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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by 답설재 2016. 4. 6.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마이북, 2015

 

 

 

 

 

 

 

 

 

유엔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6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덴마크는 세계에서 행복한 나라 1위입니다.1

 

지난해 스위스와 아이슬란드에 이어 3위에 올랐던 덴마크는 올해 두 계단이나 상승하며 마침내 정상에 등극했다. 반면 덴마크에 1위를 빼앗긴 스위스는 한 계단 내려가며 2위를 기록했다. SDSN은 세계 157개 나라를 상대로 국내총생산(GDP), 건강한 기대 수명,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 개인의 자유, 사회적 지원 등을 평가해 행복 지수를 산출했다. 어려울 때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있는지 등 정서적인 항목도 반영됐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이 최상위 수준인 10위권에 오르면서 통념처럼 북유럽과 오세아니아 국가들의 행복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략)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덴마크 사회 집중 취재 보고서입니다. 행복한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을 살펴본 이야기입니다.

 

 

 

 

'행복한 나라'를 요약하진 못하겠습니다. '전체의 대강' '문단별 내용'…… 모든 것들을 요약하여 외우는 공부를 그렇게도 열심히 배우고 가르쳤건만…….

그렇게 가르치고 배워서 우리도 행복지수 58위인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목이 말라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자랑하면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스스로 다그쳐야 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행복사회(덴마크)를 이해하는 6개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유: 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

  안정: 사회가 나를 보호해준다

  평등: 남이 부럽지 않다

  신뢰: 세금이 아깝지 않다

  이웃: 의지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다

  환경: 직장인의 35퍼센트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 중에서 가령 '평등'을 주제로 한 설명을 보면 덴마크는 이런 나라입니다.

 

 

덴마크 국회에서 만난 국회의원 두 명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방문객 접수대까지 본인이 직접 내려와 손님을 맞이했고 정장이 아닌 청바지 차림이었다. 자그마한 자신의 방에서는 손수 음료를 대접했다. 덴마크에서 국회의원은 특별한 직업이 아니었다.
코펜하겐에서 만난 택시기사들도 대부분 표정이 밝았다.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20년 경력의 택시기사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의사나 변호사 친구들과도 편하게 잘 어울린다고 했다. 자신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말하던 40년 경력의 식당 종업원이 한참 동안 자랑을 늘어놓은 아들의 직업은 열쇠 수리공이었다. 식당 종업원 아버지와 열쇠 수리공 아들이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덴마크다.2 

 

 

 

 

1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1장 행복한 일터 :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습니까?
  2장 행복한 사회 : 1분 안에 떠오르는 걱정거리가 있습니까?
  3장 행복한 학교 : 학교에서 인생을 설계했습니까?

2부 행복사회의 비밀
  4장 행복사회의 역사 : 시대를 이끄는 리더, 깨어 있는 시민
  5장 행복사회를 위한 제언 :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이 책에 행복사회 구현을 위한 열쇠가 들어 있다고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행복한 사회, 행복한 학교란 이런 곳이구나 싶은 마음은 간절했습니다. 그런 사회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부러웠습니다.

'행복한 학교'는 이런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 공립학교: 발뷔 스콜레 ① - 시험도 등수도 왕따도 없는 학교

+ 공립학교: 발뷔 스콜레 ② - 9년 동안 같은 반 같은 담임
+ 공립학교: 외래 스타드 스콜레 -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혁신
+ 자유학교: 프레드릭스베르 프리스콜레 - 꿈과 미래를 짓는 집 같은 학교
+ 사립학교: 상크트크누스 스콜레 - 잘해도 못해도 함께하는 교실
+ 인생학교: 이드렛스 애프터스콜레 - 스스로 더불어 좋은 삶을 설계하다
+ 고등학생의 인생 설계 -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자유로운 미래
+ 공부에 전념하는 대학생의 여유 - 등록금, 취업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 찾기
+ 시민 자유학교: 뢰딩 호이스콜레 ① - 깨어 있는 시민들의 두 번째 인생학교
+ 시민 자유학교: 뢰딩 호이스콜레 ② - 행복사회 기틀을 세운 그룬트비 교육철학
+ 그룬트비 리더십: 행복하려거든 사랑하라

 

 

 

 

어떤 내용을 옮겨 놓을까 하다가 교육, 그 중에서도 '암기 대신 창의적 구술시험'으로 했습니다.

 

세룬을 포함한 덴마크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세 명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치 우리나라의 대학 4학년생 정도로 착각할 만큼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덴마크 학생들은 이렇게 성숙할까? 에프터스콜레를 1년간 다녔기 때문에? 물론 꼭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특정 시기의 특정 프로그램 하나 때문이 아니라 유치원 때부터 그들이 받아온 교육의 철학과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덴마크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스스로 답을 찾는 훈련을 한다. 7학년까지 점수와 등수를 매기는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은 그런 문화와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는 한 사례다. 어떤 문제든 답은 하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교육을 강조하는 덴마크는 고등학교의 시험문제도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단순 암기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세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등학교 시험은 대부분 구술시험이었다.
"한 학생당 25분간 구술시험을 보는데, 인근의 다른 학교 선생님이 와서 채점을 해요. 객관성과 투명성 때문에 그렇게 하죠. 우리 과목 선생님은 참관만 하고요."
(……)
"시험문제는 제비뽑기로 정해요. 우리 반이 28명인데 선생님이 상자 안에 질문지 28개를 넣어 한 명씩 뽑게 하죠. 물론 문제는 학기 중에 배운 범위 내에서 출제되고요. 그러고 나면 학생들에겐 시험 준비를 할 수 있게 24시간이 주어져요."
구술시험이 진행되는 25분 가운데 10분간은 주제 발표를 한다. 나머지 15분은 다른 학교에서 온 교사와 일문일답을 하는데, 이때 교사는 학생이 그 주제를 정말 자기 것으로 소화했는지를 살펴본다. 아울러 주제에 대한 창의적인 문제의식이 있는지도 평가한다.
"달달 외우기만 해서는 안 돼요. 자기가 완전히 이해를 해야 구술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거든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덴마크의 고등학생들이 왜 그리 똑똑해 보였는지를 말이다. 세룬과 그의 친구들은 대화 내내 자기 의견을 조리 있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이미 완성해놓은 덴마크의 행복사회에 무임승차하려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자신들이 직접 발을 디뎌보고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선택하려 했다. 행복이 스스로 즐기는 일을 찾아 가는 것이라면, 세룬은 지금 행복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었다.(206~208)

 

 

 

 

내내 생각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정책은 교육도 그렇고 다른 것도 그렇고, 아주 상식적인 체계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바둑이 아무리 급해도 결코 어느 학교를 지정해서 집중적으로 그것을 가르치게 하는 건 별로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았습니다. 그 학교에는 태권도를 배우고 싶은 아이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청탁하는 꼴을 보기 싫어서 뇌물을 바치지 못하게 하려다가 "선물은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아무래도 이상한 시책이 나오는 건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다음으로, 돈은 더 필요하다니까 더 많이 벌더라도 우리 사회 분위기는 적어도 지금보다 더 삭막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이건 마음을 다하여 간곡하게 요청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더 좋은 날이 오고 있겠지요?

 

 

  1. '행복지수 1위 덴마크, 한국은 58위'(오마이뉴스, 2016.3.17).
  2. http://blog.daum.net/_blog/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