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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자랑스러운 편수인상" 수상 소회

by 답설재 2018. 4. 10.

 

 

 

 

 

 

1986년, 초등 교사였을 때 편수를 돕기 시작해서 1989년 12월, 파견근무를 하며 5차 교육과정 초등학교 사회, 사회과탐구 편찬 업무에 참여했고 1993년 6월에는 편수국 교육연구사가 되었습니다. 2년간의 시·도별 사회과탐구 개발은 연구진·집필진·삽화진 전체를 지역별로 구성했는데 열두 번의 연수회를 열고도 그 원고를 일일이 써주다시피 했으므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간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각 장애영역별 초등부 사회과 교과서도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편수는 외로운 것이었습니다. 설날도 추석도 없이 교과서 원고나 삽화, 혹은 이미 개발된 교과서를 읽고 고치고 고친 것을 또 고쳤고 직접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전철에서도 교과서를 읽고 고치다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리도 듣고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재미있고 할 만한 일이어서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마저 "승진을 노린다."는 말이나 해서 슬펐습니다. 7차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맡아 마무리했습니다. 우리 교과서의 실제적 개선에 그야말로 한 획을 그은 '교과서 편찬제도 개선방안' 정책토론(1999.4.14)도 잊히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1999년 9월에 서울시내 교감으로 전직했으나 근무기간이 무척 짧아서 2000년 3월, 다시 교육부로 갔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폐지 혹은 적용연기 투쟁이 벌어지던 시기여서 새로 취임한 장관이 "전쟁을 하는 각오로 일하자"고 한 것을 계기로 교육과정지원장학협의단 구성·운영, 전교조·교총과의 정책토론회와 단체협의, 방송사 집중토론, 장학진·현장교원 회의·연수, 자료제작, 예산확보, 국회와 관계기관 보고 등으로 주제넘지만 제 생애 가장 힘든 기간을 보냈습니다. 2002년에는 교육과정정책과를 맡게 되었고 이어서 교과서정책과 조직까지 통합하여 28명의 인원이 교육과정 정책, 역사왜곡대책, 교과서 정책을 힘겹게 추진하였습니다. 선택중심 교육과정 대비, 국정교과서 발행사 선정,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구성·운영, 고구려연구재단 설립,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전·현직 정부 편향성 논란 등은 힘겨운 일들이었습니다. 조직이 축소된다고 해서 업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7차 교육과정이 고3까지 적용된 2006년 9월, 경기도로 나가 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5년 6개월은 행복했습니다. 자율권을 행사할 줄 아는 교사 만들기, 교사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기, 교육과정을 학생 중심으로 운영하기, 학교를 교육과정 중심으로 운영하기의 꿈을 실현해가는 하루하루였습니다. 교육과정·교과서 업무를 맡을 수 있었기 때문이므로 지금도 그 고마움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8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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