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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마야 안젤루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by 답설재 2016. 3. 17.

마야 안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문예출판사, 2014(2판5쇄)

 

 

 

 

 

 

그들은 집으로 갔어

They Went Home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1928~ )

 

 

그들은 집으로 갔어 그리고 자기 부인들에게 말했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나 같은 여자는 알지 못했다고,

그러나…… 그들은 집으로 갔어.

 

그들은 말했지. 나의 집은 입으로 핥아도 좋게 깨끗하며,

내가 하는 말은 하나도 상스럽지 않고,

내게서 신비스런 분위기가 풍긴다고,

그러나…… 그들은 집으로 갔어.

 

뭇 남자들이 입을 열어 나를 칭찬했지,

그들은 나의 미소, 나의 재치, 나의 엉덩이를 좋아했어,

그들은 내 옆에서 하루, 이틀 혹은 사흘밤을 보냈어,

그러나……

 

 

마야 안젤루는 현존하는 미국의 흑인여자 시인이며 극작가, 연출가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하는 쇼를 본 사람이면 오프라가 가장 존경하는 '스승'인 그녀를 알리라. 마음씨 좋은 이웃처럼 생긴, 작가입네 행세하지 않지만 품위 있는 할머니 마야는 <오프라 윈프리 쇼>의 단골손님이다. 마야는 클린턴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하는 모습이 텔레비전 전파를 타며 전세계에 알려졌다. 자신의 혹독한 성장 시절을 기록한 마야의 자서전 『나는 새장 속의 새가 노래하는 이유를 안다(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에 대해 어떤 평론가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소설이라고 칭찬한다. 그녀의 자전소설을 읽고 나도 내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힘을 얻었다. 구어체로 된 마야의 시들은 마치 친구에게 말하듯 자연스럽고, 운율이 살아 있다. 시는 원래 노래였다.

 

 

 

최영미 시인이 마야 안젤루를 소개한 글입니다.1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작품 해설에 소개된 그의 이력은 좀 과장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시인, 소설가, 가수, 작곡가, 연극배우, 극작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여성운동가, 흑인 인권운동가, 저널리스트, 역사학자, 대학교수, 교육가, 강연가,

창녀촌의 '마담', 창녀, 쇼걸, 운전사,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단 지휘, 아랍계 신문 편집자,

명예 학위 30여개,

제럴드 포드 대통령, '미국 건국 200주년 고문 위원회' 위원으로 추대,

지미 카터 대통령, '국제 여성의 해' 미국 준비 이원회 위원으로 위촉,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 자작시 '아침의 맥박에 대하여' 낭송

 

2011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자유훈장을 받았고, 2014년 5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아는가 물으면…… "알겠다" "알 것 같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또 흑인편, 백인편을 나누어 놓고 어느 한 쪽에 서라면, 마야 안젤루가 스스로 그런 유치한 짓을 할 리는 없다 하더라도, 그가 생각나면 도저히 백인편에 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망설이다가 한 가지만 적어놓기로 했습니다.

저렇게 화려한 이력을 가진 채 겨우 이태 전, 그러니까 2014년 봄에 타계한 마야 안젤루에게도 인종 문제만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2

이 책은 마야 안젤루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녀는 새까만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내용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대로 쓰겠다는 용기는 필요했을 것입니다.

만약 이 책을 읽은 누가 나서서 "마야 안젤루가 오해를 한 것 같다"고 하면 그는 마야 안젤루가 세상을 떠났으니까 이제 거짓말을 해도 통할 것으로 생각하는 바보이거나 주먹 크기대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혹은 백인 중심주의 이데올로기에 젖은 사람이 분명합니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 놓았는지 쉽고 간편한 몇 군데만 옮겨보겠습니다.

 

* 마마가 옷단에 주름을 잡고 허리 주위를 멋지게 조금 호아 올리는 모습을 볼 때만 해도, 일단 그 옷을 입으면 영화배우처럼 보일 줄로 알았다. (그 옷은 실크 천이어서 색깔이 끔찍했어도 그것으로 보상됐다.) (……) 내가 그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내게 달려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머거리트(때로는 '귀여운 마거리트'라고 부를 때도 있었다). 우리를 용서해줘. 우린 네가 누군지 몰랐거든."

그러면 나는 너그럽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래, 너희가 나를 알아볼 순 없었을 거야. 물론 용서하고말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며칠 동안 천사가 내 얼굴에 금가루를 뿌려주기라도 한 듯 한껏 들뜬 기분으로 돌아다녔다. 그러나 부활절의 이른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자 그 드레스는 한 백인 여자가 내다 버린, 한때는 자줏빛이었던 옷을 잘라서 만든 볼품없고 보기 흉한 옷임이 드러났다. 할머니들 옷처럼 길었지만 블루실 바셀린에다 아칸소 주 황토 진흙이 묻은 내 바싹 마른 두 다리를 감추진 못했다.(10~11)

 

* 어느 날 내가 이 어둡고 흉측한 꿈에서 깨어나면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까? 마마가 곧게 펴지 못하게 하는 곱슬머리 대신에 기다랗고 금발인 내 진짜 머리카락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 본래대로 돌아온 연푸른 내 눈동자를 보면 그들은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매혹당할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은 내가 왜 남부 사투리를 구사하지 않으며 저속한 속어를 사용하지 않는지, 그리고 흑인들이 잘 먹는 돼지 꼬리와 돼지 주둥이를 먹으려고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사실 나는 백인이었는데 잔인한 요정인 계모가 아름다운 내 모습을 질투해서 나를 검정 곱슬머리에 두 발은 마당만 하고 이와 이 사이가 넘버-2 연필이 들어갈 만큼 벌어진 몸집 큰 검둥이 계집애로 만들어버렸다.(11)

 

* 스탬프스에 살고 있던 이 무렵 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만나 그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내 첫 번째 백인 애인이었다.(24)

 

*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이 무렵 나는 백인들이 진짜 사람이라고는 결코 믿지 않았다.

(……)

나는 그 여자들이 펼쳐 보이지 않는 나머지 옷들을 살펴보았다. 그것을 보고 나는, 예를 들어 백인 남자들도 윌리 삼촌처럼 반바지를 입는다는 것, 그리고 그 바지에는 오줌을 눌 때 그들이 '물건'을 꺼내놓는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37)

 

* 나는 백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 돈을 그렇게 흥청망청 쓸 권리를 부여받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나는 하나님도 백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에게 하나님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는 믿게 하지 않았다.(66)

 

 

 

이 책도 마야 안젤루 자신처럼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최장기 베스트셀러(3년 연속 1위)

『앵무새 죽이기』 , 『보이지 않는 인간』과 함께 미 중고등학교 3대 필독서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3

 

미국의 보수적인 몇몇 주에서는 이 책을 청소년의 금서(禁書)로 정했다고도 합니다.4 아마도 강간 등 성에 관한 경험이나 교회에서 일어난 우스꽝스러운 일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비속어와 욕설을 즐겨 구사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자연스러워서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책은 일단 금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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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영미 『내가 사랑하는 시』 해냄, 2012(초판6쇄), 134~135쪽.
2. "인간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말은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독립선언문에 나오는 말이고 세상의 정치 이론가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민주주의의 이상이지만 마야 안젤루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작품해설 참조).
3. 이런 표현은 정말 혐오스럽긴 하지만 띠지에 적힌 그대로의 인용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4. 작품 해설에는 한때 금서 목록에 올랐다가 지금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앵무새 죽이기』,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1951),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1925),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1939),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1955),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1970), 게다가 저 벤저민 플랭클린의 『자서전』(1791),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1850), 해리어트 비처 스토의 『엉클 톰의 오두막집』(1852),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