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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오늘

by 답설재 2018. 4. 12.

 

 

 

 

 

모처럼 사무실에 나갔습니다.

하늘이 맑았습니다.

 

행정 고위직, 연구기관 대표를 역임한 K와 전화로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다시 대학에 돌아가 강의를 하는 건 행복한 일 아니겠느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학자로서는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배당되었다고 했습니다. 할 일 없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꿈같은 일입니다.

나는 그럭저럭 지낸다고 대답했습니다.

 

회의차 상경한 동생과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먼저 가서 주문해놓고 기다렸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행복! 놀라웠습니다. 여성이어서 그런 말도 스스럼없이 하는가? 그런 말은 직접 겉으로 나타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아,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도 행복한 거구나!' 싶었습니다.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제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잠시 후에 도착할 시각이어서 "핑거스미스", 읽던 책을 얼른 가방에 넣고 일어나 아예 승강구로 나가며 그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번호부의 네 이름이 눈에 뜨이더니 이렇게 전화가 왔다고 했더니 웃으며 뭐라고 했는데 지금 그 말은 생각나지 않고, 여의도 공원에 자신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고, 언제 함께 보면 좋겠다고 해서 그럼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 애는 40대 중반? 그 공원에 나가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산책하고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우리 동네 역에 도착하자 바람이 불었습니다. 역에서 본 하늘도 맑았습니다.

 

늘 넘쳐나는 사랑을 베풀어주는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눈이 부셔서 볼 때마다 나 같은 인간이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가 싶게 됩니다. 그러다가 헤어지면 금방 우울해집니다.

 

기다릴 사람도 없고 꼭 해야 할 일도 없지만 하늘이 맑아서 좋은 날, 이런 날이 자꾸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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