, 또 얼마나 다행한 것인지, 잘 알고, 그렇게 이루어가기를 기원합니다. 저 아름다운 부부에게 무엇을 좀 주고 싶었는데, 줄 것이 없어서, 마음속으로 그 부탁만 했습니다. 2014. 11. 16.
가브리엘 루아 『삼리윙, 그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Ⅰ 가브리엘 루아 『삼리윙, 그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2004 『세상 끝의 정원』 중에서 삼리윙, 빈손으로 캐나다에 도착한 그 중국인 사내는, '구름 떼처럼 많은 인부들 중의 하나로, 부두에서 일하는 한 알갱이의 인간, 먼지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그에게는 이것이 바로 내 것이다 하고 기억해낼 만한 것'은 이름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우리 중국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 세상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좀더 낫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가 '중국의 여러 현과 도를 합쳐놓은 것보다 땅덩어리가 더 넓으면서도 사람이 별로 살지 않아서 텅 빈 것 같은 나라가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동포 수천 명과 함께 그 희망의 나라로 떠납니다. ♣ 그리하여 도착한 곳.. 2013. 2. 26.
“지금 난 아주 행복해.” "지금 난 아주 행복해." "왜?" "진짜야." "왜? 왜 행복한데?" 심상대의 중편소설 『단추』에 나오는 대화 장면이다.* 이 블로그에, 좀 거창하게, 쑥스럽긴 하지만 결론처럼, '나는 이제 일부러라도 외로움을 받아들여야 한다' '빈 배처럼 스스로 포기하고, 비우고, 맑게 해야 한다' '그렇게 가는 실험대에 나 자신을 올려보면서 그게 좋다는 걸 느낀다'고 썼다가 "그건 좋은 게 아니다." "왜 그렇게 하나" "기쁨과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를 받은 적이 있다. 기쁨과 행복? 객관적으로 보기에 나는 지금 불행하다는 건가? 만약 나 스스로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썼더라면, "당신이 그 상태로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느냐? 그럴 수 없다!"는 말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에 대한 결론은.. 2012. 9. 6.
우리는 행복해지고 있는가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며 남녀 간의 심리를 어떻게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연애를 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심리적 변화를 기록해 두는 데 심혈을 기울였는가?' '그렇게 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가?' 심지어 그런 의문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여행의 기술』을 읽고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싶었습니다. 번역이 이상해서였을까요? 그 얘기를 이 블로그의 어디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방한 기사를 봤습니다. 「우린 모두 미친 존재…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섰으면」(조선일보, 2011.9.28.A23,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도입 글과 인터뷰 한 대목을 옮깁니다... 2011. 10. 3.
「군산 서해방송」 군산 서해방송* 심창만 푸른 유리병에 석유 사러 갈 때 산 노을 넘어오던 어부들 안부 바다보다 깊은 산골 나 어릴 때 귀머거리 염소와 함께 듣던 방송 빈 부엌에서 눈 젖은 쥐들이 쥐약을 먹을 때 군산시 해망동의 한 미망인이 가느다란 전파로 「해조곡」을 불러주던 방송 쇠죽 끓이다 말고 집 나가고 싶을 때 식은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듯 오래오래 내 귀를 들여다본 방송 흘러간 노래보다 내가 더 멀리 흘러온 것 같은데 아직도 노을을 보면 석유 냄새가 나는 방송 기다리기도 전에 가버린 세상처럼 어느새 아들은 나를 싫어하고 정말 있기나 있었나 싶은 군산 서해방송 * 군산에서 서해 어민들을 위한 방송을 내보내다 80년대 한국방송공사로 통폐합 됨. ------------------------------- 심창만 196.. 2011.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