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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상실 수업』

by 답설재 2016. 4. 17.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상실 수업』

김소향 옮김, 인빅투스, 2014

 

 

 

 

 

 

 

신의 부름이 어떤 이에게는 한가로운 목요일마냥 예견되었다는 듯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예기치 않은 노크 소리를 내며 주말 프로젝트마냥 다가와 정신없게 만들기도 한다. 별안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랑한 이가 죽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신의 세상은 돌연 바뀐다.(275~276)

 

죽음이 더 갑작스러울수록 상실을 애도하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작별인사 할 틈과 가장 친하고 소중했던 사람이 사라지고 없는 삶을 적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부정1의 기간은 상당히 길어진다. (277)

 

내가 사랑한 사람은 왜 죽었는가? 그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내가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그 물음들에 대한 대답입니다.

'죽음 전문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죽음의 순간 _On Death and Dying_』, 『인생 수업 _Life Lessons_』, 『생의 수레바퀴 _The Wheel of Life_』(자서전)에 이어 이 책을 그녀의 제자와 함께 썼습니다.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령 아내의 경우를 보면 내 인생의 '산증인'이었습니다.

 

(……) 겉으로 드러나는 상실 외에도, 마음 안에서 울려 퍼지는 상실들이 있다. 친구로서, 말동무로서, 인생의 동반자로서 사랑한 이를 상실한 것이다. 그녀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당신 인생의 산증인이었다. 서두를 먼저 꺼내거나 굳이 이유를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많이 사랑했고, 당신의 과거를 알고 친구들과 일에 대해 함께 의논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바로 그 사람과 당신은 함께 삶을 이어왔다.(118~119)

 

또 '상실(슬픔)'이란 이런 것입니다.

 

슬픔은 '삶이 어떠해야 한다'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많은 믿음들이 산산히 부서지는 것이다.

인간은 어떤 공통된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태어난 후에 좋은 유년시절을 보낼 것이며, 그 유년시절이 어렵다면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 후 특별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직장도 구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직업을 얻거나 결혼 생활이 완벽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자녀들을 사랑할 것이고 대체적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어 백발이 될 때 가족들을 초대해 옛 앨범을 보여주며 모두들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날 늦은 밤 잠을 자다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희망이며 상상이다. 이것이 인생에 펼펴져야 할 노정이다. 하지만 40대에 암에 걸리는 건 무슨 일인가? 사랑한 이가 차사고로 죽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또는 아이가 죽는 것은? 이것은 삶이 전개될 노선이 아니다.(119~120)

 

 

 

  1. 신은 감당할 만큼만 고통을 준다

 2. 슬픔에게 자리를 내어주라

  3. 눈물의 샘이 마를 때까지 울라

  4. 떠나간 이가 해왔던 것, 그것을 하라

  5. 사랑을 위해 사랑할 권리를 내려놓으라

  6. 몸이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라

  7. 슬픔에 '종결'은 없다는 것을 알라

  8. 상실의 밑바닥까지 발을 디뎌보라

  9. 신의 이해를 구하지 마라

10. '상실'은 가장 큰 인생 수업

 

10개의 장이 한결같습니다. 다 같은 내용인데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내용이어서인지 생소하지 않고, 특별히 진지해지거나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왜 그렇게 여겨야 하는지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실제 사례들을 틀림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부탁들은 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단 한 가지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입니다.

 

장례식에는 상실의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들이 풍부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급하게 서두르려고 하지 말라. 장례식은 그것에 의미를 찾고 고통을 드러내고 함께 나눌 방법을 찾기 위해 의도된 것이기 때문이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속도를 내면 그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189)

 

누군가의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드는 기분은 참담하고 아마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옷자락을 얼굴에 가져다 대고 하나씩 만져봄으로 그의 얼굴과 함께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가 좋아했던 것들 그리고 싫어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시계와 반지, 보석을 보며 그의 스타일과 성격이 연상된다. 무엇보다도 남겨진 그의 옷과 소지품은 우리의 삶에 그가 사라져버렸음을 되새겨준다.(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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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한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의 다섯 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