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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학교, 아름다운 곳 (2024.9.27)

by 답설재 2024. 9. 27.

 

 

 

학교 가는 아침의 아이들은 아름답다. 그 아이들이 있어 아침은 더욱 빛난다. 두엇, 서넛, 바쁠 것 없이 재잘거리면서도 게으름 피우지 않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은 저절로 밝고 따스한 곳으로 바뀐다. 어김없이, 학교로부터 동네 곳곳으로 아침의 음악이 울려 퍼지면 아이들은 그 선율에 맞추어 한 송이씩 꽃이 되고 거리는 그 꽃으로 밝아져서 그 꽃들로써 충분한 아침이 된다. 높은 곳에서 세상일을 결정하는 분들이 오늘은 부디 딴생각 말고 저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야기하고 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들리면 온 학교가 일시에 숙연해진다. 어느 학교에서나 우리의 저 아이들이 공부할 준비를 하고 각자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떠올리면 전율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그 한 시간에 호기심이나 즐거움을 느낄 것들, 생각할 것들, 알게 될 것들, 깨닫게 될 것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흐뭇하고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6, 70명을 가르치던 ‘콩나물 교실’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으레 “조용히 해!” “여길 봐!”였다. 지금은? 어느 학교, 어느 선생님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맨 뒤쪽 아이, 저쪽 자리의 아이까지 책을 들여다보거나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덥다. 미소를 주고받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예쁘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무엇인가 토론하는 모습은 대견하기 이를 데 없다.

 

운동장이나 체육관에 모여서 함성을 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씩씩하고 용감한가. 아이들은 상대편을 미워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기네 편을 응원할 수 있다. 자기편인 아이 하나가 달리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모아 목이 터지도록 외치는 아이들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모습들에 어떻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점심시간이다. 일제히 배가 고프다. ‘귀리밥, 건새우아욱된장국(5.6.9), 치킨오븐구이&소스(5.6.12.13.15), 골뱅이채소무침(5.6.13), 깍두기(9), 방울토마토(스테비아)(12)’ 오늘의 식단을 보면서, 그 메뉴를 즐길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 아이들을 위해 조리실에서 땀 흘리고 있을 영양교사와 조리사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학교의 점심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점심을 먹은 다음 도서실로 뛰어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책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책들이 있고 학교에서도 보고 싶은 책이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책 세상’이고 그 책 세상을 즐기는 아이들이 고맙고 미덥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활동은 무엇이든 아름답다. 실패조차 아름답다. 대표 선출에서 떨어진 아이들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은 참으로 훌륭하다. 그 아이들을 교장실로 불러 왜 떨어졌는지 얘기해 보게 하고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교장 선생님 모습도 아이들처럼 따뜻하고 아름답다. 옆의 아이가 답을 제대로 썼는지 걱정해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세상이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기를 기원하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그대로 자라 어른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교과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험이나 실습 과제 때문에 고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미 학자나 다름없다.

 

시시때때로 마련되는 갖가지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아름답다. 마음껏 웃을 수 있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공감할 수 있고, 재미있고도 유익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 학교 말고는 어디 있을까.

 

우리가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계는 또 얼마나 넓을까. 비밀의 정원 같은 그 세상의 일들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아이들의 학교는 세상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위하여, 내일의 아이들을 위하여, 오늘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오후의 선생님들은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다.

 

그렇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학교에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학교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오늘도 선생님들이 묵묵히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들만은 결코 학교의 가치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